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권
사진 속의 낯선 모습
코로나로 인해 공백은 컸고, 마음이 아팠고, 갈 수 없는 나라에만 가고 싶었던 탓에 48매짜리 10년 여권은 도장 몇 번 찍어보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길고 긴 여름이 뜨거웠듯이, 왠지 겨울도 힘들 것 같았다. 어디든 가야겠다는 생각에 미리 여권을 만들어 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언제나 그랬듯, 미리 준비하면 떠나지 못하게 되는 마법에 걸리곤 했다. 그래서 오래도록 미루고 또 미루었다.
하지만 스페인 순례길을 준비하면서 여권이 있어야 시도라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진을 찍어야 했다. 하지만 사진을 찍는 게 왜 그렇게 싫었을까?
그래서 10년 전 사진을 그대로 쓰려고도 했지만, 외장하드에 저장된 모든 데이터가 날아가며 사진 파일도 사라졌다. 사진을 폰으로 찍어서 등록을 시도해 보았지만, 업로드가 되지 않았다.
알아보니 여권 사진을 찍는데 최소 2만 원, 파일은 추가 요금 등등, 그 돈이 왜 그렇게 아까웠나 모르겠다.
보정하고 다듬고 가급적이면 예쁜 모습으로 찍고 싶었던 십 년 전의 내가 아니었다. 그냥 사진이 필요했다.
셀프로 찍으려고 시도했지만 도무지 찍을 수가 없었다. 삼각대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어쨌든 결국 실패했다.
하지만 이대로는 포기할 수 없었다. 양천구 문화회관 지하에 있는 스튜디오에선 만원이란다. 물론 포토샵은 없지만, 나는 그냥 사진이 필요했다. 안 되면 지하철에 있는 즉석 사진이라도 찍을 생각이었다.
귀가 잘 보이지 않는 데다 귀밑머리가 뜨면 귀가 보이지 않았다. 바셀린으로 바짝 붙이고 9시에 집을 나섰다.
막상 가서야 화장이라도 하고 나올 걸 하고 잠깐 후회했지만 그냥 찍었다. 얼굴보다 머리카락이 떠서 그걸 더 신경 쓰고 있었다.
만 원짜리 답게 사진은 대충 찍고 좌우대칭을 수동으로 맞추어 주는 정도였다.
스튜디오에서 찍으면 피부의 잡티는 보이지 않았다.
포토샵 따위는 필요 없었지만 십 년 전의 여권 사진에 비해 확연히 늙은 모습이라는 걸 그때 처음으로 느꼈다.
앞자리 숫자가 달라졌는데 어쩔 수 없지. 그럼에도 그날은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사진은 바로 나왔다. 인화된 사진을 들고 양천구청으로 갔다.
전자여권으로 바뀌면서 기존의 초록색 여권으로 발급받으면 25,000원으로 가능했다. 하지만 종전여권은 이미 소진되고 없었다.
종전여권 (녹색, 재고 소진 시까지 발급)
1년 유효기간 단수여권 15,000원
5년 유효기간 복수여권(24/48면) 25,000원
차세대 여권 58면 50,000 원이지만 일반인이 세계여행을 다니지 않는 한 그렇게 많은 면이 필요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동 출입국 심사를 하는 터라 도장받는 곳은 거의 사라지고 있는 추세였다. 유럽은 쉥겐으로 더더욱 그렇다.
까미노 때는 몇 그램에 목숨을 걸기도 했으니 싸고 부피가 작은 26면 47,000 원으로 신청했다.
여권을 발급받을 때마다 나는 여권 만료일자를 특정 날짜에 맞추곤 했다. 그러면 기억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하는 날짜, 하루 전날에 접수해야 했다. 만약 오늘 접수하지 못하면 한 달을 기다려야 했던 셈이다.
서울 양천구 기준으로, 수요일에 신청하니 목요일 날짜로 발급되었고, 화요일에 수령했다.
나에게도 드디어 전자여권이 생겼다. 이제 항공편 알아보러 가야겠다.
●기본 구비 서류
여권발급신청서
신분증
여권용 사진 1매(6개월 이내 촬영한 사진)
가족관계기록사항에 관한 증명서
●발급 여권 및 수수료
-복수여권 10년
58면 50,000원 50불
26면 48,000원 47불
-단수여권 1년
15,000원 15불
●온라인 신청
기존에 전자여권을 한 번이라도 발급받은 국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