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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아, 이제 그만 멈추어 줄래? #36

당장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려고 영원한 지옥을 선택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by 안녕
선악과를 먹으면, 선과 악이 뒤엉켜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닐까?




캄보디아에서 봉사단체를 도와 페인트 통을 나르다가 손가락을 다쳤었다. 더운 날씨에 오래도록 부기가 빠지지 않아 통증이 상당했지만 내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혼자서 참아내다가 귀국했다.

캄보디아에서 요청한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만났던 지인이 아직도 병원에 가지 않고 있는 날 보곤, 남들 위해서는 돈을 그렇게 쓰면서 왜 정작 자신을 위해서는 인색하냐고 따졌다. 나중에 가보겠다고 버텼지만 결국 그를 따라 그날 병원을 가게 되었다.

정신건강의학과가 있는 건물에서 정형외과를 본 기억이 있어서 그곳으로 찾아갔다. 진료 대기 중에 대뜸 나에게 정신과 상담 한번 받아 보라고 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가 이 건물에 있는 병원이 회사 직원이 상담받으러 다니는 병원이라는 얘기를 했더니, 상담 잘하는 곳이냐고 물었다. 근처에 정신과는 이곳뿐이고 직장에서 가까우니 선택하지 않았겠냐며 다소 뚱하니 답했다.

그리고 한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그 병원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아마도 자신이 상담받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불면증 때문에 수면제 처방을 받았고, 밤마다 약에 의지하고 있다고 했다. 효과가 있냐고 하니 여전히 잠을 못 잔다고 답했다.

'듣지도 않는 약을 도대체 왜 먹는 거니?'

하루 이틀 정도가 아닌 여러 날에 걸친 불면증은,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나는 몸이 힘들거나 정신이 힘들면 눈부터 감았다. 그렇게라도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것은 어쩜 복인지도 모른다. 하루 이틀에 걸쳐 잠을 못 이룬 적은 물론 가끔 있었지만 그렇다고 약의 도움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 제일 염려가 되는 부분이 혹시 잠을 못 자면 어쩌나? 였다.

호르몬 치료를 받던 60일 기간 중에는 이유 없이 잠을 잘 수 없었다. 해가 뜨고 난 이후에는 지쳐서 잠들었고, 그렇게 서너 시간의 수면으로 버틸 수 있었다. 어쩌다 한 번씩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사나흘을 넘겨 본 적이 없었다. 그마저도 늦게까지 TV를 본다거나 스마트폰으로 작업하는 등의 나름 이유가 있는 경우였다. 아무리 피곤해도 낮잠은 피했고, 해가 떠 있는 경우에는 잠을 자지 않고 버텼다. 그래서 나름 불면증으로 고생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일주일째 잠을 자지 못했다는 그는 피곤해서 종일 누워있다고 했다. 나는 매일 출근해야 할 때는 잠을 자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지만 직장을 다니지 않으니 그게 스트레스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아니었던 모양인지 우울증보다도 불면증으로 인한 수면제 처방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던 것 같다.

담배를 끊는다기에 군것질 거리를 사 주며 나름 응원해 주었지만 그에게는 그 또한 스트레스였던 모양이다. 스트레스 탓에 우울증이 오고 불면증이 심해진 것 같았다. 스스로가 선택한 금연이었음에도 모든 걸 금연 탓이라며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기 싫어서 차라리 그냥 담배를 피우라고 했다. 체중은 늘어가고 육중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는 그 친구가 안타까웠다.

그 불면증은 직장을 그만둔 이후부터 생긴 거라고 했다. 하루 종일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늦게까지 안 자고 게임을 한다고 했다. 아침이 되면 졸리고 피곤하니 낮에라도 잔다고 했다. 낮잠을 자서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충고도 해보았지만 종일 집에만 있어도 피곤하다며 밤낮 가리지 않고 누워만 있다고 했다.

상담으로 인해 나아진 것 같지 않은데도 병원에 가서 도움을 받으라는 얘기를 자주 꺼냈다. 자신은 상당히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하지만 내가 볼 때는 아니었다. 게다가 한 번에 7만 원이나 하는 진료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 돈으로 차라리 다른 것을 하겠다며 거부했다.

그러자 자신의 약을 한 알 건네주었다. 약 같은 건 먹지 않겠다고 하니 왜 노력도 해보지 않냐며 성화였다. 순간 오기가 생겼다. '그따위 약'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꿀꺽하고 삼켰다. 그 약 한 알이 뭐라고!

그러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즐거워서 웃는 게 아니라 내가 그냥 웃고 있었다. 몇 시간을 계속 웃고 있었고 거의 반나절은 멈추지 않았던 것 같다.

너무 이상해서 무슨 약이냐고 따져 물었으나 끝내 답은 하지 않았지만 "먹으면 안 되겠다"는 소리를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 있었다. 우울증 약이냐고 물어보니 아니라고 했다. 무슨 약이냐고 다그쳐 물었지만 끝내 답이 없었다.

그 일은 꽤 충격적인 일이었고 그 친구와의 신뢰가 무너지는 계기가 되었다.

'도대체 나에게 무슨 약을 먹인 거니!'




그렇게 소식이 뜸하던 어느 날 새벽에 뜬금없이 전화가 왔다. 대부분 톡으로만 안부를 주고받았는데 전화를, 그것도 한밤중에 전화가 와서 왠지 이상했지만 그냥 전화를 받았다.

약간 취한 목소리라 술 마셨냐니까 아니라고 했다. 졸려서 그런가 보다고 생각하면서도 무언가 이상했다. 쓸데없지만 이런저런 얘기를 하길래 한참 동안 들어주고 있었다. 그러다 전화를 끊지도 않고, 이내 코 고는 소리가 들려서 내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그 후로도 그런 일은 가끔 있었다. 늦은 시간에는 전화하지 말라고 했지만, 전화는 여전히 걸려왔고 오죽하면 그럴까 싶어 전화를 받았다.

어느 날 톡이 왔는데 잘 지내고 있냐며 내 안부를 물었다. 통화를 그렇게 했는데 뜬금없이 안부인사냐고 하니 본인은 최근에 나와 통화한 적이 없다고 했다. 통화내역을 확인해 보라니까 그제야 자신의 폰에 남아있는 통화내역을 확인하고 당황해했다. 내가 통화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하지만 그는 더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늦은 시간에 전화하면 싫어하는데 내가 왜 전화하겠어?"

"그러니까 말이야. 이상했지만 오죽하면 네가 그 새벽에 전화했겠나 싶어서 전화를 받긴 받았지."

상황은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냥 해프닝으로 넘겼다.

그리고 얼마 후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졸피뎀의 부작용에 대한 방송을 보게 되었다. 졸피뎀을 처방받았던 제보자가 이상한 일을 겪었다고 했다. 다이어트를 하느라 저녁을 굶고 자는데도 아침이면 속이 더부룩하고 점점 살이 찐다고 했다. 자고 일어나도 피곤했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기는 기억하지 못하는 통화에 대해 전해 듣고는 집에 CCTV를 설치했다.

그 사람은 자다가 일어나서 군것질을 하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누군가와 한참을 통화했지만 정작 본인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일을 멀쩡한 사람처럼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어이없어했다. 그제야 통화내역을 확인하더니 실제 통화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상대방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묻자, 그냥 평소처럼 통화했다고 했다.

무언가 익숙한 내용이었다. 친구에게 확인하니 자신도 졸피뎀을 처방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졸피뎀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의사로부터 아무런 주의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수면제를 먹고도 잠을 못 잔다고 하니 의사는 몇 달에 걸쳐 졸피뎀을 처방해 주었고, 그래도 약이 듣지 않자 스스로 용량을 늘려갔다고 했다.

졸피뎀이 합법적이던 때였지만 그 위험성에 대한 얘기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 상황을 인지하고 졸피뎀 처방을 하지 않는 의사도 있다고 하니 무엇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 방송을 한번 보라고 했다.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오히려 처방받은 약을 먹고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고 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악마의 속삭임, 연쇄 사망 사건의 범인은 누구인가?'는 '연예인 자살, 누구도 말하지 못한 이야기' 편에서 보도한 이후, 졸피뎀 계열 수면제 중독자의 실태를 고발하고 졸피뎀이 아직도 커다란 의심 없이 처방되는 현실을 고발하는 두 번째 보도였다.

첫 번째 사례는 2016년 1월 21일에 일어난 한 일가족 살인 사건이다. 이 사건은 40대 가장 최 씨가 아내와 자녀들을 슬레지해머로 끔찍하게 살해하고 자신은 투신자살한 사건인데, "내가 아내와 가족을 죽였다."는 남자의 신고를 받고 최 씨 집으로 출동했으나 이미 가족은 전부 다 사망한 뒤였고, 최 씨는 경찰에 자진신고를 한 직후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아파트에서 투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살해당한 부인과 딸에게는 수면제 성분이 검출되었으며 최 씨 본인에게도 졸피뎀과 알코올 성분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주변인과 부부간의 돈 문제나 가정 재정 문제 때문에 일어난 거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실제로도 최 씨 지인 중 한 명이 "최 씨 아내가 사업 문제로 돈 관련 트러블이 있었다"라고 최 씨에게 들은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일어나는 가족 살인 문제의 원인으로 가장 많이 지목되는 돈 문제 때문이 아닌가 싶었으나, 뜻밖의 증언이 나온다.

최 씨의 가장 가까운 지인 중 한 사람에 따르면, "제3의 어떠한 힘에 의해서 그러지 않았는가 싶다. 나에게 얘기했는데 '나한테 귀신이 있어 귀신이 있어' 잘 때마다 귀에 대고 누가 항상 속삭인다. 그래서 잠을 못 잔다. 귀에 대고 누가 자꾸 해코지하라 그런데... 그래서 무서워 수면제를 먹어도 잠이 안 온다고..."라고 최 씨가 수면제로 인한 환각과 환청에 시달려 왔음을 시사하는 증언을 하고 있다.

그가 상담한 의사들은 그가 수면제를 달라고 해서 19일 치 졸피뎀을 처방하기도 했다는 듯하다. 또 다른 최 씨의 지인은 '그가 새벽에 자다가 깼는데 자신도 모르게 사냥용 칼을 들고 있었다'라고 증언했고 그의 집에 갔는데 평소 못 보던 공구들이 있어서 치우라고 했다고 한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최 씨의 노트에는 '내가 잠을 못 이루고 밤이 무섭다'같은 환각 증상의 일기가 적혀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다. 이에 대해 진행자는 "최 씨의 살해 동기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수면제 부작용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 씨의 시신에서 검출된 수면제 성분에 대해 "우리는 한 가정을 파괴한 유력한 용의자를 (대중적으로 처방중인) 졸피뎀 수면제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두 번째 사례는 2015년 1월 10일 강남대로에서 4중 연쇄 추돌 사건을 일으키고 차가 타이어가 빠진 채로 도로를 지그재그로 질주하며 날아다니다 도로 시설물들을 파손시키고 옆 차를 전복시키고 도로 한복판에서 고장으로 멈춰 선 뒤 다시 또 어떤 노상 운전자의 차를 갈취 후 강북으로 까지 건너가 옥수터널로 추정되는 터널에서 사고를 일으켜서 구속된 한 중소기업 사장의 사례다.

당시 그를 구속한 파출소장의 증언에 따르면, 울고불고 그래서 처음에는 음주운전인 줄 알았는데, 음주 측정 결과 알코올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후의 행동도 일반적인 음주운전자의 반응과는 상궤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가령 보통 음주운전자들은 난동을 피고 경찰을 욕하는데 그 사람은 그런 점이 없다고 했다. 게다가 그 사장은 경찰 조사를 받고 난 뒤에도 졸피뎀을 복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배우 최진실 및 그 주변인 연쇄자살사건에 대해 다룬 사례를 보여주는데 최진영의 교통사고와 최진실의 매니저였던 사람도 졸피뎀을 처방받다가 자살했다는 사례를 보여주었다.

한때 전 의사협회 회장이었던 노환규 씨의 친구 딸이 졸피뎀 중독으로 자살에 이르게 된 사례도 나온다. 갓 신혼부부가 된 피해자는 약물중독을 거의 극복했지만 결국 극복하지 못하고 목을 매 자살했다고 한다. 남편이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이미 늦었다고... 카페에서 그녀가 쓴 치료기와 졸피뎀을 즐기지 말라는 호소가 발견되어서 더욱 안타까웠던 일이다. 이 일로 노환규 씨는 "(졸피뎀 중독으로) 강력하게 의심되는 분들의 공통점이 유서가 전혀 없고 문자는 남겼고 약에 취했으니까 그때 전 졸피뎀의 위험성을 몰라서 자책감이 들었다. 졸피뎀에 대해서 알았던 의사보다 저처럼 몰랐던 의사들이 더 많았다.... 약이 그냥 (저승으로) 데려가지 않았나 싶었다."라며 회한을 했다고 한다.

이후 2차 보도를 위한 실제 졸피뎀 복용자의 제보로 모집된 사례들을 취재한 후,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그들의 하루 동안의 행동을 집안에 관찰카메라를 설치해 관찰했다고 한다.

첫 번째 제보자 홍 씨는 약 먹고 비몽사몽에서 자신도 모르게 화장 떡칠을 하고 있었더라고 한다. 그리고 주변인들에게 새벽에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마치 술 취한 사람처럼 울거나 횡설수설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였다. 자살을 하려고 했는데 어머니가 발견해서 극적으로 살아났었다고 말한다.

두 번째 제보자 이 모 씨는 자신의 어머니가 약을 복용하고 있는데, 엄마가 약 먹는다며 화장실에 간 뒤로 안 나와서 이상해서 화장실을 가봤더니 가위로 본인의 머리카락을 막 자르고 있었다고 한다. 제보자 이 씨의 어머니는 평소 긴 머리를 선호했는데, 거울을 보면서 뭐에 홀린 사람처럼 가위를 들고 머리카락을 뭉텅이로 자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씨는 이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충격을 받았고 말리려고 했지만 가위를 들어서 위협적인 제스처를 취해서 무서웠다고 증언한다. 게다가 어머니가 가위로 자해까지 했었다고 한다.

복용 당사자인 어머니의 말에 의하면 자고 일어나면 입이 텁텁한 느낌이 들어 거울을 보면 새벽녘에 자기도 모르게 일어나 음식물을 마구 입에 욱여넣고 폭식을 하는 것 같다고 한다. (물론 본인은 매번 이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반복된 행동으로 인해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하고 예상하는 것이다.)

세 번째 제보자인 최 모 씨는 가스불을 켜놓은 채로 자기도 했다고 하며, 지인들에게 알 수 없는 말들이 담긴 카톡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네 번째 제보자 윤 모 씨는 한밤중에 맨발로 밖을 나갔는데, 약이 자신을 조종하는듯한 느낌이었다고 한다.

다섯 번째 제보자인 김 모 씨는 밤에 비몽사몽 한 상태로 야식, 폭식 후유증으로 15kg 살이 쪘다고 하며 우울증이 심해져서 샤워기에 목을 매서 자살하려고 했지만 다행히도 룸메이트의 제지로 살아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중 최 씨와 윤 씨, 김 씨는 자다가 일어나서 자기도 모르게 뭔가를 먹는다거나, 새벽에 누군가에게 지속적으로 통화를 하고 어딘가 나가더니 또 먹을걸 사 오는 것이다.

게다가 먹는 것의 경우 김 씨의 경우는 새벽에 일어나서 탕수육까지 시켜서 한 그릇 뚝딱 비웠던 것이다. 세 번째 제보자인 최 씨의 경우는 갑자기 TV에서 음악이 들리는듯한 환청을 겪었다고 하며, 아들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 '은미'가 우리 집에 왔으니 반갑다"라는 말만 반복한다.

최 씨의 경우 제작진이 관찰카메라를 보여주며 아드님에게 통화한 걸 기억하냐 물었더니 전혀 기억하지 못했고, 휴대폰 통화 목록을 보고 나서야 알았는데 아들과의 첫 번째 통화가 5분이 넘어갔는데 통화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으며, 이후에 또 수차례 반복적으로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통화를 해서는 이전에 했던 말만 계속 횡설수설하며 똑같이 반복했다.

네 번째 제보자 윤 씨는 갑자기 새벽녘에 옷을 주섬주섬 외출복으로 갈아입더니 집에서 잠시 서성이다가 집을 나간다. 그러고 나서 세 시간쯤 후에 귀가했는데, 윤 씨가 집을 비운 세 시간 동안 그녀의 어린 딸은 새벽 내내 보호자도 없이 혼자서 방치되어 자고 있던 셈이다.

윤 씨는 이튿날 제작진의 관찰카메라 영상을 보고 본인이 간밤에 약에 취한 상태로 이런 행동을 하는 동안 아이가 혼자 방치되어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흐느끼기도 했다.

다섯 번째 제보자 김 씨는 새벽에 야식까지 시키는 등 밤 내내 끊임없이 음식물을 섭취하고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이후에 녹화된 관찰카메라 내용을 보고 나서 충격을 받긴 했으나, 여전히 본인들이 간밤에 그런 행동을 했다는 사실은 전혀 기억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의학 전문가의 견해로는 역설적인 탈억제를 지적하며 약에 의해서 어떤 약물의 영향이 기억저장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지적한다. 또한 기존의 정신질환자가 졸피뎀을 처방받으면 정신질환 자살충동이 일어난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정상적인 사람도 졸피뎀에 중독되면 자살 충동을 일으킬 수가 있으며 그것은 졸피뎀의 양에 비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해외 논문도 소개한다.

원래는 <졸피뎀>계 수면제의 경우도 다른 수면제처럼 장기간 처방을 하지 말아야 하며 가능하면 4주 이내의 단기처방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또한 원래는 비약물적 치료를 시도해 보다가 안 되면 최후의 수단으로 하는 게 졸피뎀이라고 한다. 중독성 때문에 처음부터 처방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취재 대상으로 한 상당수의 병원이 졸피뎀을 처음부터 처방하고 있었고 심지어 보험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처방도 거리낌 없이 하고 있었다고 한다. 또한 대부분 소량으로 처방하는 데다 약 복용 사용서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취재 대상을 한 병원 중 두 군데만이 중복처방의 위험성을 경고할 뿐이었다.

그나마 이렇게 경고하는 의사가 늘어났다는 건 중독을 방지, 중복 처방되는 것들을 의약품 안전정보를 실시간으로 의약사에게 제공하는 DUR 시스템이 적용된 병원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단, 이 시스템을 쓰지 않는 병원의 경우 졸피뎀을 계속 처방해 준다는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보건당국은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취재한 결과, 보건 측에서도 알면서도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한다며 아직도 졸피뎀 오남용 문제에 대해서는 갈길이 멀었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방송이 나간 후 관련 의약 사들은 각 커뮤니티 사이트들에서 졸피뎀은 수면제들 중에 가장 부작용이 적은 약이며, 특수사례를 일반화한 방송을 한 덕분에 환자들의 졸피뎀 기피에 의해 더 큰 부작용 사례가 생길 수 있다며 성토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에도 졸피뎀이 수면제 중에 가장 안전하다는 얘기는 수차례 나온 바 있으며 이 방송은 기본적으로 수면제는 모든 수단이 통하지 않는, 최후에 처방하는 게 정상이라는 기본적인 시스템을 어기는, 오남용 현상에 대한 성토를 하는 것이다.




졸피뎀 타르타르 산염은 프랑스의 사노피가 개발하여 스틸녹스라는 제품명으로 출시된 이미다조피리딘계 수면제이다. 일반적으로 15분 이내에 약효를 내고 2~3시간의 짧은 반감기를 갖는다. 이렇듯 약효가 빠르게 나타나고 지속 시간이 짧기 때문에 임상에서 수면제로 제일 많이 처방되는 약물 중 하나이다. 불면증 치료를 위한 수면제로 널리 사용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이지만 마약으로 오용되는 경우가 많다.

일단 수면진정제이기 때문에 수면 중 보행이나 운전을 하는 등 다양한 행동을 하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소위 말하는 '필름이 끊기는' 부작용이 매우 흔하며 복용 후 바로 수면을 취하지 않는 경우 술에 거하게 취한 상태와 유사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술에 취해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부작용이 잘 생기는 경우는 불면증 환자가 주로 있다. 불면으로 인해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서 환자가 임의로 복용량을 늘리는 실수를 범하는데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는 처방전에도 주의가 쓰여 있겠지만 필요시 하루 1정 복용을 무조건 지켜야 한다. 그리고 처방된 약 이외의 다른 약은 반감기 내에 복용하면 안 된다. 이걸 단순하게 생각하고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2정 이상 혹은 다른 약과 섞어서 복용하기 시작하면 부작용으로 내성이 생긴다.

충동 억제 또한 약해지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공격성을 띠거나 자살 충동을 느끼거나 실제로 자살을 하는 경우도 보고된다. 또한 우울증이 심화되며 아무 이유 없이 서럽게 통곡하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 외에는 환각을 보거나 이상 행동을 하는 등 향정신성의약품에서 흔한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

졸피뎀은 불면증의 단기 치료를 위해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성분으로 장기 투여는 권장되지 않는다. 장기적인 투여는 때때로 복용하지 않으면 잠을 이룰 수 없는 등 의존성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 약의 효과는 다른 수면진정제와 같이 술과 함께 복용할 때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과량 복용하거나 술과 함께 복용하는 경우 벤조디아제핀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각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정신적 의존성이 생길 가능성 또한 높다. 특별한 합병증을 동반하지 않은 경우 졸피뎀의 중독은 벤조디아제핀의 중독과 유사하게 24시간 이상의 긴 반감기를 갖는 벤조디아제핀(디아제팜, 클로나제팜 등)을 이용해 비슷한 용량으로 대체한 다음 천천히 줄여나가는 것으로 치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피뎀은 기본적으로 수면진정제 중 대단히 안전한 축에 속하는 성분으로, 권장 용량의 40배에 달하는 용량을 장기적으로 투여하고도 영구적인 장애 없이 치료된 사례가 있다. 다만, 120배를 투여한 경우 횡문근 융해증이 발생했다는 보고도 있다.

졸피뎀은 특유의 진정작용으로 인해 여러 가지 오용 사례가 있다. 졸피뎀을 먹고 운전을 하거나 위험한 기계 조작을 하다가 사고를 내는 경우이다. 이외에는 자살 충동이 증가하여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러 사례가 있다.

최진영이 교통사고를 일으킨 적이 있는데 음주운전이 원인이 아니었고 본인도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2016년 7월 16일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알려진 최진영이 교통사고를 일으키게 된 원인 중 하나로 졸피뎀계 수면제일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평소 최진영과 알고 지내던 지인에 의하면 그가 졸피뎀을 먹어서 부작용을 겪으면서 교통사고를 내고 자살미수까지 여러 번 했다고 증언한다. 최 씨의 지인은 그 약이 자살 충동을 더욱 부추기는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그가 사고 낼 건더기가 없었는데도 사고를 냈는지 인식도 못 하고 그러다가 일어나면 "차가 왜 움직였지"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교통사고 이후 자살한 것도 결국은 졸피뎀계 수면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냐는 설이 있다. 최진실의 전 매니저 박 모 씨가 과거에 인터뷰한 영상이 공개되었는데 최진실도 자살하기 직전에 심각한 졸피뎀 중독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박 모 씨 본인도 수면제를 복용한 상태로 사망했다.




약을 먹어도 소용없으면 그 약을 끊으라고 했었다. 하지만 듣지 않더니 방송을 보곤 졸피뎀을 끊었다. 모든 상황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했다.

약을 먹어도 괴롭고, 안 먹어도 괴로우면 나는 그만두는 쪽을 선택하는 편이다. 하지만 병원에 다니면서 상담을 받고 있고 처방받은 약을 잘 먹고 있으니 '나는 노력하고 있다'는 그 자체에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위험한 약이 아니라며 여전히 처방해 주는 의사들이 있는데, 그들도 위험하지 않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은 의존성이 있어 오남용이 우려되는 약물이다. 최근 이런 약과 관련된 사고가 자주 보도되면서 약에 대해 무조건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많지만, 향정신성의약품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명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향정신성의약품은 크게 비벤조디아제핀계 수면제(졸피뎀), 식욕억제제(펜터민), 불안장애 등에 쓰이는 벤조디아제핀계 안정제(발륨·알프라졸람 등), ADHD 등에 쓰이는 각성제(메틸페니데이트)로 나뉜다. 대부분 뇌의 중추신경에 작용해 뇌신경물질의 분비를 조절해 불안, 불면 완화, 충동 억제, 항경련 등의 효과를 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뇌의 쾌락 중추를 자극해 의존 위험이 있어 일정 기간, 일정량 이상 복용하지 못하도록 한다. 약을 장기간 과다 복용하면 뇌신경에 이상이 생겨 불안, 초조, 환각, 어지럼증, 기억상실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향정신성 의약품은 중독, 부작용 위험이 있지만 급성으로 나타난 불안, 경련 등 증상을 빠르게 안정시켜서 환자가 안정적으로 다음 단계의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한다며 반드시 필요한 약물이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처방받은 약의 부작용을 유심히 보는 편인데 대부분의 약은 부작용도 비슷했다. 새로운 약을 만들기보다 어떤 약의 부작용이 또 다른 증상의 치료제가 되는 경우가 생기면서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여러 종류의 약이 나오는 게 아닐까? 먹으면 졸리는 약을 수면제로 이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약을 만든 제약사들도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모르는 게 아닐까 싶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지만 가끔은 걱정되었다. 스스로가 판단하고 행동하는 일에 남이 뭐라고 할 사항은 아니지만 그래도 별일 없이 잘 지내길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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