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rdajos→Castrojeriz
Day 53.
Friday, June 16
해가 막 지기 시작할 때 누군가 블라인드를 내렸으니 21시 넘어 잠자리에 들었고 눕자마자 이내 잠이 들었던 것 같다.
6시 다들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화장실 들렀다 내려가니 커다란 바게트가 아침이었다. 커피와 바게트, 모짜렐라 치즈가 있어서 맛있게 먹었다.
한 동양인이 런치박스를 준비하고 남긴 슬라이스 치즈를 주어 같이 먹었다. 상태가 별로인 사과는 아무도 먹지 않았는데 누군가 두고 간 복숭아 두 개가 있어 같이 챙겼다.
따르다호스에서 9.6km 떨어진 오르니요스까지만 가려고 했지만 너무 가까워서 오늘은 새로운 마을 온따나스까지만 걷기로 했다.
따르다호스에서 온따나스까지는 22km 4시간 30분 걸린단다. 어플상엔 20km 남짓이지만 실제 걸어야 할 거리는 더 멀었다.
발바닥 물집이 가라앉으니 이젠 발가락 물집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쯤이면 물집도 그만 생겨야 할 시점인데 이번에는 여전했다.
사발디까에서 멕시코인 바바라가 준 새 발가락 양말을 꺼내 신었더니 보들하고 뽀송했다.
오스삐딸레라가 잠깐 보였지만 어느새 들어가 버려 인사도 못하고 7시 반쯤 나왔다.
와이파이 접속을 시도해 보지만 접속 불가라 그냥 출발했다.
마을을 빠져나오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전선이 이어져있는 송전탑을 볼 수 있으며 우르벨 강(Rio Urbel) 다리를 건너면 바로 라베 데 라스 깔사다스 마을이다.
튼튼하게 지어진 오래된 집들 사이로 꼬불꼬불 이어져있는 도로를 따라 들어가다 보면 차가운 물을 제공하는 샘터가 있는 광장이 있다.
13세기에 만들어진 산따 마리아 성당을 왼쪽으로 두고 마을의 중심을 지나면 공동묘지와 함께 모나스떼리오 성모 성당이 나타나며 마을을 빠져나올 수 있다.
8시쯤 라베 데 라 깔사다스 벗어나는 길은 염소똥 길이었지만 최선을 다해 피해서 걸었다. 마을에서 2km 정도 떨어진 순례자 쉼터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고원지대를 오르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40분쯤 메세따 평원에 접어들었고 지평선 위로 익숙한 나무 한그루가 보였다. 난 이 길이 좋았다.
귀찮아서 바르지 않았던 선로션을 계속 갖고 있자니 버거웠는데 햇빛 알레르기가 심해져서 오늘부터는 억지로라도 선로션을 발라 소진하기로 했다.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의 분지로 내려가기 전까지는 오르막이 계속된다.
황무지의 고원지대를 힘들게 올라갔다 내리막을 천천히 내려가다 보면 오래된 십자가상이 보이고 N-620 도로의 교차로를 건너면 오르마수엘라 평원에 자리 잡은 전형적인 까미노 마을이 보인다.
9시쯤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가 보이기 시작했지만 실제론 훨씬 더 걸어가야 하는 거리에 있다.
9시 반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했고 마을을 벗어나며 언덕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걸어도 걸어도 보이지 않으니 지쳐갔고 복숭아 한 개를 먹었는데도 나타나지 않아 생각해 보니 그 언덕은 까스뜨로헤리스를 지나야 있었던 언덕인 게 기억났다.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를 빠져나와 농경지의 넓은 오르막 길을 오르면 첫 번째 메세따가 나타난다.
너덜지대처럼 돌이 많고 좌우로 펼쳐져 있는 들판을 따라 길을 걸으면 고원지대가 나타나는데 까스띠야 메세따의 전형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아로요 산 볼과 마을 어귀의 십자가상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보인다.
1503년 아요로 산 볼은 주민들에 의해 마을이 버려졌다고 전해지는데 기록상으로는 그 전인 1352년 나환자를 위한 병원이 이곳에 존재했었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들이 살지 않는 수수께끼의 마을인 아로요 산 볼에는 독특한 알베르게가 있다.
원래 전등, 화장실, 샤워 시설조차 없는 조그맣고 볼품없던 이 알베르게는 너무나도 친절한 봉사자 때문에 유명한 곳이었다. 때문에 이 알베르게에는 중세 순례자의 삶을 체험하고픈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현재에는 순례자를 위한 편의 시설을 완비하여 더욱 좋은 알베르게로 많은 순례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밤하늘 쏟아지는 별빛을 이불 삼아 분위기 있는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또 여기에서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잠시 지나치며 구경을 하는 것도 좋다.
마을로 들어서기 전 산 볼 계곡을 지나는 조그마한 다리를 건너야 하고 온따나스로 향하기 위해서는 오르막길을 지나 고속도로를 주의해서 건너야 한다.
복숭아 하나를 더 먹고 산 볼을 지났다. 넓은 평원에선 화장실이 문제였지만 오늘도 산 바우디요 수도원의 오래된 흔적이 남아 있는 산 볼까지 들어가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바위 위로 나있는 길을 지나 한 시간 정도 걸으면 언덕의 정상에 다다르게 되고 멀리 온따나스가 보인다.
온따나스에 다가갈수록 더 걸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길엔 유독 알베르게 광고판이 많은데 사립 알베르게는 6€란다.
오늘따라 컨디션이 괜찮아서 더 걸어도 될 것 같았지만 생각해 보니 온따나스에서 머물면서 배낭을 조금 더 비우고 내일 좀 더 가볍게 걷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주방이 있는지를 알 수 없기에 일단 가보기로 했다.
힘든 언덕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메세따를 이기기 위해서 체력 배분에 주의를 해야 한다. 언덕을 내려와 마을로 들어서면 마을 입구에 시원하고 깨끗한 샘물이 보인다.
12시 20분쯤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했으나 오늘은 문을 열지 않으니 사립 알베르게로 문의하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오스삐딸레라의 휴식으로 오늘 하루만 문을 닫는다며 공립도 6€란다. 사립엔 바르가 있으니 주방이 없을 것 같아 Iglesia de Nuestra Señora Concepción으로 들어가서 잠깐 쉬다가 출발하기로 했다.
오늘도 뭔가 뜻대로 되는 날은 아닌가 보다. 그럼에도 쉼터를 제공해 주는 성당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감사합니다.
13시, 다시 출발했다. 나는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에서 까스뜨로헤리스 가는 길이 좋았고 그중에서도 Arco de San Antón 가는 길이 가장 좋았다.
예전에 Ermita de San Vicente 가는 길에 뱀을 만났다. 놀란 마음에 루트를 벗어나 걷게 된 이 길은 포장길이긴 하지만 가로수의 그늘도 좋았고 바람소리도 좋아서 이 길에서만큼은 햇살도 좋았다. 기분이 좋아서인지 발걸음도 가벼웠다.
자전거 순례자들은 편한 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고 도보 순례자는 도로와 나란히 지나가는 완만한 언덕길을 택하는 것이 좋다.
한적한 좁은 길을 따라 까미노를 걷다 보면 산 빈센떼 수도원의 폐허를 만날 수 있다.
여기에서 좀 더 가면 14세기의 아름다운 산 안똔 수도원을 만날 수 있다.
온따나스와 산 안톤의 허물어진 성벽을 지날 때면 시간 여행을 떠난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며 과거 번성했던 까스띠야 지방의 쇠락을 목격하게 된다.
산 안똔 수도원은 수도원 건물과 성당 건물을 고딕 양식의 아치가 좌우로 연결하고 있다.
과거 이 아치는 수도원의 문 구실을 했으며 밤에 이곳에 도착하거나 문밖에서 밤을 지새우는 순례자를 위해 아치의 왼쪽 선반에 음식을 놓아두었다고 한다.
산 안똔 수도원을 만든 성 안토니오파의 수도회는 1095년 프랑스에서 만들어졌으며 특히 이 수도회는 하느님과 우주에 관한 독창적인 믿음과 순례자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과거 유럽의 대 재앙이었던 산 안똔의 불이라는 병을 치료하는 능력 덕택에 유럽 전체에 400여 개의 병원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현재 어떤 순례자의 노력 덕택에 이 수도원에서는 2002년부터 알베르게를 운영하고 있다.
산 안똔 수도원에서 까미노의 상징적인 마을인 까스뜨로헤리스에 이르는 길은 평탄한 자동차 도로를 따라가야 한다. 길을 지나는 자동차들은 도보 순례자들에게 엄청난 소음과 위협을 준다.
멀리 지평선 끝에 언덕 위 까스뜨로헤리스의 성이 보인다.
14시 반 까스뜨로헤리스에 진입했으나 알베르게는 길고 긴 골목 끝쪽이라 땡볕 속을 한참 동안 걸었고 이번에는 산 후안 알베르게로 갈까 하다가 그냥 익숙한 공립 알베르게로 갔다.
15시쯤 알베르게에 도착했는데 오스삐딸레로가 잠시 자리를 비웠단다.
익숙한 듯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한잔 마시고 앉아서 기다리다 오스삐딸레로가 와서 등록을 했다. 옆에 앉아있던 서양인 두 명이 냉장고 속에 있는 우유를 마셔도 되냐고 슬쩍 물어본다.
물론이라고 말하는 오스삐딸레로, 단 도나띠보! 그러고 보니 이번에는 커다란 바게트와 함께 곁들일 토마토 슬라이스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구석 쪽 침대를 주길래 창가 2층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그런데 위쪽인데도 시트가 너무 지저분했다. 시트 세탁은 안 하는 걸까?
시트를 벗겨내고 비닐 매트리스 위에 침낭을 펼쳤다. 짐을 정리하고 씻으러 갔는데 온갖 통증으로 고생하다 보니 마법이 시작된 것도 모르고 있었다.
빨래해서 햇볕에 널어놓고 쌀을 불리면서 사과를 먹으니 어느덧 16시가 넘었다.
전자레인지로 마늘 밥을 하려는데 덮으라고 주는 뚜껑이 너무 지저분해서 안 덮으려고 했더니 뭐라 그런다. 밥이라서 튈 것도 아닌데.
고추장에 비비고 치즈 파우더를 곁들어서 먹고 남은 밥은 식혀서 냉동시켰다.
비아나, 부르고스에서 만났던 타미가 부모님이랑 식사 중이라 아는 체할 타이밍을 놓쳤는데 그 구석 자리가 바로 타미 식구네 자리였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았다.
S가 마음에 들어 하던 그 사람이라 톡으로 소식을 전했다.
와이파이에 접속하니 오늘 걸었던 거리는 31km 6시간 20분이란다. 난 7시간이 걸렸으니 잘 걸어온 셈이다. 잘 견뎌준 발도 다리도 장했다.
내일은 예정대로 이떼로 데 라 베가까지 갈 것인가 아님 보아디야 델 까미노까지 갈 것인가 고민이다.
어차피 내일이 편할 것인가 모레가 편할 것인가의 문제일 뿐이라 가서 주방을 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오늘도 실내는 너무 더웠고 땀이 줄줄 흘렀다. 갈증이 나서 커피 한 잔에 티 한 잔을 마시고도 또 한 잔은 데워서 식혀두었다.
20시가 되기도 전에 모두들 마무리하는 분위기다.
채 식지 않은 물을 물통에 채우고 또 한 잔을 데웠는데 식힐 곳이 없어서 커피를 타려고 한 것이 그만 꼴라까오를 넣어버렸다. 뜨거워서 빨리 마실 수가 없어 우유를 조금 넣고 원샷했더니 덥다.
창을 열고 누웠지만 이미 땀범벅이다.
Tardajos→Castrojeriz 29.5km
○Tardajos (823M)
●Rabé de las Calzadas (828M) 1.8km
-Iglesia Parroquia de Santa Marina
-Ermita de Nuestra Señora Monasterio
●Hornillos del Camino (825M) 8.0km
-Rio de Hormazuela
-Iglesia Parroquial de San Roman
-Ermita de Santa María
-Cuesta de Maatamulos
-Iglesia de La Plaza
-Puente del Gallo
●San Bol (897M) 5.6km
-Arroyo San Bol
●Hontanas (869M) 4.9km
-Iglesia de Nuestra Señora Concepción
-Ermita de San Vicente
●Convento de San Antón (803M) 5.6km
-Arco de San Antón
●Castrojeriz (806M) 3.6km
-Colegiata de Santa María del Manzano
-Iglesia Parroquial de Santo Domingo
-Iglesia de San Juan
-Castillo
-Rio Odrilla
-Alto Mostelares
448.7km/775.0km
Albergue Municipal San Esteban 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