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ía de la Plata #7

Incheon, KOREA→Abu Dhabi, UAE

by 안녕
Viernes, 14 de Marzo


5°~20°
6시 반 잠이 깼다. 잠은 오지 않았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다. 계속 누워있는데 배가 불편했다. 설사를 하려는지 복통이 시작되었다. 출국날만 되면 반복되는 이 과민성 대장증후군!

빈속에서 오는 저혈당 쇼크 걱정에 오늘을 위해 밥을 조금 남겨두었다. 그런데 먹고 갔다가는 베트남에서보다 더 큰 불상사가 생길 것 같았다. 이번에는 아부다비나 마드리드? 어쩌면 비행기 안이 될 수도 있었다.

앞으로 몇 시간을 버텨야 할지 몰라 정성 들여 머리를 감았다. 비행기를 타더라도 22시간 후에 마드리드에 도착하게 된다. 아부다비 공항에 샤워실이 있다는데 차라리 레이오버 시간이 길었더라면 싶었다. 스톱오버를 하지 않을 거라 경유시간은 짧은 걸로 했는데 후회되었다.

그래도 밥을 버릴 수는 없어, 뜨거운 물을 볶음밥에 부었다. 기름과 고추 덩어리라도 분리해 낼 심산이었다. 다행히 한결 나았고, 따뜻한 밥이라 잘 넘어갔다. 이제 기내식을 먹을 때까지는 무조건 공복이어야 했다.

커피를 마시니 장이 꾸르륵거렸다. 몸이 차가워지는 게 왠지 불길하다.

8시, 딱히 할 일이 없다. 졸려도 참기로 했다. 청소하고 이불을 정리하면 쉴 곳이 없어서 최대한 버텨야 한다. 배가 다시 아프다. 어째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 같았다. 신경을 쓰지 않기 위해 TV를 켰다.

영화, 멋진 하루가 방송 중이었다. 지난 시절이 생각나서 가슴 먹먹했던 영화였는데, 하필 오늘 다시 보다니.

컵을 씻고 청소기를 돌렸다. 침구 청소하고 마지막으로 창문을 체크했다. 집에서 할 일이 없으니, 일찍 나서도 될 것 같았다.

환율이 엄청나게 올랐다. 유로 1,578원. 당분간 환전은 하지 못하게 되었다. 더 기다리다 망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김수현 생일에 자살한 김새론 사건이 다시 불거졌다. 미성년자였던 김새론과 사귀었다고 폭로된 김수현은 아니라고 반박한다는데, 연예인 걱정은 하지 말자!

유족은 그녀에게 어떤 가족이었을까? 힘들 때 도움되지 않는 가족은, 가족이 아닐 텐데. 그래서 나에게도 가족은 없다.

커피를 마시고 다시 장을 비웠다. 공복을 유지해야 하는데 어째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아침 내내 설사해서 갈증이 계속 났다.

배낭에 달린 로프 2개를 더 떼어냈다. 딱히 할 일이 없다. 배만 가라앉으면 집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12시 30분쯤 나서야 할 것 같다.

방문 체크, TV 안테나 체크, 코드 뽑기, 전원 차단, 가스 밸브 잠그기, 수도 검침, 수도 밸브 잠그기, 현관문 잠금 확인하고 출발했다.




정류장을 향해 걷는데 마지막에 마시려고 물 한잔을 싱크대에 놓아두고 왔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다.

12:40 시간은 충분하지만, 오랜만에 맨 배낭이 무거워서 그냥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석 달 후에 돌아오면 물이 말라있거나, 썩어있거나 둘 중에 하나겠지, 만 이렇게 찝찝한 마음으로 떠나기 싫었다. 게다가 계속된 설사로 이미 갈증이 생겨서 결국 돌아왔다. 무릎이 시큰거렸다.

물을 마시고 컵을 씻으려고 물을 틀었는데 물이 뚝. 수도 메인밸브를 잠근 걸 깜빡했다. 장시간 집을 비우는데 그사이 집안 어디선가 배관이라도 터지더라도 고인 물만 새어 나오길 바라는 뜻에서, 랄까? 행주로 닦고 집을 나섰다.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오니 12시 50분, 6629 버스가 바로 와서 탔다.




13시 반, 김포공항역에서 공항철도로 환승하고 가는 길에 CU 편의점에 들렀다.

공항철도 인천공항 방향은 바닥의 파란색 노선 표시를 따라갔다. 저번에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그냥 지하로 내려갔더니 서울역 방향만 있더라는. 그렇게도 많이 다녔는데 그땐 왜 못 찾고 헤맨 걸까? 아렉스는 자리가 바로 나서 앉았다.

14시 반 인천공항 터미널 1에 도착했다. 에티하드항공 J 카운터에서 배낭을 정리하고 줄을 섰다.

대부분 무슬림 가족이었는데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온 한국인 여성이 홀로 서있었다. 혼자 온 동양인은 우리 둘 뿐이고, 손에는 대한민국 여권을 들고 있었다. 눈이 마주쳐서 얼떨결에 인사했다. 아부다비에 가는 거냐고 물으니 자기는 이스라엘에 간단다.

지금 이스라엘 입국이 가능하냐고 하니, 가능은 한데 정확히는 알 수 없어 자신도 일단 가봐야 안단다. 그녀는 봉사자라고 하는데, 하는 일을 들어보니 선교사 같았다. 가서 조심해야 할 텐데. 대기시간 동안 짧고도 긴 대화를 나누었다. 그래서 다시 대화하기를 기대했다.

온라인 체크인을 했지만 위탁수하물을 맡기면서 승무원에게 창가좌석으로 변경 요청했다. 37K로 변경해 주었다.

추가금액 내고 위탁수하물 23kg 포함 좌석으로 끊었지만 배낭은 9kg다. 갑자기 승무원이 스페인에 석 달 여행 가는데 짐이 고작 이거냐고 놀란다. 다른 짐 없냐고 해서 손에 든 에코백을 내밀었지만 1kg, 커다란 캐리어를 잔뜩 들고 온 승객들이 모두 쳐다봤다.

보안 검사장 대기가 길어서 16시쯤 출국 수속받고 39번 게이트에 왔다.

충전되는 자리에 앉아있었다. 이스라엘에 간다던 그녀가 오길래 반갑게 인사했지만, 그냥 지나쳐간다. 못 봤나? 게이트를 확인하더니 다시 나갔다. 그리고 한참 후에 갑자기 뒤쪽에서 인사한다.

갑작스러운 인사에 얼떨결에 인사했지만 그녀는 내 뒷자리에 앉아서 충전했다. 얘기를 할까 말까 하다가 각자 개인 시간이 필요하겠다 싶어 조용히 있었다.

갤럭시 어플 업그레이드하고 맵미 가입했다. 아이폰 충전하면서 맵미 설치하고 지도를 다운로드했다. 충전하다가 16시 40분 비즈니스 탑승 시작하자, 화장실이 생각났다.

서둘러 다녀왔더니 이코노미도 탑승하고 있었다. 나는 짐도 없고 해서 가장 늦게 줄을 섰다. 17시 20분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녀는 이미 들어가고 없었는데 나보다 앞쪽이었다. 17시 30분 드디어 37K 내 좌석에 앉았다. 비행기는 거의 비어있었고, 심지어 승무원이 승객들에게 빈자리로 이동을 권유하고 있었다. 3 좌석당 1명씩 앉아있었다. 내 옆으로 반대편 창가까지 8개 좌석이 모두 비어있었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다.

17시 45분 기내 안내 방송 시작했지만. 한참을 기다리다가 18시 4분이 되어서 게이트를 떠났다. 그러고도 또 한참 기다리다가 10분 활주로로 이동했다. 날씨가 흐리다. 그리고 또 한참을 기다렸다가 23분 이륙했다. 18시 30분 좌석 벨트 해제. 이제 자유다.

너무 피곤해서 자고 싶은데 식사를 놓칠까 봐 버텼다. 에티하드항공 기내 파우치에 칫솔은 없고 안대, 귀마개, 핸드크림만 들어있다. 하지만 파우치 포장이 어설프다 싶더니 펼치니 장바구니였다. 이건 요긴한 거다.

배가 아프다. 욱신거려서 좌석을 젖혔다. 꽤 편안한 좌석이다.

19시 식사 서빙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30분이 지나서 내 자리까지 왔다. 앞 좌석까지는 비프가 있었는데 나부터는 없단다.

치킨을 선택했는데 고기에서 냄새가 났다. 간장 치킨, 크림 푸딩 먼저 먹고 치킨은 다 먹었지만 샐러드는 너무 차가워서 남겼다. 빵과 생수는 챙겼다. 에티하드항공 식기는 묵직한 철 커트러리, 재사용 플라스틱 그릇이다.

맥주는 하이네켄 캔을 따서 준다. 영화가 로딩되었는데 죄다 영어, 일본어로 더빙인데 소리가 안 들린다. 자막이라도 있었으면 싶다. 그냥 자기로 했다.

비소식이 있어서 마드리드 공항에서 아토차역으로 바로 가기로 했다. 아무것도 하지 말자.

커피가 서빙되었다. 또 설사할까 봐 조금씩 다 마셨다. 졸리지만 배가 부어올라 아파서 잘 수가 없다.

세 자리를 붙여서 다리를 뻗고 기대었는데 여전히 배가 불편했다. 눕고 싶지만 사건반장 같은데 제보될까 봐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외국인 여성이 세 자리에 길게 누워있는 게 보여서 나도 용기를 내고 누웠다. 옆으로 누우니 조금 나았다. 좌석벨트 사인에 일어났는데 다들 그냥 누워있어서 나도 다시 누워버렸다. 추워서 담요 한 장을 더 덮었다. 그리고 파우치도 야무지게 챙겼다. 까미노에서 가벼운 장바구니는 필수였다.




어느덧 새벽 2시다. 8시간 비행 중으로 아부다비 21시, 아직 2시간 반이 남았다. 화장실에 한 번도 가지 않았다.

2시 10분 식사가 준비되고 있었다. 스파이시 치킨 떡볶음밥 초코무스 병아리콩 샐러드 생수 그리고 오렌지 주스. 다 먹고 빵과 생수는 챙겼다.

맥주를 놔두기 그래서 조금씩 마시다 보니 거의 다 마셨는데 순간 구역질이 났다. 문제가 생기겠구나 싶어 맥주는 남겼다. 헛구역질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컵 하나는 남겨두었다. 속이 불편했다.

환승 중에 화장실에 갈 건데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화장실에 갔다. 화장실은 깨끗했다. 시도는 했지만 장은 비우지 못했다. 그래도 오줌을 비우고 가스를 내보내고 나니 그나마 살 것 같았다.

자리에 돌아오니 너무 추워서 헛구역질이 났다. 계속 헛구역질을 하다가 결국 무언가 넘어왔다. 화장실로 갔고 토하기 시작했다. 정말 토하고 또 토했다. 그제야 숨 쉴 수 있었다.

다시 자리로 왔다. 아부다비에서 장을 비워야겠다. 그런데 복통이 시작되었다. 아직 40분이 남았지만 언제까지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는지는 모른다.

가려고 일어서려는데 화장실이 빨간불, 다른 화장실에 가기는 싫었다. 그렇게 타이밍을 계속 놓치다 도착 10분 전에 사용불가 사인이 떴다. 포기했다.

23시 26분 아부다비 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다.




그런데 설사가... 급해졌다. 참기 어려워졌다. 31분 게이트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바로 화장실에 달려가야 했다.

그런데 언제 내릴지 모른다. 지금이라도 화장실에 다녀올까 했지만 승객이 적어서 문이 열리면 금방 내릴 것 같았다.

그런데 게이트로 나가서 바로 화장실이 있다는 보장이 없다.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아니! 그 순간 다시 신호가 왔다.

내가 마지막 승객이 되더라도 지금 다녀와야 했다. 서있는 승객들 사이로 헤집고 뒤쪽으로 가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한순간이었다. 시원했다.

승객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더 나오지 않을 것 같아 화장실을 나왔다. 살 것 같았다. 사람들이 모두 지나가길 기다리다가 내 자리로 돌아가서 옷을 입고 가방을 들고 나왔다.

나보다 더 여유로운 사람들이 몇 명 더 있었다. 승무원에게 인사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비행기를 나왔다.

17:55 ICN ~ 23:25 AUH (10h 30)
환승 (3시간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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