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spitalera en Madrid
Day 37
Jueves, 19 de Abril
7°~12°
눈을 뜨니 6시다. 비는 계속 오고 있었다. 쓰레기통을 내다 놓지 않았다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게다가 주방 창문도 열려있었다. 이미 지나간 일이다. 오늘부터는 서두르지 말자 싶어 여유를 부렸다.
물을 끓이고 커피를 마셨다. 이탈리아 순례자가 주방으로 들어왔다. 당연히 뜨거운 물이 필요하겠거니 싶어 끓여둔 물을 주었다. 이탈리아인이 인스턴트커피를 마시니 신기했다.
모든 순례자들에게 온수 이슈로 입구 쪽 샤워실을 사용하라고 얘기했다. 어젯밤 한국인들은 비슷한 시간대에 들어와서 씻었는데 마지막으로 씻었던 순례자가 샤워할 때, 온수가 잠깐 나오다가 찬물만 계속 나왔다고 했다.
6시 반이 되니 화장실이 붐비었다. 다들 비슷한 시간대에 나가느라 입구 쪽 화장실이 붐비었다.
준비를 마친 이들이 주방으로 모여들었다. 부부는 오늘도 식사를 제대로 차려서 먹었고 톨레도로 떠났다.
그사이 나는 샤워했다. 그런데 이탈리아 순례자가 나를 기다리다가 떠났단다 대신 인사를 전해달라고 했단다. 그에게는 뜨거운 물이 필요했을 뿐이었고, 나는 그 물을 주었을 뿐이다.
동안 순례자는 아토차역에서 기차를 타고 팜플로나로 가서 1박 하고 생장으로 간단다. 6월에 까미노 마치고 다시 온다고 했지만, 이제는 기약할 수 없어서 그냥 인사했다.
"저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폴레옹 루트가 아직 폐쇄 중이라 다들 팜플로나에서 시작하는 추세였지만 그마저도 예약을 해야 한단다.
8시 반, 연박 순례자는 이미 나가고 없었다. 마지막으로 미국인 순례자가 짐을 챙겨서 나왔다. 가방을 맡기고 15시쯤 찾으러 오겠단다.
청소를 시작했다. 많은 순례자가 사용한 화장실은 너무도 지저분했다.
머리카락이 수북하고 바닥에 걸레 조각도 엄청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젖은 상태라 청소기 사용도 힘들었다. 빗자루는 흙먼지로 인해 오히려 지저분해질 것 같아서 샤워기로 물청소하고 걸레로 물기를 닦아냈다. 오늘도 물기 제거하기가 힘들어서 오래 걸렸다.
도미토리룸 화장실 보일러가 켜져 있었다. 샤워실은 사용한 흔적이 없었지만, 세면대가 모두 온수로 되어있었다. 어떻게든 켜서 사용하는 것 같았다.
온수가 안 나오니 샤워는 입구 화장실에서 하라고 했더니, 누군가는 손을 씻기 위해서 보일러를 켰나 보다. 샤워실에서는 안 나오는 온수가 세면대에서는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는 거다.
한국인들의 아침은 분주했고, 외국인 순례자의 아침은 여유가 있었다.
변기를 걸레로 닦고 바닥 청소를 끝냈다. 현관문 앞을 청소하고, 청소도구를 정리하니 10시가 넘었다.
발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았다. 양말을 핸드드라이어에 말렸는데 잘 말랐다. 두꺼워도 작아서 거의 다 말랐다. 수건도 한번 시도해 볼까 싶었다.
쉬고 있는데 미국인이 잠시 들렀다. 날씨는 맑아졌지만 바람이 불어서 제법 쌀쌀해졌다.
광장에 나가 구경하고 있는데 수도원 옥상에서 남자 직원 두 명이 청소하고 있었다.
마드리드에서 보르도까지 10:00~22:30 25.5유로, 솔깃했다. 하지만 아스또르가에서는 비싸다.
12시쯤 식빵 두 조각에 치즈를 듬뿍 올려서 먹었다. 혹시나 싶어 급하게 먹었는데, 결국 체크인 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냥 잠이나 잘 것을 그랬다. 너무 춥다.
미셀에게 메시지가 왔다. 누구라도 말을 걸어주니 외면할 수 없었다.
어제 후안 까를로스가 나에게 취소 통보를 했다. 그래서 일정이 다 꼬였다. 협회 직원 말로는 5월 16일부터 마드리드 알베르게에 있어도 된다고 했고, 디에고 역시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회장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5월 15일 아스또르가 알베르게를 끝으로 다른 곳으로 떠나기로 했다. 나는 아주 우울한 부활절을 보내고 있다. 전혀 기쁘지도, 전혀 특별하지도 않다. 나는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곳은 떠나는 것이 맞다는 게 나의 생각이지만 결국 미셀에게 메시지를 보내지 못했다. 어떤 식으로든 개입할까 봐 불안했다.
오늘은 모두 나가서 조용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외출이라도 하는 건데. 미국인 순례자가 맡겨둔 가방을 가져갔다.
디에고에게 톡을 보냈다. 보일러 켜고 갔는지 물었고, 아니라는 답이 왔다.
15시 연박 순례자가 들어오고 30분 후 디에고가 왔다. 침대 커버를 사 왔단다.
커피를 마시고 커버를 씌웠는데 부직포 커버 제거를 잊었다. 그마저도 귀찮다. 이제는 내 침대가 아니다. 더 이상 내가 정 쏟을 곳이 아니었다.
마드리드 알베르게 Hospitalero Diego입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들의 순례길 중 하루, 동반자가 되어 까미노의 친구가 되고자 합니다. 이곳에 오신 모든 분들에게 휴식과 마음에 평안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Buen Camino!
오후 네시 다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다시 개었다가 다시 맑아지길 반복할 거라고 한다. 이동할 때 비가 오면 힘들어지겠지?
자꾸 울컥했다. 고작 한주 있었는데 고작 2주 남았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17시 무선주전자 택배가 도착했는데 디에고가 없다.
뒤늦게 디에고가 돌아와서 택배를 개봉했다. 퇴근할 줄 알고 주전자를 씻어서 놔두었는데 물을 끓여서 차를 마신다.
1인용 소파에 앉아있는데 연박 순례자가 온라인 체크인 문제로 왔다며, 당연한 듯이 봉사자 숙소로 들어와서 3인용 소파에 앉았다.
스페인어, 영어가 능통한 디에고가 리셉션에 앉아있는데 왜 나에게 와서 물어보는 건지? 해결해 주었는데도 안 가고 소파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결국 내가 자리를 피해버렸다.
혼자 봉사자 숙소에 남겨진 순례자는 그제야 나왔다. 디에고가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아니라며 그냥 방으로 돌아갔다.
디에고는 이곳저곳에 붙일 안내문을 프린트해와서 코팅하고 있었다. 이제 청소 체크 리스트를 작성해야 한단다.
내일 새로운 봉사자가 온다니까 침대 커버도 사 오고 수건 하나도 새로 사 왔다.
마드리드 알베르게에도 자원봉사 지원자가 늘고 있었다.
나는 무엇이었을까? 갈 곳이 없는 나를 20여 일 재워주었으니 그걸로 감사한 일이었다. 나는 노동을 제공했으니 당연한 거라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다. 그래 여기까지다.
원래의 목적대로 아스또르가 알베르게까지만 하자. 질척대지 말자. 내가 무리한 부탁을 한 걸로 하자.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이것만으로 감사하다.
그래, 이래야 나다운 거지. 내가 원하는 것은 절대 얻을 수 없는, 그게 원래 인생이었다.
예수님, 그래도 부활 축하는 못 할 것 같아요. 사실 저 상처 많이 받았거든요. 이제는 저를 좀 봐주시려나 싶었는데 착각이라 아주 많이 슬픕니다. 이걸로 퉁치세요. 아니려나? 더 남았을까요? 그냥 이렇게 감사한 걸로 끝맺음해주시면 안 될까요? 저도 살고 싶어요.
걸레를 사달라고 하니 바로 나가서 사 왔는데 주방용으로 사 왔다.
디에고는 쓰레기통을 내다 놓고 퇴근하겠다고 해서 모든 쓰레기를 수거했다. 비닐을 아끼려고 쓰레기만 꺼내려고 했지만 너무 지저분해서 통째로 버렸다. 오랜만에 가득 찼다. 어제 비우지 않은 걸 그렇게 자책했는데 싶었다.
내일은 부활절이라 늦게 나올 모양이다. 미사에 참석하고 오니 나쁜 일이 생겼다. 그래서 부활절은 모른 체 넘기기로 했다.
21시 부부가 복귀했고, 주방에서 무언가를 조심스레 준비했다. 괜히 눈치를 주었나 싶어 미안했다. 편히 사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