Olmos de Atapuerca→Burgos
Day 51.
Wednesday, June 14
5시, 커플이 일어나는 소리에 잠이 깼으나 화장실만 다녀와서 다시 잤다.
6시 반 다른 사람들도 일어나는 것 같아 여유 있을 때 장을 비우려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근데 갑자기 화장실 문이 벌컥 열렸다. 너무 놀라 엉거주춤 자세가 되어버렸는데 그 서양인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사과 한마디 없이 그냥 나갔다.
분명히 문을 잠그고 들어왔지만 잠금장치가 약해서 힘으로 열어버린 거였다.
공용 화장실을 쓰다 보면 노크를 하지 않는 서양인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문이 닫혀있으면 일단 노크를 해보는 우리와 달리 일단 문을 열어보고 안 열리면 돌아서는 모습을 많이 봤다. 특히 대기줄이 있어도 노크 대신 직접 가서 문을 열어서 확인하려고 했다.
노크 문화는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아님 내가 유독 매너 없는 사람들만 만난 것일까?
나와서 쳐다보았지만 자기가 무얼 잘못했는지 정말 모르는 듯 끝까지 사과는 없었다. 미안해하는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으니 문을 잠그지 않은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남자는 그 화장실을 쓰지 않고 다른 화장실을 쓰는 걸 보니 잠금장치를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
테이블에 꼬마 머핀 몇 개가 놓여있었지만 커플은 차만 마시고 출발했고 그 남자는 그냥 가버렸다.
모두가 떠나고 난 후, 주방에 홀로 앉아 커피를 마시는데 냉장고에 주스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어제는 늦게 도착을 했고 리브레 구분이 없으니 머물고 있는 순례자의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또한 리브레였나 보다. 주스라도 실컷 마실 걸 그랬다. Melocoton Zumo 1L 한팩과 남은 미니머핀을 손에 들고 걷기로 했다.
줄이지는 못하고 짐이 더 늘어나고 있으니 힘든 것은 당연, 8시 출발했다.
아따뿌에르까에서 부르고스 가는 언덕에서 올모스 데 아따뿌에르까로 오는 길이 있었지만 난 어제 차도로 이어진 길을 따라 여기까지 걸어왔다.
그래서 다시 아따뿌에르까로 돌아가서 언덕으로 올라가야 하나 싶었으나 2.5km을 되돌아가기는 싫었다.
저 멀리 보이는 부르고스 방향의 도로를 따라 걷기로 했다. 와이파이가 안 되니 길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지도를 확인할 수 없어서 마냥 큰길로만 걸었다. 도로까지 나오는데 30분이 걸렸다.
8시 40분 N-1 도로 표지판 253km 지점에 도착했다. 부르고스까지 14km 남았단다. 이제부터 도로만 따라가면 된다.
베드버그에 물린 상처가 또 생겼다. 베드버그가 여전히 있는 것 같은데 솔직히 알베르게의 침대도, 담요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라 배낭만을 탓할 수는 없었다.
비야프리야로 향하는 까미노는 공장지대의 어수선함과 N-120 고속도로가 주는 소음이 기다리고 있다.
원래의 루트보다는 짧지만 까미노가 주는 기쁨을 누리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대도시 부르고스 입구에 도착하면 알베르게까지 도시의 반대편까지 중심부를 통과하여야 한다.
부르고스는 까미노를 위한 도시라고는 할 수 없으나 중세부터 여러 가지 산업이 발전했던 도시로 순례자를 위한 모든 서비스가 준비되어 있다.
11시 비야프리아에 도착했지만 아직도 부르고스는 멀었고 시내에 진입하더라도 여전히 갈길은 멀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래서 아는 게 무서운 건지도 모르겠다.
12시가 넘어가자 쏟아지는 햇볕이 너무 힘들었다. 열이 나면 베드버그에 물린 상처들이 한꺼번에 요동을 쳤다. 겨우 4시간을 걸었을 뿐인데 제정신이라 그런지 힘들었다.
부르고스 초입에서 복숭아 주스를 마시고 다시 출발했다.
884년 디에고 로드리게스 뽀르셀로스에 의해 처음 아르란손 강변의 언덕에 만들어진 부르고스는 1035년 까스띠야 왕국의 건설과 1075년 주교 교구의 이동으로 커다란 도시가 되었고 부르고스를 대표하는 Catedral de Santa María와 같은 성당 건축물이 많이 있는 도시다.
12시 35분 부르고스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아직 땀이 식지도 않았다.
4층 3F 371번 침대. 그런데 론세스바예스처럼 칸막이형 8인실이 배정되었다.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한 것인지 층마다 구조가 다른 것인지 예전과는 사뭇 달랐다.
맞은편 침대엔 잘생긴 스페인 남자가 있었다. 조지 클루니를 닮았다. 예쁘고 잘생긴 이들을 만나면 그들의 친절에 일단 안심이 된다.
까미노에서의 친절이라고 해봐야 최소한의 매너를 갖추고 있을 뿐이지만 말이다.
남은 복숭아 주스를 마시고 정신을 차린 후 샤워실로 갔다.
두 개의 샤워실 중 하나는 누가 쓰고 있고 비어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잠금장치가 망가져 있었다. 여기도 누군가가 힘으로 문을 열었나 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 옆으로 가서 기다리니 한 여자가 들어갔다. 다시 나오지 않고 샤워하는 걸 보니 그녀는 상관없나 보다.
문이 잠기는 쪽에서 씻고 나오니 문 앞에 조지 클루니가 바닥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빨래를 해서 2층 베란다에 널어두고 인스턴트 밥을 들고 주방으로 갔다.
취사가 안될 뿐이지 기본적인 식기는 구비되어 있었다. 컵과 전자레인지만 있어도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었다.
밥만 먹어도 맛있었지만 누군가 남긴 상추가 있어서 쌈장을 꺼내 상추쌈을 먹고 디저트로 요거트를 먹었다.
컵에 끓인 물을 가지고 올라와 홍차를 마시며 머핀을 먹었다. 마지막 맥주를 마시면서 치즈를 개봉했는데 그냥 먹기엔 아까워서 바게트를 사 오기로 했다.
오늘 33°c 라더니 침대에 앉아만 있어도 땀이 났다. 그동안 살면서 땀을 흘려본 적이 별로 없었다.
검도를 시작할 때도 단체로 몇 시간씩 수련을 하고도 혼자만 땀을 거의 흘리지 않았고 그래서 초반엔 열심히 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었다.
하지만 전국대회에서 검법 부문 우수상도 받았고 공인 2단의 실력자가 되었다.
그런데 까미노와 함께 체질이 바뀌었는지 두 번의 겨울을 거쳤지만 수족냉증은 사라지고 없었다. 이번에 돌아가도 겨울까지도 발의 열기가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17시쯤 디아 구경하러 나가면서 빨래를 확인할 겸 2층에 잠시 갔다가 비아나에서 만났던 S를 만났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만나니 반가웠다.
그들은 어제 부르고스에 도착해서 사립 알베르게에 머물며 다 같이 파티하고 헤어져 오늘은 혼자 하루 더 묵고 있단다. 파티하고 남은 사이다를 처리하는 중이라며 나누어 주겠단다.
뜨거운 햇볕에 이미 말라버린 빨래를 걷어서 잠시 앉아서 얘기하는데 아헤스의 그 빵아저씨가 아는 체하며 다가왔다. S랑 이미 안면이 있는 것 같았다.
사람이 앞에 있는데도 단체로 상처를 주더니 굳이 아는 체를 하고 싶은 걸까? 아님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아 화풀이를 하고 싶은 걸까?
죽을힘을 다해 아헤스에 갔던 내가 거기서도 머물지 못하고 다시 먼 길을 떠났던 어제의 그 기분을 알기나 할까?
그들은 동키 서비스를 이용해 배낭 없이 걸었지만 고작 빵 두 개 때문에 힘들다고 아우성이었다. 그랬으니 그들도 그 시간에 다시 걷는 건 무리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부르고스에서 고기 파티를 한다던 그들이 공립으로 온 걸 보니 웍에 가는 걸로 바꾸었나 보다.
빨래를 가져다 두고 사이다 담을 물병을 가지고 다시 내려오니 빵 아저씨가 그녀에게 메뉴판을 보여주고 있었다. 주방에 들러 컵을 반납하고 밖으로 나갔다.
근처의 작은 디아로 가려고 나섰으나 위치가 제대로 뜨지 않아 헤매다가 우연히 디아 마켓으로 가게 되었는데 구시가지 들어오는 길목에 있었다.
바게트 250g 0.39€, 초코 비스킷 500g 0.95€를 구입했지만 좋아하는 초코 파운드케이크는 보이지 않았다. 가디스로 가야 있으려나 보다.
이제부터 조리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해 두어야 했다. 배낭이 가볍기만 했어도 스틱 과자를 샀을 테지만 짐이란 생각이 들어 바게트만 사서 돌아왔다.
18시가 넘었지만 햇살은 여전히 뜨거웠다.
내일 마지막으로 파스타를 해 먹고 앞으로 요리는 종료해야겠다. 욕심 버리고 배낭 좀 줄이자!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메세따에 접어드니 뜨거워지기 전에 걸으려면 일찍 나서야 한다.
Olmos de Atapuerca→Burgos 19.6km
○Olmos de Atapuerca (952M)
●Villalval (945M) 4.4km
●Cardeñuela Riopico (924M) 1.6km
-Iglesia de Santa Eulalia de Merida
●Orbaneja Riopico (909M) 2.0km
-Ermita de La Inmaculada
-Iglesia Parroquial de San Millan Abad
■Villafría (891M) 3.5km
●Castañares (891M) 4.7km
●Burgos (863M) 7.7km(8.1km)
-Catedral de Santa María
-Arco de Santa María
-Iglesia de San Lesmes
-Iglesia de Santa María la Real
-Monasterio Santa María Real Huelgas
-Iglesia de San Gil
-Iglesia San Esteban
-Iglesia de San Nicolás de Bari
-Ermita de San Amaro
-Arco de San Martín
-Solar del Cid
-Puente de Malatos
-Casa del Cordon
489.0km/775.0km
DIA Market 0.39€
Baguette 250g -0.39€
Albergue Municipal Casa de los Cubos -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