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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ino de Santiago #20

Belorado→San Juan de Ortega

by 안녕
Day 18.
Saturday, June 13


내일 부르고스까지 한 번에 가는 게 힘들까 봐 오늘은 비야프랑까 몬떼스 데 오까에서 자고 모레쯤 부르고스에 갈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이틀 여정을 세 번에 나누어 가더라도 일단 오늘은 산 후안 데 오르떼가까지 가기로 했다. 7시쯤 출발했다.




벨로라도에서 또산또스를 거쳐 에스삐노사 델 까미노에 이르는 구간은 아주 완만한 구릉이 이어지는 평야지대다.

오늘은 거리가 길지 않은 대신 해발 고도를 400M 가까이 올라야 하는 부담이 있으므로 평소에 비해 조금 일찍 여정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삼각형 모양의 마을인 벨로라도를 관통하는 마요르 길을 따라 걸으면 브레또네라 성모 수도원이 오른쪽에 보인다. 수도원을 따라 내려오면 N-120 고속도로를 만나게 된다. 고속도로를 가로질러 띠론 강 위를 지나는 다리를 넘으면 그때부터 고속도로를 오른쪽에 두고 나란히 이어져있는 까미노를 걸으면 된다.

기다란 대도시의 거리(누에스뜨라 세뇨라 데 라 브레또네라의 수도원은 오른쪽에 위치)는 N-120 고속도로와 다시 이어지며, 이곳에서 띠론 강을 넘어가는 보행자 다리로 가기 위해 도로를 건너간다.

주위를 가득 메우고 있는 아름다운 밀밭을 따라 길을 걸으면 주유소가 나오며 왼쪽으로 산 미겔 데 뻬드로소(San Miguel de Pedroso)로 빠지는 샛길이 나온다.

길을 지나쳐 약 30분쯤 좁은 까미노를 걷다 보면 왼쪽으로 쉼터와 작은 샘물이 나온다. 흐린 날씨라 덥진 않았지만 끝없는 길이 이어졌다.

이제 오까산의 굽이치는 풍경 안에 자리 잡은 조그만 마을인 또산또스가 바로 눈앞에 있다. 까미노를 따라 오른쪽으로 마을에 진입하면 바로 또산또스다.

한 시간쯤 지나 도착한 마을에는 오래되었지만 상냥한 알베르게가 있다. 또산또스의 입구에서 정면에 보이는 거대한 돌산에는 몇 개의 동굴이 뚫려있으며 가운데에 소박하고 단순한 모양의 소성당이 보인다. 라 뻬냐 성모의 바위 위 성당으로 또산또스에서는 매년 9월 8일 뻬냐의 성모를 기리는 축제를 연다.




무성한 풀로 덮인 언덕이 있는 Tosantos (821M)는 오까 산의 굽이치는 풍경 안에 자리 잡은 조그만 마을이다. 커다란 떡갈나무가 많으며 오래된 알베르게가 있다.

마을 입구에서 정면에 보이는 거대한 돌산에는 몇 개의 동굴이 뚫려있는데 가운데에 소박하고 단순한 모양의 소성당이 보인다. 거대한 바위를 파내어 만든 신비롭고 아름다운 성당인 라 뻬냐 성모 성당이다. 매년 9월 8일 또산또스에서는 라 뻬냐 성모를 기리는 축제가 열린다. 사라센인들에게 성모상을 지키기 위해 동굴 안 종 밑에 숨겨놓았다는 전설이 있는데 오랫동안 그 흔적을 찾지 못하였다가 동굴이 성소가 되면서 발견되었다.

Ermita de Nuestra Señora de la Peña
라 뻬냐 성모 소성당은 바위를 파서 만든 소박한 성당으로 12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모상을 기리는 의식을 드린다.




까미노는 마을 뒤쪽의 출구로 이어진다. 고속도로를 오른쪽에 두고 점차 멀어지면서 아름다운 밀밭 사이의 산책길을 20분쯤 걷다 보면 어느새 밀밭 사이로 비얌비스따 성당이 보인다. 이곳은 특별한 이야기도 레스토랑이나 바와 같은 서비스도 없다. 이 초라하고 조그만 마을의 샘터를 지나 에스삐노사 델 까미노로 향한다.

까미노는 다시 밀밭 사이로 이어지며 약 1km 후 공원을 오른쪽으로 끼고 고속도로를 건너가다 보면 왼쪽으로 마을이 보인다.

에스삐노사 델 까미노에는 전원풍의 아름다운 목조건물들이 특색을 이루는 마을로 은퇴한 스페인 노인들이 여생을 보내기에 적합해 보이는 평화로운 모습이다.




Espinosa del Camino (897M)는 부르고스 지역의 전통 가옥과 대중적인 건축물을 감상하기에 좋은 곳이다. 이곳은 전원풍 목조 건축물이 많으며 그중에는 아름답고 화려한 문장으로 장식된 것도 있다. 전원풍의 목조 건물들이 특색을 이루는 마을로 은퇴한 스페인 노인들이 여생을 보내기에 적합해 보이는 평화로운 모습이다. 에스삐노사 델 까미노는 8월 15일에는 성 로께의 성모를 기리는 축제가 열린다.

Iglesia Parroquial de la Asunción de Nuestra Señora
성모승천 교구 성당 건물 대부분이 르네상스 양식으로 건축되었다. 설화석고로 만든 현관과 처마 장식에서 성 인달레시오를 표현한 12세기의 채색 조각상을 볼 수 있다.




마을의 출구는 성모승천 성당을 오른쪽으로 두고 이어져있으며 왼쪽으로 바르셀로나의 은퇴한 사업가가 운영한다는 사설 알베르게를 볼 수 있다.

순례자는 지난 며칠간의 여정과 같이 N-120 고속도로와 나란히 도로의 오른쪽을 따라 이동해야 한다. 에스삐노사 델 까미노에서 비야프랑까 몬떼스 데 오까에 이르는 까미노는 다행스럽게도 고속도로와 떨어지게 된다. 순례자는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평안함과 호젓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순례자에 비해 중세의 순례자에게 이 길은 악몽과 같았을 것이다. 오까산에 숨어서 순례자의 지갑과 목숨을 노리는 산적과 늑대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까미노는 계속 밀밭 사이로 이어지고 언덕에 올라서면 멀리 비야프랑까 몬떼스 데 오까가 보인다.

10시 반쯤 내리막을 내려오다 부르고스를 만든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는 돈 디에고 로드리게스 뽀르셀로스 백작이 말년을 외롭게 보낸 산 펠리세스 수도원의 유적을 만나게 된다. 처음엔 움막인 줄 알고 그냥 지나칠 뻔했다.

Monasterio de San Felices de Oca
9세기경에 만들어진 산 펠리세스 데 오까 수도원은 비야프랑까 몬떼스 데 오까를 1km 남겨둔 까미 노위에 세워졌다. 모사라베 양식으로 만들어진 이 오래된 수도원에서 현재 남아있는 것은 서고트 양식을 따른 발굽 모양의 아치와 소성당의 잔해뿐이다. 이 수도원은 부르고스 시를 세운 돈 디에고 로드리게스 뽀르셀로스가 영원히 잠든 곳이라고 한다.

이내 고속도로와 만나 오까 강을 건너서 11시쯤 비야프랑까 몬떼스 데 오까에 도착했다. 이 마을은 1075년 알폰스 6세에 의해 까미노의 순례자를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전해지며 그 일환으로 부르고스 주교의 거처를 옮겼다고 한다. 마을의 알베르게는 오래된 학교를 개조하여 사용되고 있으며 14세기에 만들어진 산 안또니오 수도원장 병원은 닫힌 채로 세월의 무상함을 보여주고 있다.




Villafranca Montes de Oca (949M)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 크리스탈 같은 개울, 노루와 늑대의 은신처가 되는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곳은 로마 시대에는 아우까로 불렸으며 주교가 살던 곳이었다.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와 부르고스의 중간인 이 마을에는 신비로운 전설과 많은 전통이 남아 있다.

오까 산은 오랫동안 순례자들을 노린 도둑들이 들끓던 곳이었다. 전설에 따르면 이곳에서 한 순례자가 도둑에게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빼앗기고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슬픔에 잠긴 순례자의 부모가 간절하게 야고보에게 기도를 올리자 다시 살아났다고 한다.

실제로 도메니꼬 라피라는 이름의 순례자는 이곳 오까 산의 숲에서 길을 잃어 오랫동안 빠져나올 수 없었는데 숲에서 나는 버섯을 먹고 간신히 살아남았다고 한다. 비야프랑까 몬떼스 데 오까에서는 이곳의 명물인 Olla Podrida (썩은 냄비)라는 부르고스 식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마을의 근교에는 수령이 오래된 떡갈나무 서식지이면서 너도밤나무와 자작나무 숲이 있다.

Iglesia Parroquial de Santiago
산띠아고 교구 성당은 18세기 후반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으로 필리핀에서 가져왔다고 전해지는 거대한 조개껍데기로 장식한 세례반이 있다.

Ermita de la Virgen de la Oca
비야프랑까 몬떼스 데 오까에서 부르고스로 나오는 길에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함께 라 오까의 성모 성당을 볼 수 있다. 이곳의 샘에서 사도 야고보에서 서품 받은 아우까의 첫 번째 주교 성 인달레시오가 순교했다고 한다.

인달레시오 성인의 순교
라 오까 성모 성당 옆에는 성 인달레시오의 연못이라고 알려진 샘이 있다. 이곳에서 사도 야고보가 주교로 임명한 아우까의 주교 성 인달레시오가 순교했는데 성인의 피가 떨어진 곳에서 샘이 솟았다고 한다.

오까 산의 도둑
비야프랑까 몬떼스 데 오까에서 오까 산으로 가는 오르막길은 중세 때 순례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던 곳이었는데 도둑과 강도가 많았다. 납으로 만든 동전에 도금을 한 뒤 순진한 순례자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잔돈으로 바꿔달라고 하면서 가짜 돈을 주고 진짜 돈을 받는 사기를 치기도 했다. 그래서 이 길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었다.

“도둑질을 하고 싶으면 오까 산으로 가라.”




여기서 머물 것인지 더 걸을 것인지 벤치에 앉아 한참을 고민했다. 공립 알베르게가 5€인데 맞은편 산 안똔 호텔에 딸린 알베르게도 5€라 많은 사람들이 호텔 알베르게에서 머물곤 했다. 쉬고 싶은 마음이 들긴 했지만 간식을 먹으며 20분쯤 쉬고 나니 기운이 나서 다시 출발했다.

필리핀에서 가져온 조개껍데기로 장식한 아름다운 세례반을 가지고 있는 산띠아고 성당을 왼쪽으로 끼고 오래된 병원의 모퉁이를 돌아 까미노는 오까산을 향한 험한 비탈길로 이어진다.

비야프랑까 몬떼스 데 오까를 출발하기 전에는 충분한 휴식과 필요한 행동식 그리고 식수를 충분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 오까 산의 정상을 넘는 떡갈나무와 소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오르막 숲길과 목적지인 산 후안 데 오르떼가로 향하는 내리막길에서는 순례자를 위한 서비스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날씨가 좋지 않다면 마지막 구간의 일정을 조금 변경하는 것도 좋다. 오까산 숲 속의 날씨는 언제라도 시시각각 변하기 쉬우며 숲 속에서 길을 위험도 많아지기 때문에 날씨가 좋지 않다면 일정을 변경하는 것이 좋다.

숲 속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비가 쏟아져 내렸다. 비옷으로 무장을 하고는 있었지만 Fuente Mojapan 쉼터에서 잠시 비를 피했다. 전 마을에서 하루 머물고 내일 출발할 걸 그랬나 후회가 되긴 했다. 그칠 비가 아닌 것 같아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되었다. 떡갈나무와 소나무로 우거진 숲길을 한 시간쯤 걸으니 오른쪽으로 순례자 기념비가 보였다. 이 기념비는 1936년 이곳에서 살해된 순례자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지점에서 철책을 가로질러 내리막을 내려가면 조그마한 시내가 나온다. 그리고 다시 험하고 가파른 오르막 비탈길을 만나게 된다. 옆으로 고속도로가 나란히 보였는데 그 도로조차 가파르게 보였다.

떡갈나무로 된 거대한 숲을 통해 산의 정상을 오르면 거대한 고원지대를 만나게 된다. 온통 진창이 되어있는 길에 고인 빗물을 피해 이리저리 내달렸다. 온통 젖은 길뿐이라 배낭을 내려놓을 곳이 없어 쉴 곳이 마땅치 않아 계속 걷다 보니 어느새 길은 어렵지 않은 내리막 산책길로 변한다. 산 후안 데 오르떼가의 수도원이 이제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12세기~17세기를 거치면 만들어진 까미노의 가장 오래된 마을 중 하나인 산 후안 데 오르떼가의 까미노는 로그로뇨에서 부르고스를 지나는 자동차 전용도로와 만나므로 각별한 주위를 기울여야 한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많은 순례자들이 사고를 당하였고 까미노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킨 유네스코에서도 이 구간을 주의구간으로 경고하고 있다.




San Juan de Ortega (1,005M)는 12세기부터 17세기를 거치면서 교황과 주교, 왕과 귀족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까미노에서 가장 오래된 유적 도시다. 이들의 노력으로 스페인의 외딴 마을은 안전하고 쾌적하며 아름다운 공간으로 변했고 순례자들은 편히 쉴 수 있었다. 산 후안 데 오르떼가는 오래된 삼림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마을로 로마네스크와 고딕, 바로크 양식 등의 우아한 건물이 있으며 빛의 기적처럼 지금도 눈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적이 일어나는 곳이다.

Monasterio de San Juan de Ortega
산 후안 데 오르떼가 수도원은 12세기에 만들어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수도원이다. 건물 내부에는 복잡하게 장식된 주두가 눈에 띄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인정되는 고딕 양식의 천 개와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조각된 산 후안 데 오르떼가의 석관이 있다.

Capilla de San Nicolás
신앙심이 깊어 가톨릭 왕으로 불리는 이사벨 여왕이 1477년 수도원을 순례하고 감명을 받아 건축한 성당이다. 산 니꼴라스 소성당은 고딕 양식의 아름다운 둥근 지붕을 가지고 있으며 내부에는 16세기의 아름다운 철책과 길 데 실로에의 세공 작품을 볼 수 있다.

임신과 다산의 성인, 산 후안 데 오르떼가
산 후안 성인은 임신과 다산을 도와준다고 믿어져 왔다. 가톨릭 왕으로 불리는 이사벨 여왕도 이 성인의 무덤을 찾아와 경배하며 자신이 무사히 아기를 낳기를 기도했다. 기도가 끝나고, 여왕은 성인의 유해를 볼 수 있도록 돌로 된 석관을 열라고 지시했다. 성인의 무덤을 열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성직자와 수도사들은 망설였으나 결국 여왕의 고집으로 석관의 뚜껑을 열자 하얀색의 벌떼가 쏟아져 나왔고 여왕은 부패하지 않은 산 후안 데 오르떼가의 시신을 볼 수 있었다. 놀라움과 두려움에 떨던 여왕이 사람들을 시켜 관 뚜껑을 닫자 벌들은 다시 석관의 작은 구멍으로 날아 들어갔다. 여왕과 사람들은 이 벌들이 성인이 구원해 주기를 기다리는 태어나지 못한 영혼들이라고 여겼다.

빛의 기적
춘분(3월 21일)과 추분(9월 21일)은 선과 악의 상징이며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인데 이 날이 되면 산 후안 데 오르떼가에는 단순한 우연이라고 할 수 없는 신기한 현상이 성당의 주두에서 일어난다. 오후가 되면서 약 10분 정도 햇빛이 성당 주두의 부조를 비추는데 처음으로 그리스도가 태어날 것이라고 성모에게 나타난 대천사의 부조부터 시작하여 예수의 탄생, 예수를 경배한 동방박사, 목동들에게 예수가 태어났다고 알려주는 장면을 차례로 비추는데 첫 번째 부조에서는 성모는 천사가 아니라 주두를 비추는 빛을 바라보는 것처럼 보인다. 빛이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자연현상이자 잊을 수 없는 형이상학적인 경험인 이 현상을 ‘빛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15시쯤 산 후안 데 오르떼가에 도착했다. 수도원은 공사가 한창이고 수도원 건물에 딸린 알베르게로 들어갔다. 오늘은 볼로네즈 소스를 처치해야 해서 주방이 꼭 필요했는데 이곳엔 주방이 없단다. 아쉬움에 다른 알베르게를 찾아보려 했으나 알베르게는 여기뿐이란다. 아헤스까지 갈까 잠시 고민했으나 거긴 침대수가 적은 곳이라 지금 가면 잘 곳이 없을 테고 다음 마을도 같은 상황이다. 게다가 지금은 15시라 거기까지 무사히 갈 자신이 없었다. 또다시 무모한 짓은 하지 말자 싶어 알베르게로 다시 돌아와 등록을 했다.

1층 입구 신발장에 등산화를 벗어두고 슬리퍼로 갈아 신고 어둡고 낡은 계단을 올라갔는데 건물은 오래된 만큼 낡고 음침했다. 물론 맑은 날씨였다면 운치 있다고 느꼈겠지만 오늘은 너무나 추웠고 또 어두웠다.

4일째 비가 오고 있었고 오늘은 정말 추웠다. 샤워실이라고 적힌 문을 열고 나가면 2층 야외 복도로 이어져 있었다. 건물 중앙에 뚫린 마당이 나름 운치 있어 보이지만 그 마당을 빙 둘러싸고 있는 2층 난간을 따라가야 샤워실과 화장실이 있어서 추위는 어쩌지 못했다. 며칠 만인지 모르지만 장은 쉽게 비워냈고 더운물로 샤워하고 양말까지 갈아 신고 따뜻한 침낭 속으로 들어갔다. 이 침낭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모르겠다. 급하게 구입한 폴라폴리스 소재의 침낭은 가격이 싼 대신 무게는 1kg 가까이 된다. 잘 접어서 넣으면 부피는 줄어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빵빵해져 배낭의 맨 아래쪽 한 칸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다. 배낭이 유독 커 보이는 이유도 침낭 때문이기도 했다.

오며 가며 마주친 네덜란드 그녀가 옆 침대에 배정받았는데 다시 봐도 정말 예쁘게 생겼다. 뽀얀 피부에 금발인 그녀는 슬리퍼가 없는지 맨발로 누비고 다녔는데 씻지도 않고 그 상태로 침낭에 들어갔다. 그녀의 가방은 작았고 그나마도 거의 빈 것처럼 보였다. 뭐가 들어있나 싶었더니 가방에서 두꺼운 책을 꺼낸다. 이 길에서 책을 읽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했지만 그녀는 결코 부럽진 않았다. 나라면 책 대신 슬리퍼를 가져왔을 것 같다.

주방도 없고 띠엔다도 없으니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배를 채웠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마시는 맥주 한 캔은 소소한 행복 그 자체였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딱히 할 일이 없어 침대 매트리스에 빨래를 매달아 두고 20시 반쯤 눈을 감았다.




Belorado→San Juan de Ortega 23.7km

○Belorado (775M)
●Tosantos (821M) 4.7km
-Ermita de Nuestra Señora de la Peña
●Villambistia (855M) 1.9km
●Espinosa del Camino (897M) 1.6km
-Iglesia Parroquial de la Asunción de Nuestra Señora
●Villafranca Montes de Oca (949M) 3.5km
-Monasterio de San Felices de Oca
-Iglesia Parroquial de Santiago
-Ermita de la Virgen de la Oca
-Villa+Franco+Montes+Oca(Auca)
●Alto de la Pedraja (1,150M) 3.5km
-Fuente Mojapan
-Monumento de los Caidos
●San Juan de Ortega (1,005M) 8.5km
-Monasterio de San Juan de Ortega
-Capilla de San Nicolás

515.7km/775.0km




Albergue de San Juan de Ortega -7.00€




밀스틱, 견과류, 사과
맥주, 건자두, 다이제


WI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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