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rion de los C.→Calzadilla de la Cueza
Day 56.
Monday, June 19
모두 기부하고 떠나기 위해 스파게티 재료들을 모두 주방에 가져다 두었고, 마지막까지 망설였던 쌀도 내려놓았다.
길에서 주웠던 모자는 리셉션에 놓아두었고, 꼬마 와인병도 포기했다. 산미겔 맥주 한 캔만 챙겼다.
오늘은 17km 3시간 30분 걸리는 구간이라 7시 반쯤 출발했다.
까리온 데 꼰데스를 나서는 길은 산 소일로 수도원과 함께 쾌적한 초록의 즐거움을 준다.
또한 드넓게 펼쳐져 있는 밀밭 사이로 드문드문 나무들이 보이고 까미노가 그 나무들을 이어주는 것을 볼 수 있다.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에서 깔사디야 데 라 꾸에사까지 이르는 길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어떠한 마을이나 샘터도 없다.
이 구간은 까미노 프란세스 중 마을과 마을 사이의 거리가 가장 먼 구간으로 유명하다.
중간중간 만나게 되는 둥글거나 네모난 형태의 조그만 벽돌집은 이 지역의 오래된 건축물로 비둘기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도시를 지나는 까리온 강을 넘으면 까리온 데 꼰데스의 출구가 이어진다.
오래된 돌로 만든 다리를 넘으면 산 소일로 왕립 수도원을 지나게 된다. 이어 적십자사의 원형 건물을 지나게 되고 빨렌시아와 살다냐를 지나는 CL-615 도로와 만나게 된다.
여기에서 직진하면 N-120 도로와 다시 만나게 되는데 도로를 가로질러 포장길을 따라 이어지는 구간은 자동차가 거의 없어 걷기에 편하다.
계속해서 베네비베레 수도원의 오래된 흔적을 지나 비요띠야로 향하는 도로와 만날 때까지 밀밭과 버드나무 숲이 이어지면 상당히 편안하고 쾌적한 길을 걸을 수 있다.
이제 레데이고스로 향하는 길은 피곤함과 지루함 외로움이 함께하는 구간이다.
오른쪽으로는 멀리 산띠아고 데 꼼뽀스떼라로 향하는 고속도로가 보이고 포장도로를 지나서 로마시대의 까미노인 비야 아끼따나를 걷게 된다.
지루하고 외로운 이 길에는 수로를 건너기 전에 보이는 순례자 병원이 있었다는 표식이 전부다.
까미노 중간에는 오아시스라는 이름의 이동식 바르가 있어 간단한 음식을 먹고 쉴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문을 여는 시기가 일정하지 않으니 간단한 음식과 물을 준비해야 한다.
두 번째 운하를 지나면 가벼운 오르막길이 나오는데 여기에서부터 깔사디야 데 라 꾸에사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지만 깔사디야 데 라 꾸에사는 마을의 위치가 분지 아래에 있어서 아주 가까이 가기 전까지는 마을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 수 없다.
때문에 정신적으로 더욱더 지루하고 피곤한 길이 될 수 있다. 마을이 가까워지면 갑자기 황토색의 묘지 탑이 나타난다.
그렇게 내려놓았음에도 배낭 무게는 어제와 다를 바 없었다.
게다가 오늘은 시작부터 왼쪽 발꿈치가 너무 아팠고, 걸으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움찔거리게 되었다. 이게 무릎에 영향을 주었나 보다.
걷다가 순간, 무릎에서 쩍!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바지를 걷어올리고 확인하니 왼쪽 무릎 안쪽이 멍과 함께 퉁퉁 붓고 있었다. 만져도 아프고 걸어도 아팠다.
다리를 내디딜 때보다, 들어 올릴 때의 통증이 더 심했다. 마치 무릎 아래의 다리가 무릎에 매달려있는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걸어야 했다.
하루 더 머물다 출발했어야 했을까?
9시 20분쯤 간이 휴게소를 지나고 마지막 고속도로 진입로를 지나는데 푸드트럭이 있었다. 이 길에도 바르가 생겼으니 그 한국인 커플은 또 투덜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님 무시하고 준비 없이 걸었는지도 모르겠다.
돈만 있으면 걱정 없는 길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정보니 조언이란 것은 필요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드문드문 창고가 있으니 다음에는 바르 건물이 들어서 있을지도 모르겠다.
10시 50분쯤 대피소 같은 휴게소를 지나고 흙길이 돌길로 변하면서 길이 하얗게 보이는 세 번째 구간은 오르막 길 이후 주욱 평원이 이어진다.
내리막 즈음에 마을이 있어서 모르고 걸으면 무척 힘든 구간이 되기도 한다.
보이는데 가까워지지 않는 길이 있는 반면 이곳은 보이지 않아 힘들다가 갑자기 마을이 나타나는 곳이다.
12시쯤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대만인들은 사라졌다.
입구 쪽 침대 위층 34번 침대였다. 씻기만 하겠다던 의지와는 달리 모든 옷을 빨래하고 나니 13시다.
레몬맥주와 도리토스를 먹었다. 빨랫줄이 넉넉해서 우선 침낭을 햇볕에 널고 들어와서 레몬맥주 한 캔을 더 마셨다.
그런데 잠시 후 기계음이 들렸는데 그게 차양막을 치는 소리였나 보다. 빨랫줄은 천막 줄의 일부여서 순식간에 사라졌고 방해가 되는 내 침낭은 의자에 걸쳐지긴 했지만 바닥에 놓여있었다. 조금 더 깨끗하게 하려다 바닥 신세를 지는 상태가 되었다.
이제라도 침낭을 빨아서 널까 고민하다 차라리 배낭을 빨기로 했다. 혹시 몰라 비닐을 깔고 짐을 모두 꺼내다가 베드버그 한 마리를 잡았다. 마지막이길 또 빌어본다.
그다지 깨끗하게 빨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냥 한번 빨아서 널어보기로 했다. 방수가 되는 배낭에 물을 채워 넣고 흔들어 본다.
14시 반이니 아직 햇볕이 뜨겁길 빌었다. 물기가 마르고 뜨겁게 달구어지도록 차양이 없는 곳으로 배낭을 옮겨 널어두었다.
오늘도 너무 덥다. 옷은 다시 젖고 있었다.
빨래하던 수도에서 물을 떠다 전자레인지에 돌렸는데 락스 냄새가 났다. 빨래하면서도 났던 냄새인데 마셔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생수를 모두 마신 상태라 어쩔 수 없었다.
물을 데우고 다시 식히는 동안 산미겔 맥주를 마셨다. 그래도 갈증이 났다. 3캔이나 마셨는데 취하지도 않았다. 내일은 사아군에 도착하면 주스부터 사야겠다.
빨래를 걷어오니 땀이 줄줄 흘렀다. 그래서 또 샤워를 했다. 수건 말리기 귀찮아서 매번 찝찝한 상태로 참았는데 오늘은 침대 위쪽에 있는 유리창으로 햇빛이 들어와 더 더운 것 같았다. 실내온도가 30도를 넘었다.
배낭은 잘 마르고 있었지만 밤새 말렸으면 싶었더니 비가 올 거란다.
비 소식에 내일은 좀 더 편히 걸을 수 있으려나 싶었더니 무릎이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무릎의 통증이 심해져 발뒤꿈치의 통증은 느껴지지도 않았다. 내일은 짧게 걸을 수 있는 곳이 없는데 하루만 버텨주었으면 좋겠다. 몸이 끈적거려 또 샤워를 했다.
그리고 매트리스 옆을 기어가는 조그만 베드버그 한 마리를 또 잡았다. 짐은 지퍼 백에 들어있으니 비닐에 붙어있었던 모양이다. 알을 낳아도 벌써 여러 번은 낳았을 것 같아 배낭은 이미 회복 불가능한 상태인지도 모르겠다.
짐을 다시 살펴보고 매트리스도 열심히 관찰했다.
비가 오면 굳이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지만 알 수 없는 날씨인지라 일단 7시쯤 출발하기로 계획해 본다.
사람들은 늦도록 떠들 셈이지만 20시 난 자리에 누웠다.
Carrion de los Condes→Calzadilla de la Cueza 17.0km
○Carrion de los Condes (836M)
●Calzadilla de la Cueza (854M) 17.0km
-Iglesia Parroquial de San Martín
387.8km/775.0km
Albergue Municipal de Calzadilla de la Cueza -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