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o Camino de Santiago #59

Castrojeriz→Población de Campos

by 안녕
Day 54.
Saturday, June 17


내가 너무 피곤해서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일까? 아님 코골이들의 향연이 심해서 자지 못하는 것일까?

자정이 넘어서도 잠들지 못해서 결국 일어났다. 주방으로 나가서 생수를 챙기고 칩을 우걱 씹었다.

아래 침대에서 자고 있는 순례자의 입냄새가 위에까지 올라왔는데 냄새에 민감한 나로서는 결국 잠들지 못했다.

게다가 그의 코골이는 베스트 2위였는데 중국인 순례자가 1위였다. 조금 전까지도 코를 골며 자던 3위가 일어나더니 시끄러워서 못 자겠다고 1위를 흔들어 깨우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났다.

이렇게 잠을 못 자면 내일은 조금만 걸어야 하지 않을까? 물과 밥이 준비되어 있으니 주방이 없어도 될 것 같았다.

보아디야 델 까미노까지 18km 4시간이지라지만 이번에는 뽀브라시온 데 깜뽀스까지 가고 싶었다.




결국 2시 넘어 잠이 들었나 보다. 모두 떠나고 마지막 그룹으로 일어났다.

문드러진 바나나 3개가 있었지만 아무도 먹지 않았다. 순례자가 남기고 간 과자까지 데사유노로 제공하는 건 좀 심했다. 이미 식어버린 커피에 우유를 넣어서 원샷하고 바게트 한 조각을 먹었다.

청소하시는 분이 오더니 의자를 2층 침대에 모두 올려놓고 바닥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침대 위층이 더 지저분했었나 보다. 이곳의 시트는 매트리스 커버를 보호하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

어디선가 오스삐딸레로가 들고 있던 전자 모기채 소리가 나서 예전처럼 문 밖에 앉아있을 줄 알았는데 오늘은 아무도 없었다.

서두른다고 했지만 7시 반쯤 출발했다.




까스뜨로헤리스의 출구는 오르막길인 모스떼라레스 언덕으로 이어진다.

이 언덕은 까스뜨로헤리스에서 멀지만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겁에 질리게 한다.

자전거 순례자들은 가파른 오르막을 피하려면 Castrillo Matajudíos로 돌아가는 것이 좋다.

까스뜨리요 마따후디오스라는 지명은 유태인들을 죽인 성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오르막 길만 무사히 잘 넘는다면 평탄한 길이다. 산띠아고로 향하는 까미노와 까스띠야의 운하가 합쳐지는 곳으로 부르고스에서 빨렌시아로 넘어가게 된다.




까스뜨로헤리스를 나오기 위해서는 산 후안 성당을 지나 두 개의 도로를 건너야 한다. 이어서 밭 사이로 흐르는 오드리야 강을 건너기 위해서 나무다리를 건넌다.

바로 뒤에 짧지만 경사가 지고 돌이 많으며 큰 고랑이 있는 길을 지나게 되는데 이 길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모스떼라레스 언덕을 향하는 오르막이 시작된다.

언덕의 정상까지는 오드리야 강의 다리에서 그리 멀지 않지만 오르막이 꾸준히 이어지는 길이기 때문에 충분히 대비를 하며 걷는 것이 좋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이미 기온은 오를 대로 올랐고 모스떼라레스 언덕을 오르는 길은 유난히 힘에 부쳤다.




해발 940M의 모스떼라레스 언덕의 정상은 나무가 거의 없는 메세따 지역이다.

가파른 언덕을 내려오다 보면 오른쪽으로 십자가상이 보이며 조금 더 가면 삐오호 샘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에서 시원한 그늘에 앉아 휴식을 가진 뒤 오른쪽 길을 따라가다 보면 왼쪽으로 뿌엔떼 피떼로로 가는 까미노가 보인다.

예전에 뉴욕의 P가 바나나를 사주었던 그 길에서 바나나를 먹고는 울컥했다.

부르고스와 빨렌시아를 구분 지어주는 삐수에르가 강 주위의 뿌엔떼 이떼로에 가기 전에 산 니꼴라스 성당이 있다.

이곳에는 이탈리아 수도회인 성 야고보 형제회가 있는데 이들은 산티아고 순례길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지금까지 중세시대의 전통을 지켜가며 순례자들에게 정성을 다하고 있다.

오늘은 나도 산 니꼴라스 알베르게에 들러서 세요를 받았는데 오스삐딸레라가 친절하게 맞아주어서 커피 한 잔을 얻어 마시고 나왔다.




이탈리아 페루자의 성 야고보 형제회에서 운영하는 산 니꼴라스 성당을 지나면 시작하는 사람들의 다리라고도 알려진 돌다리를 넘게 된다.

그리고 버드나무 숲 사이를 흐르는 삐수에르가 강을 건너면 감춰진 보물의 지방인 빨렌시아를 걷게 된다.

다리를 건너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강변을 따라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면 이떼로 데 라 베가에 다다른다.

마을을 관통하는 마르께스 데 에스뜨레야 거리를 지나면 마을 끝자락의 오른쪽에 샘터가 나오고 여기에서 순례자는 조심해서 자동차 도로를 건너야 한다.

이제 눈앞에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밀밭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떼로 데 라 베가는 스치듯 지나쳤다.

인적 없는 조그만 마을인 뽐뻬드라사를 지나 삐수에르가 운하를 만나게 된다.

운하를 지나 광활한 띠에라 데 깜뽀스를 지나다 보면 멀리 보아디야 델 까미노가 보이기 시작한다.

띠에라 데 깜뽀스는 외로움과 호젓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거대한 밀밭의 평원이다.

이떼로 데 라 베가에서 보아디야 델 까미노까지는 끝없이 이어지는 밀밭의 지평선을 따라 마냥 걸었다.

땡볕이라 그런지 아스팔트의 뜨거운 열기 때문에 정말 힘들었는데 까마귀들도 힘들었는지 커다란 까마귀 한 마리가 길 가에 죽어있었다.

하늘에는 매가 맴돌고 있었고 주변에는 까마귀 사체가 더 있어서 분위기가 살벌했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작은 구릉들과 언덕의 굴곡이 끝나고 마침내 지평선까지 멀리 뻗어있는 평원이 펼쳐진다.

그러나 레온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한겨울의 세찬 눈보라와 여름의 지독한 태양의 뜨거움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13세기에는 3개의 성당과 2개의 병원이 있었을 정도로 번창했던 마을인 보아디야 델 까미노는 현재에는 16세기에 만들어진 성모승천 성당과 같은 시대 플랑드르 양식을 보여주는 심판의 기둥으로 불리는 원주 탑이 유명하다.




12시 반쯤 보아디야 델 까미노 사립 알베르게로 갔다. 세요를 받으며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을 쓰고는 와이파이에 접속해 남은 거리를 확인했다. 아직은 버틸만해서 뽀브라시온 데 깜뽀스까지 가기로 했다.

Iglesia Nuestra Señora de la Asunción에 들러서 잠시 기도를 하고 있는데 입구에 앉아있던 관리자가 세요를 받으러 들어온 다른 순례자에게 도나띠보를 강요하는 소리가 들렸다.

성당인데도 왠지 앉아있기 눈치가 보여 10분 정도 있다가 바로 출발했다.

마을을 나서면 길게 뻗어있는 까스띠야 운하를 따라 걷게 된다. 이 길은 검정 버드나무가 아름다우며 걷다 보면 시원한 수문을 지나게 된다.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13시에 9.3km를 추가했다. 왜 이렇게 무모한 짓을 했을까?

절반만 걷겠다고 왔으면서 예전보다 더 많이 걷는 날이 늘고 있었다. 나중에 좀 더 편하게 걸으려는 이유도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무모했다.

어제처럼 그늘도 아니고 그냥 땡볕 길을 걸으면서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예전엔 보아디야 델 까미노에서 자고 까날 데 까스띠야를 지났을 때는 아침이라 상쾌했지만 오늘은 오후의 뜨거운 열기에 습한 기운까지 더해지니 정말 힘들었다. 얼굴까지 따끔거려서 어느새 살려 달라고 기도드리고 있었다.




까스띠야 운하를 만나면 띠에라 데 깜뽀스를 더욱 아름답게 해주는 중세의 도시인 프로미스따에 도착한 것이다.

프로미스따는 매력적인 중세의 유적들과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살아있는 도시다.

도시를 감싸고 있는 드넓은 밀밭으로 인해 중세부터 스페인 농경의 중심지였으며 도시의 이름도 곡식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왔다고 알려져 있다.

프로미스따는 11세기 스페인 로마네스크 양식의 가장 빛나는 건축물인 산 마르띤 성당이 가장 두드러진다.

또한 마을 중앙에 자리 잡은 고딕 양식의 산 뻬드로 성당과 순례자 병원이 있는 광장에서는 느긋이 오후의 햇살을 즐기는 이를 볼 수 있다.

프로미스따에서는 N-611 도로를 넘어 걷다 보면 버스 정류장과 관광객을 위한 안내소가 있는 넓은 광장이 나온다. 이곳이 바로 산 마르띤 성당이 있는 광장이다.




프로미스타 지날 때 디아가 열려있었지만 그냥 지나쳤고 성당을 지나 오른쪽으로 돌아서면 뽀브라시온 데 깜뽀스로 향하는 까미노로 들어서게 된다.

특별한 경사가 없는 구간이지만 햇빛을 피할 그늘이 없는 메세따 지역이다.

끝없는 도로를 지나면서 두 번째 생수통을 비웠다. 호텔에 들어가면 물부터 달라고 할 참이었다.

뽀브라시온 데 깜뽀스에 들어서기 직전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나무 그늘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산 미겔 성당이다.

뽀브라시온 데 깜뽀스는 중세시대 예루살렘 성 요한 기사단의 영지로 전해지고 있다.




15시 30분 드디어 뽀브라시온 데 깜뽀스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그동안 후기로만 접해서 나름 머릿속으로만 그려보았던 곳인데 상상과는 전혀 달랐다.

뒤따라 오던 사람이 있었는데 안 들어오는 걸 보니 지나쳐 가버렸나 보다. 어디까지 갔을까?




일단 샤워부터 하고 옷 갈아입고 주방으로 가니 간이 주방이 있었다.

작은 냄비에 물을 끓이는 동안 빨래를 널러 나가니 넓은 마당 반대편, 담벼락 쪽에 빨랫줄이 길게 있었다.

햇볕이 잘 드는 쪽에 가지런히 널어두고 들어왔다.




몸이 너무 힘들어서 밥은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그냥 어제 먹을 만큼만 밥을 지어서 맛있게 먹고 말 것을 그랬다. 고추장에 비해 밥이 많았던 탓도 있지만 오늘은 씹을 수가 없었다.

그냥 수분만 필요했다. 끓여둔 물로 커피 한잔을 마시고도 부족해서 설탕을 추가한 믹스커피 한 잔을 마시고 열량을 보충했다. 나머지는 물통에 담아 식혔다. 오늘 식사는 이것으로 대신했다.




오늘은 정말 힘들었다. 무리를 한 탓에 왼쪽 발 뒤꿈치에는 물집이 또 생겼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오후, 18인실에 9명이 투숙했다. 어쩌다가 한 두 명 머물고 간다는 이곳에도 순례자가 넘쳐났다.




빨래를 확인하러 나갔더니 내 빨래들이 그늘로 옮겨져 있었고 그 자리에 자신의 빨래를 널고 있는 어느 서양인이 있었다.

불쾌지수 높은 날인 데다 내 속옷까지 만진 것에 짜증이 나서 왜 그랬냐고 하니 빨래가 거의 마른 것 같아서 옮겼단다.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 듯한 반응이라 그냥 걷어와 버렸다.




나는 방금 전에 청소를 마친 바닥이라 하더라도 발이 닿는 바닥에 빨래를 쌓아놓고 정리하지 않았다.

운동하는 셈 치고 선 채로 옷걸이에서 다 마른 옷을 하나씩 빼내어 정리해서 갖다 놓고 와서 다시 반복한다.

기껏 깨끗하게 빨아서 언제 청소했는지도 모를 바닥에 빨래를 쌓아두고 개는 사람을 보면 그게 그렇게 이해되지 않았다.

본인의 집에서는 빨래 개는 걸 그렇게 싫어하면서 내 집에만 오면 굳이 도와주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싫었다.

만지는 게 싫다고 하면 내 성격이 이상하다고 하며 억지로 빨래에 손을 대기도 하는데 그러면 빨래를 다시 하기도 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이 나의 이런 면을 못 견뎌하고 나는 또 그런 상황이 힘들었기에 누군가의 방문이 있을 때는 세탁기를 돌리지도 않았거니와 빨래가 걸려있을 때는 누군가를 부르지도 않았다.

설거지도 남에게 시켜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내 집이 아닌 곳에서는 나름 일반적인 룰을 따라주려고 하지만 오늘 이 상황에선 모난 돌이 되고 말았다.




따르다호스 가는 길에 주웠던 모자를 잠깐 2층 침대 위에 올려 두었는데 베드버그 한 마리가 기어 다녔다.

이곳도 매트리스 커버의 상태가 엉망이라 누구의 베드버그인지 모르겠다.

배낭은 언제쯤 처리할 수 있을까? 뜨거운 태양이 있을 때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나 남은 단층 침대에 침낭을 깔았다. 오늘도 무더운 밤이다.




Castrojeriz→Población de Campos 28.5km

○Castrojeriz (806M)
■Itero del Castillo(788M) 1.2km
-Ermita de San Nicolas
-Puente de Itero
●Puente Fitero San Nicolás (766M) 9.3km
《Palencia España》
●Itero de la Vega (770M) 1.8km
●Boadilla del Camino (782M) 8.2km
-Rollo Juridiscional
-Iglesia Nuestra Señora de la Asunción
●Canal de Castilla (789M) 4.9km
●Frómista (781M) 0.8km
-El Canal de Castilla
-Iglesia de San Martin
-Iglesia de Nuestra Señora del Castillo
-Iglesia de San Pedro
●Población de Campos (778M) 3.5km
-Iglesia Parroquial de la Magdalena
-Ermita de San Miguel

420.2km/775.0km




Albergue de Peregrinos Población de Campos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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