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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ino de Santiago #19

Santo Domingo de la Calzada→Belorado

by 안녕
Day 17.
Friday, June 12


종일 비가 온다는 소식에 늦잠을 자기로 했다. 룸 전체도 다 같이 느긋하게 자고 있었지만 아이비 일행은 5시에 이미 출발했다. 눈을 떴을 때 아이비가 놓고 간 밴드가 의자 위에 놓여있는 걸 보고 울컥했다. 어두운 데서 준비하고 떠나려면 정신없었을 텐데 그 와중에 잊지 않고 챙겨준 그 마음이 너무나도 고마웠다.

제일 걱정했던 등산화는 놀랍게도 잘 말랐다. 물기를 가득 품은 신문지를 빼낼 때도 이렇게 잘 말랐을 줄은 몰랐다. 고어텍스의 위대함을 다시금 느껴본다. 운동화였다면 습한 날씨에 하룻밤 사이 절대 마르지 못했을 것이다. 새벽에 신문지를 한번 바꿀까 고민하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어 그냥 포기했었는데 물을 머금어 축축해진 신문지만 빼냈더라도 정말 뽀송했을 텐데 조금은 아쉬웠다. 아직은 습한 느낌이 있어서 아직 마르지 않은 양말을 신었다.

주방에 들러서 파스타 소스를 챙기고 요거트를 먹고 물통에 주스를 채우고 간식을 챙겨서 8시쯤 출발했다.




짐을 빼냈는데도 레인 커버는 또 제대로 씌워지지 않았다. 대충 씌우고 걷는데 가는 내내 하늘이 불안했다. 하지만 이내 하늘이 맑아지더니 더워서 비옷을 벗었다. 레인커버 씌우느라 배낭에 넣지 못한 짐들을 배낭에 도로 집어넣고 손에 들었던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다시 비옷을 꺼내 배낭 위로 걸쳤다. 그렇게 소나기는 한차례 지나갔다.

마요르 거리를 따라 좁고 긴 직선도로를 걷다 보면 대성당을 오른쪽으로 두고 도시를 감싸고 있는 성벽 사이를 통과하게 되는데 이곳에서 오하 강을 건너야 한다. 이제 까미노는 악마의 유혹과 같은 N-120 고속도로와 평행하게 이어져 있다. 5km 정도로 이어진 이 길은 부드러운 흙으로 만들어졌으며 트럭의 소음이 심한 데다 과속하는 트럭에 의한 사고를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다 보면 까미노의 오른쪽으로 솟아있는 단순한 디자인의 십자가를 만나게 되는데 용감한 자들의 십자가다.

역사적으로 비옥한 그라뇽의 땅은 늘 다툼의 대상이 되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19세기 초반에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와 그라뇽이 두 마을 사이에 위치한 데에사 밭을 두고 싸운 것이었다. 마을에서 대표로 한 명씩을 뽑아서 목숨을 걸고 결투를 해서 이긴 쪽 마을이 땅을 차지하기로 정했다. 싸움에서 승리한 사람은 그라뇽의 마르띤 가르시아였다. 마을 사람들이 이 결투를 용감한 자들의 십자가 (Cruz de los Valientes)라고 부른 이유는 사람들이 이 사건을 기리기 위해 결투가 일어난 자리에 십자가를 세웠기 때문이다. 그라뇽에는 마르띤 가르시아의 이름을 딴 거리가 있으며 마을의 주일미사에서는 그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풍습이 남아있다.

계속해서 고속도로와 나란히 걷다 보면 자동차 도로와 이어지는 길이 나온다. 이 길이 그라뇽과 훨씬 가깝지만 가급적 이 도로를 피해서 좌측으로 꼬불꼬불 이어지는 농지를 따라 걷는 것이 안전하다. 10시쯤 라 라오하 주의 조용하고 오래된 마을인 그라뇽에 도착했다.




비옥한 토지에 둘러싸여 있는 Grañon (729M)은 라 리오하 주에서 까미노가 지나는 마지막 마을이다.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에 인접한 마을로 마리벨 언덕 위에 알폰소 3세가 세운 성벽의 보호를 받아 중세의 호황을 누렸던 마을이기도 하다. 특히 여름 몇 달 동안은 마요르 거리, 산티아고 거리, 라스 세르까스 거리 등을 거니는 순례자들로 인해 마을은 더욱 생동감이 넘친다. 마을의 오래된 거리를 거닐고 산 후안 바우띠스따 성당(Iglesia de San Juan Bautista)을 방문해 보자.

하이킹이나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로스 후디오스 소성당(Ermita de los Judios)에 가보는 것도 좋다. 이 성당은 마을 남쪽의 비야르따-낀따나 도로와 모랄레스-꼬르뽀랄레스 도로의 교차점 근처에 있다.

그라뇽 남쪽 인근에는 Ermita de Carrasquedo가 있는데 상쾌한 숲 안의 산책로부터 성당까지 걸어갈 수 있다.

또한 그라뇽에는 매력적인 먹을거리가 넘쳐나는데, 그 중에서 전통 음식인 그라뇽식 감자요리(Patatas a lo Grañon), 마늘 수프(Sopa de Ajo), 그라뇽식 순대(Morcilla de Grañon)를 추천 할만하다. 8월의 마지막 주에는 감사의 축제(Fiesta de Gracias)가 열리는데 축제 기간에 마을 사람들은 그라뇽식 감자요리를 준비해서 모두 함께 먹는다.

축제 기간엔 ‘까라스께도 성당 후원회’(Amigos de la Ermita de Carrasquedo)의 주관으로 산 후안 바우띠스따 성당에서 빛과 소리의 축제가 열린다. 그라뇽 역사의 주요 에피소드를 연극으로 보여주고, 까미노 데 산띠아고와 관련된 이야기도 나오며 마지막으로 빛과 소리가 어우러져 주제단화를 비추면서 마무리된다.

용감한 자들의 십자가
역사적으로 비옥한 그라뇽의 땅은 늘 다툼의 대상이 되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19세기 초반에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와 그라뇽이 두 마을 사이에 위치한 데에사 밭을 두고 싸운 것이다. 마을에서 대표로 한 명씩을 뽑아서 목숨을 걸고 결투를 해서 이긴 쪽 마을이 땅을 차지하기로 정했는데 싸움에서 승리한 사람은 그라뇽의 마르띤 가르시아였다. 마을 사람들은 이 결투를 ‘용감한 자들의 십자가’(Cruz de los Valientes)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사람들이 이 사건을 기리기 위해 결투가 일어난 자리에 십자가를 세웠기 때문이다. 그라뇽에는 마르띤 가르시아의 이름을 딴 거리가 있으며 마을의 주일미사에서는 그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풍습이 남아있다.




마을 입구에서 화살표는 계단으로 이어져 있는데 올라가면 바로 식수대가 있어서 사과를 씻어먹었다. 스페인의 조그만 사과에 푹 빠졌다. 새콤달콤 할 뿐 아니라 한 번에 먹기 좋은 사이즈라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일반 사과는 너무 커서 한 번에 먹기에 벅찰 때가 많았다.

그라뇽은 라 리오하의 포도밭이 선사하는 마지막 즐거움을 주는 곳이다. 마을의 레스토랑과 바에는 그라뇽 전통의 매력적인 음식이 가득하며 버터가 풍부한 둥근 케이크인 그라뇽의 빵을 파는 빵 가게와 마그다레나스라고 부르는 과자를 파는 빵 가게가 있다. 마을 중심의 마요르 거리를 따라 성당 옆의 샘터를 지나 마을을 빠져나오니 언덕 아래로 밀밭이 펼쳐진 예쁜 길이 이어져 있었다. 하지만 끝없이 펼쳐진 바로 그 길을 따라 지평선까지 걸어야 했다. 마을을 나서자 하얀 고양이 한 마리가 배웅을 해준다.

마요르 도로의 끝까지 걸어오면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고속도로와 평행하게 이어져있는 까미노를 따라 걸어가면 라 라오하 주와 부르고스 주의 경계를 만나게 된다. 표지판에는 까미노를 걷는 순례자를 위해 쓰인 듯한 “나는 어디를 가든 항상 앞을 향해 나아갑니다.”라는 글을 보게 된다. 생장 삐에드뽀르에서 출발한 순례자는 나바라와 라 리오하를 거쳐 드디어 부르고스에 들어가는 것이다.




BURGOS
부르고스 지방은 유럽 인류의 발상지이다. 인류의 여명기부터 시작해서 로마시대까지 부르고스엔 늘 인구가 많았다. Clunia (현재의 Coruna del Conde)에는 9,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로마 시대의 극장이 있으며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인류의 흔적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모 안테세소르’의 유적지가 아따뿌에르까 산에 남아 있다.

또한 이곳은 까스띠야 왕국이 탄생하기도 했으며 까스띠야어로 쓴 첫 번째 서사시인 ‘엘 시드의 노래’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부르고스 출신인 산 후안 데 오르떼가는 순례자들을 위해 다리를 건설하고 길을 뚫었다. 그가 만든 다리와 길을 통해 수많은 건축과 예술 양식이 전해졌다.

로마네스크 영향이 가득한 이 길을 지나다 보면 오냐, 까르데냐, 산 뻬드로 데 아를란사, 산또 도밍고 데 실로스의 아름다운 수도원을 만나게 된다. 감동적일 정도로 아름다운 고딕 양식의 부르고스 대성당, 라스 우엘가스 수도원을 볼 수 있다. 건축물들과 함께 올모스 알보스, 올미요스 데 사사몬에는 성곽이 있고 프리아라는 마을에는 거대한 바위 벼랑 위에 있는 집이 다른 곳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신비로운 풍모를 풍긴다.

부르고스 주의 전통 축제로는 까스뜨리요 데 무르시아의 꼴라초 축제가 있다. 이 축제에서는 눈에 띄는 의상으로 꾸민 남자가 어린아이들이 누워 있는 매트리스 위를 뛰어넘는다. 이 행사의 의미는 어린이들을 질병에서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종교 축제로는 부활절 행렬인 비아 끄루시스가 있다. 뽀사 데 라 살의 축제 기간에는 닭과 토끼 주변에서 춤을 추는 전통 무용 에스까레떼를 볼 수 있으며 프리아스에서는 성 요한 축일에 남자 네 명, 여자 한 명이 추는 까삐딴을 만날 수 있다.

알라바와 비스까야 경계에 있는 산띠아고 산은 아름다운 자연미를 뽐낸다. 저지대엔 떡갈나무 숲, 고지대엔 소나무와 너도밤나무 숲이 울창하고 독수리, 멧돼지, 담비, 살쾡이 등이 서식합니다. 부르고스 지방의 북서쪽 에브로 계곡엔 200미터 깊이의 낭떠러지, 너도밤나무 숲에 숨어 있는 뻬냘 라드로스 폭포, 바스꼬 지방과 경계에 있는 네르비온 협곡, 석회암으로 형성된 오호 과레냐 동굴 등이 있다.

부르고스 지역을 지날 때에는 전통 수공예품을 구입할 수 있다. 벨로라도에서 만든 섬세한 가죽 옷, 부르고스의 포도주 술통, 아란다 데 두에로의 아름다운 도자기 작품 등이 있다. 부르고스의 전통 음식으로는 고기를 넣고 끓인 부르고스 식 수프, 이베아스 데 후아로스의 붉은 콩 요리, 라스 메린다데스의 쇠고기 요리, 아란다 데 두에로의 양젖, 비야르까요의 유명한 소시지, 우리나라의 순대와 흡사한 부르고스식 모르시야, 양젖으로 만든 치즈 등이 있다. 이 음식에 리베라 델 두에로의 포도주를 곁들이면 좋다.




이제 푸른 포도밭은 서서히 사라지면서 서부영화에 나올법한 까스띠야의 들판이 펼쳐진다. 부르고스의 첫 번째 마을 레데시아 델 까미노로 들어가기 위해서 다시 N-120 고속도로를 건너야 한다. 11시 반쯤 도착했다.




Redecilla del Camino (742M)는 부르고스 지방에 들어와서 만나게 되는 첫 번째 마을이다. 까미노 때문에 발달한 전형적인 마을이며 마요르 거리에는 마을의 문장이 장식된 시골 풍 벽돌집이 늘어서 있다.

마을의 성당에는 스페인 로마네스크 미술의 보물이라고 불리는 세례반이 있다. 과거부터 이곳은 중세 프랑크 왕국의 중요한 점령지여서 많은 순례 객들로 항상 붐볐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이 마을에는 순례자를 위한 병원이 두 개나 있었다. 8월 16일은 성 로께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고 8월 말에는 아야고 성모의 순례를 기념하는 축제가 벌어진다.

Iglesia de Nuestra Señora del Camino
까미노의 성모 성당은 11세기에 만들어진 로마네스크 양식 성당으로 17~18세기에 재건축되어 로코코 양식의 제단화와 가구 그리고 아름다운 세례반이 있다. 이 아름다운 로마네스크 양식의 세례반은 11세기 작품으로 비잔틴과 모사라베 양식의 영향을 받았다. 여섯 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진 기단부와 세례반 둘레에는 도시 모양이 장식이 되어 있다. 여기에는 하느님의 도시인 천상의 예루살렘이 요새 같은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다. 세례를 받음으로써 하느님의 도시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 스페인 로마네스크 미술 중 가장 흥미로운 작품이다. 반원형 탑과 삼각형으로 튀어나온 휘장으로 덮여있는 전망대 등도 천상의 예루살렘을 표현한 것이다.

마요르 거리는 마을 입구의 Centro de información을 거쳐 알베르게와 성당으로 이어진다. 까미노를 따라 마을 출구로 나오면 고속도로를 횡단해야 한다.




Castildelgado (770M)는 밀과 채소가 자라는 비옥한 땅과 산 훌리안 강가의 검정 버드나무 숲 사이에 자리 잡고 있으며 화려한 과거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깜뽀 성당과 눈부신 궁전은 이곳에서 태어난 역사적인 인물들을 떠올려주며 순례자의 병원은 몇 백 년 동안 이곳을 지나간 순례자들의 고난을 떠올리게 해 준다. 원래 이 마을의 이름은 Villapun이었다. 16세기에 베르베라나 백작 가문이 여기서 시작되어 루고와 하엔의 주교였던 Don Gonzalo Gil Delgado를 기리면서 마을의 이름을 가스띨델가도로 바꾸었다. 8월 5일과 6일에는 성 아구에다를 기리는 행사가 펼쳐진다.

Ermita Santa María la Real del Campo
산따 마리아 라 레알 델 소성당은 중세에 순례자를 위한 병원에 딸려있던 부속 성당이며 18세기의 현관이 아름답다.

Iglesia Parroquial de San Pedro
산 뻬드로 교구 성당은 16세기에 만들어진 후기 고딕 양식의 성당으로 아름다운 봉헌화와 조각, 유화 등이 보존되어 있다. 특히 성모 마리아가 무릎에 예수를 앉힌 13세기 성모상이 돋보인다. 성당에는 루고와 하엔의 주교였던 돈 프란시스코 델가도의 무덤이 있다.




마을 중심의 작은 광장을 가로지르면 다음 마을인 비로리아 데 리오하로 향하는 고속도로와 나란히 걷게 된다. 짧은 오르막길이자 걷기 편한 농로를 따라 쉽게 마을에 들어설 수 있다. 30분 정도 까미노를 따라 오르다 보면 어느새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 성인이 태어난 곳으로 순례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비로리아 데 리오하에 도착하게 된다.




산띠아고 길을 사랑하는 순례자라면 꼭 들러야 할 마을인 Viloria de Rioja (801M)는 마을의 주민은 백 명이 채 안되며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모든 순례자들에게 친절하다. 또한 스페인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가 태어난 곳이다.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는 1019년 5월 12일 비로리아 데 리오하에서 태어나 1109년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에서 90세에 사망했다. 그는 까미노에 다리를 축조하고 길을 닦고 병원을 설립하는 등 산띠아고로 가는 순례자를 위해 평생을 살았다. 순례자라면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의 생가 유적과 그가 세례 받은 세례반을 둘러보는 것이 좋다. 5월 12일 마을에서는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를 기리는 축제가 열린다.

Iglesia Parroquial de la Asunción de Nuestra Señora
고딕 양식으로 건축된 성모승천 교구 성당에는 까미노의 성인인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가 세례를 받았던 로마네스크 양식의 세례반이 있다.




마을로 들어오기 위하여 잠시 고속도로와 떨어졌던 까미노는 느슨한 내리막을 통하여 고속도로와 다시 가까워졌다. 오늘은 빗길이라 고속도로가 편했는데 차도에 독사 한 마리가 죽어있었다. 흙길에서도 안 보이던 뱀이 여기까지 왜 왔을까? 오는 동안 소나기는 네 차례 더 지나갔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비옷을 계속 입고 있으려고 했지만 잠깐이라도 해가 비치면 푹푹 찌는 날씨가 되어 비옷을 벗어야 했다.




Villamayor del Río (793M)는 벨로라도와 같은 마을이었다가 18세기에 새로운 마을로 분리되었다. 바쁘게 까미노를 걷는 순례자라면 벨로라도의 분주한 삶으로 들어가기 전에 몸과 마음에 휴식을 취하고 숨을 가다듬기에 최상의 장소다. 시원하고 깨끗한 샘과 잎이 무성한 나무의 그늘, 고요함 등은 도시의 긴장감에서 벗어나도록 해준다. 조용한 이 마을에도 매년 9월 1일에는 산 힐을 기리는 축제가 열린다.

Iglesia de San Gil
산 힐 성당은 과거에는 벨로라도에 속한 위치에 있었는데 18세기 중반에 마을이 분리되며 비야마요르 델 리오의 주요한 건축물이 되었다.




마을의 수호성인인 산 힐을 기리는 성당을 지나면
까미노는 마을의 왼쪽으로 이어진다. 순례자는 다시 고속도로를 오른쪽으로 두고 나란히 걷게 된다. 까미노는 부드러운 내리막길을 따라 벨로라도의 공장지대가 나타날 때 고속도로를 향한다. 소나무 언덕 옆의 조용한 산책로를 통해 성당 건물과 묘지를 지나 벨로라도에 들어가게 된다.




Belorado (775M)는 띠론 강변에 위치한 도시로 벨로라도라는 이름의 어원은 아름다움이라는 단어에서 왔다. 벨로라도의 성당, 까미노 길이 지나가는 마요르 길의 문장으로 장식된 집, 나무로 만든 간주가 돋보이는 집, 마요르 광장에 면한 테라스가 있는 집들은 특유의 아름다움 뽐낸다. 중세의 기독교 왕국들이 서로 차지하고자 경쟁이 치열했던 풍요로운 이 도시는 과거 까스띠야 백작령, 나바라 왕국, 레온과 까스띠야 왕국의 영토였다. 벨로라도는 상업이 발달했던 도시로 특히 모피 제조 산업이 발전하였고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가 벌어진다. 1,000년경에 하늘에서 불이 비처럼 쏟아져 온 도시를 휩쓸었다는 전설이 있으나 이후 이 도시는 마치 불사조처럼 살아나 활력으로 가득한 곳이 되었다.

벨로라도에서는 다양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제품의 질과 다양성에서 볼 때 가죽제품이 좋다. 이 지역의 유명한 채소와 강낭콩 요리도 지친 순례자의 하루를 풍성하게 해 준다. 띠론 강변의 델 소또와 델 비베로 식당이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Cueva de San Cabras에 까쁘라시오 성인상이 보존되어 있었으나 현재는 산 니꼴라스 성당에 있다.

Iglesia de Santa María
산따 마리아 성당은 16세기에 만들어진 건축물로 고딕 양식의 아름다운 성모상과 순례자 산띠아고, 이슬람인들을 죽이는 산띠아고상이 보존돼 있다.

Iglesia de San Pedro
산 뻬드로 성당은 아름다운 파이프 오르간이 있는 17세기 성당이다.

Convento Nuestra Señora Bretonera
브레또네라 성모 수도원은 클라라회 수녀들이 있는 16세기의 건축물이다.

비또레스 상인의 전설
벨로라도와 세레소 데 리오띠론에는 두 마을의 수호성인인 비또레스 성인에 관한 전설이 전해온다. 성인은 사라센 인들에게 참수당해 머리가 땅에 떨어져서 3일 동안 살아 있었다고 한다. 이 광경을 본 사라센인들이 감복하여 개종했다고 전해진다.




수시로 내리는 비 때문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계속 걸어서 발뒤꿈치가 욱신거렸다. 마침 마을 입구에 5€를 써붙인 알베르게가 보였다. 하지만 마을 초입이라 내일을 위해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6€ 공립은 지나치고 같은 금액이라는 깐또네스에 갔더니 7€란다. 많은 사람들의 입소문에 의해 대부분이 이곳에 묵는다는데 그래서 가격이 오른 것일까? 4층에 짐을 풀었다. 커다란 방에 2층 침대가 빼곡히 들어선 다락방 같은 분위기였다.

프랑스 세 자매, 캐나다 제인, 타이완 아이비 일행도 여기에 머물고 있었다. 아이비에게 다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걷는 중간에 충분히 쉬면서 걸어오면 알베르게에 자리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녀들은 새벽에 일어나 걷고 충분히 여유를 즐기면서 걷는 것 같았다. 식사는 대부분 사 먹으니 짐도 가벼웠다. 무거워도 들고 다니며 직접 해 먹는 내가 무모한 것일까 잠시 고민해 본다.

샤워하고 알베르게를 둘러보는데 H와 J가 보였다. 여기 더블룸에 묵고 있단다. 그녀들이 주고 간 볼로네즈 소스를 챙겨서 주방으로 갔다. 그녀들은 무거워서 버리는 셈 치고 나에게 주었을 테지만 어쨌든 같이 먹으려고 했더니 이미 참치찌개를 먹었단다. 혼자 파스타를 만들어 먹고 커피 대신 홍차를 마셨다.

계속 식탁에 앉아서 얘기를 나누는데 그녀들은 바게트 빵을 꺼내 먹었다. 그러다 절반 이상 남은 빵을 들고 일어서더니 쓰레기 통에 버린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버리면 안 되는 거라 생각하는 나에겐 충격이었다. 주방에 놔두면 누군가는 먹을 텐데 왜 아깝게 다들 그냥 버리는 거지? 자기도 안 먹을 거니 남도 안 먹을 거라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배고픈 누군가에겐 분명 절실한 한 끼가 될 수도 있었을 테지만 각자의 생각이 다를 테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후에도 비는 오다 그치기를 반복했다. 빨래하는 곳이랑 베란다가 딸린 룸에 건조대가 없어서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건물 밖으로 빨랫줄이 매달려 있었다. 그래도 오늘은 포기다.

저만치 떨어진 뒷마당에 작은 수영장이 보였다. 왜 항상 비 오는 날에만 수영장을 만나게 되는 걸까.




Santo Domingo de la Calzada→Belorado 22.7km

○Santo Domingo de la Calzada (645M)
●Grañon (729M) 6.9km
-San Juan Bautista Hospital de Peregrinos
-Cruz de los Valientes
《Burgos》
●Redecilla del Camino (742M) 4.0km
-Iglesia de Nuestra Señora del Camino
●Castildelgado (770M) 1.8km
-Ermita Santa María la Real del Campo
-Iglesia Parroquial de San Pedro
●Viloria de Rioja (801M) 2.0km
-Iglesia Parroquial de la Asunción de Nuestra Señora
●Villamayor del Rio (793M) 3.1km
-Iglesia de San Gil
●Belorado (775M) 4.9km
-Iglesia de Santa María
-Iglesia de San Pedro
-Convento Nuestra Señora Bretonera

539.4km/775.0km




Albergue de Peregrinos Cuatro Cantones -7.00€




요거트, 오렌지주스
사과
볼로네즈 파스타, 홍차
(볼로네즈, 면, 맥주, 프라이드 콘, 견과류)


Cochina

Refrigerador

WI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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