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spitalera en Astorga
Lunes, 12 de Mayo
7°~13°
3시 잠이 깨서 서울일을 처리하고 다시 잠들었다.
6시 순례자들의 인기척에 잠이 깼다. B구역 화장실보다 차라리 A구역 화장실이 여유가 있었다. A구역 화장실에 가서 장을 비우고 방으로 돌아왔다.
7시, 일어나기 힘들었다. 온몸의 근육이 아팠다.
7시 반 주방으로 가니 다까꼬는 먼저 자리를 비워주었다.
라일라와 아네트가 준비한 빵과 치즈 그리고 맛없는 카페꼰레체를 마시고 일어났다.
오늘은 치유끼가 2층을 청소한다고 했다.
알프레도의 설명이 길어지니 치유끼가 이해하기 힘들어했다. 그래서 내가 시범을 보여주며 설명을 다시 해주었다.
그리고 어차피 하게 될 화장실 청소에 대해서 설명을 하자, 그녀는 화장실 청소하란 얘기는 듣지 못했다며 발끈했다.
순간 그녀의 본모습이 보였다. 어느새 귀여움은 사라지고 날 선 모습의 그녀가 드러났다. 하고 싶은 일만 하려고 온 봉사자구나.
그녀에게 설명한들 뭐 하겠나 싶어서, 알아서 하라고 올라왔다.
차별을 느꼈을 땐 불편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내가 조금 더 일했으니 누군가는 조금 더 편해졌겠지 싶다.
알프레도가 시킨 일만 하면 Pilar가 와서 화장실 청소는 왜 하지 않았냐고 따질 테고, 그 부부는 또다시 알베르게가 떠나가라 싸울 텐데 싶다.
3층을 청소하고 내려가니 오늘도 2층은 쓸기만 하고 가버렸다.
물걸레질을 하면서 제대로 쓸지 않은 곳까지 쓸어내며 청소하려니까 더 힘들어진다. 게다가 힘든 청소는 내가 다시 마무리해야만 했다.
그냥 내가 다 하겠다고 할까 싶었다. 하지만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가는 날까지 시키는 일만 하자.
주방에 내려가니 청소도 모두 끝나있었다. 다까꼬가 오늘은 11시 근무란다.
알프레도가 어제 끓인 찻물을 오늘도 쓰라고 했는데 아네트가 버렸단다. 그 용기에 박수를!
절약도 좋지만 너무 절약하니, 우리로선 힘든 점이 많았다. 화장실 휴지통 비닐 재사용 같은 것들.
큰 냄비에 다시 물을 받아서 불에 올렸다. 그런데 티백이 없다. 어제 마지막 티백을 쓰고 박스를 버린 기억이 났다. 당연히 채워놓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없다.
Pilar를 찾으러 올라가다가 알프레도를 만났다. 그래서 어제 끓인 차를 버린 것이 들통났다. 다까꼬가 차를 마시며 주방을 지키고 있는 동안 내가 먼저 방으로 갔다.
오늘은 화장실 휴지를 채우고 휴지통을 비우려는 듯, 계단에 휴지 뭉치와 쓰레기봉투가 놓여있었다.
연장되었다면 몰라도 곧 떠날 입장이라 모른 척하고, 그냥 샤워하러 들어갔다.
샤워가 거의 끝날 무렵에 누군가 화장실에서 나와 샤워실로 오는 소리가 들렸다.
옷을 막 입으려는 찰나, 내가 있는 샤워실 문을 잡아당겼다. 그 순간 샤워실 잠금이 덜컥, 문이 열려버렸다. 괴력의 주인공은 아네트였다.
그제는 그녀가 샤워실 문을 열어놓고 옷을 입다가 나와 마주쳤는데 오늘은 잠금장치를 부수고 문을 열어서 내 몸을 보았다.
빨랫감을 챙겨서 내려오는데 치유끼가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힘들었는지 안색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러게 2층 한 곳으로 끝날 수 있었을 텐데, 간단한 청소만 했으니 이곳저곳을 쓸고 다녔나 보다.
그녀보다 먼저 세탁실로 가서 세탁기를 돌리고 주방으로 갔다.
리비아가 달걀 프라이를 해서 브런치를 즐기고 있었다.
이제 내가 있을 테니 다까꼬에게 준비하러 가라고 보냈다.
나는 커피만 마시려다가 한 시간이나 남아서 파스타 면을 삶았다.
냉동채소로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더니 리비아가 냉동채소에 감탄을 했다.
다 먹고 설거지를 끝내고 나니 다까꼬가 와서 티포트를 가지고 먼저 올라갔다.
양치하러 올라가니 B구역 화장실 청소가 끝나 있었다.
11시 오늘도 한국인 순례자 그룹 14명이 예약되어 있었다.
한국인 모녀에게 2인실을 배정했다. 고맙단다.
알프레도가 와서 내 앞에서 아니타에게 전화를 했다. 그녀의 대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궁금한 것은 후안의 약속이었다.
알프레도에게 하루도 연장할 수 없냐고 했지만 다시 후안에게 물어본다는 말뿐이다.
그때 아니타에게 메시지가 왔다.
"후안이나 알베르게 5월 15일 이후 기간에 대해 이야기해 보셨나요? 마드리드 알베르게로 돌아가시겠어요?"
"6월 1일부터 11일까지 마드리드 알베르게에서 일할 수 있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5월에도 갈 수 있을까요?"
그제야 후안에게 다시 물어보겠단다. 이제 와서? 됐다.
나는 마음을 정리하고 앙헬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Astorga에서 Benavente로 가는 버스는 저녁에만 있다고 해요. 저녁에는 당신이 나를 데리러 올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나는 Astorga에서 Fontanillas로 가는 Alsa Bus를 탈 예정이에요. 당신은 Fontanillas Albergue에서 나를 기다리세요. 나는 떠나기 전에 다시 연락할게요."
16일에 무조건 떠난다. 이제야 마음이 편해졌다. 이제는 뒤도 돌아보지 않을 것 같다.
알프레도가 '노 굿 보이'라고 했던 리비아, 어려운 일은 안 하겠다며 할 말은 다 하는 치유끼. 어디 젊은이들 데리고 잘들 해봐라. 내 몫을 누가 해낼지 의문이다.
다음은 보르도 그리고 코펜하겐이 될까? 그저 희망사항이겠지.
기나긴 시간이 지나고 14시가 되었다. 54번에서 교대했는데 20인실 침대에 시트가 안 깔린 다운베드가 하나 더 남아서 업베드로 고쳤는데 왠지 불안했다.
다까꼬와 리셉션을 나서는데 치유끼가 뒤늦게 대기석에 앉아있다가 같이 일어선다. 얘는 뭐지? 우리와 같은 근무인데 안 나온 건가?
빨래를 정리해 두고 다시 주방에 갔다.
빨리 먹어버리려고 식빵 4조각을 구워서 치즈가루를 뿌려서 먹었다.
뒤늦게 생각해 보니 올리브오일에 튀겨서 치즈가루를 뿌리는 편이 나았다. 토스트 먹을 때 고추장아찌를 먹으려고 했는데 그것도 깜빡했다.
누군가 냉동실에 냉동채소를 잔뜩 채워두었는데 아무래도 리비아 같다.
침낭이 들어갈만한 쓰레기 비닐봉지를 챙기고 남은 비스킷을 가지고 왔다. 아이스바를 먹으며 돌아오는데 지하통로는 문이 닫혀있었다. 리셉션을 지나왔다.
리비아가 보조석에 앉아있었다. 치유끼는 11시 타임인데 일하지 않은 거였다.
은근히 얌체짓을 했다. 어제는 보조석에 앉지 않고 메인 좌석에 앉아있었다. 방배정을 할 때도 자신이 가운데 앉아서 나를 밀어내기도 했다.
역시 어리니까 배려심이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 떠나는 마당이라 그런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아스또르가에서 할 일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비가 오는 걸 잠시 잊고 올리브오일을 사러 나가려다가 말았다.
토마토소스를 처리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 어떤 소스인지 몰라서 챙겨가기 애매했다. 일단 먹어보자. 채소모둠에 넣어서 스튜를 만들 것을 그랬다.
무언가에 물린 듯한 상처가 생겼다. 아니겠지 싶지만 떠나야 할 시점이라 왠지 찝찝했다. 두피에서도 커다란 딱지가 떨어지고 있었다.
장이 너무 불편해서 내일까지 견디기 힘들었다. 창가 화장실에 가보니 휴지통도 비웠고 휴지도 채워져 있었다. 왕창 비워냈다.
그런데 휴지통이 비닐채로 교체되어 있었다. 봉사자들이 청소하는 화장실 휴지통은 비닐을 재사용하게 하면서?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아끼는 것도 정도껏.
개운하게 다시 샤워했다.
디에고에게 톡을 보냈다.
"제가 16일 이후에도 계속 일하고 싶다고 협회에 요청을 했었고 후안이 답을 준다고 했었는데 혹시 결정된 사항이 있냐고 어제 알프레도에게 물었더니, 더 있고 싶으면 있으라네요.
그래서 얼마나 더 있을 수 있냐니깐, 말씀하신 그 보이지도 않는 스케줄 표를 보여주시는데 저는 15일로 끝이더라고요.
알프레도가 통화해서 다시 알려준다고 했었는데 오늘, 후안이 아닌 아니타와 통화를 했어요.
아니타의 대답은 여전히 자리가 없다,였습니다.
아니타는 도리어 저에게 후안이 따로 얘기한 게 없는지 묻더니 그냥 마드리드로 돌아가겠냐고 묻네요.
그래서 마드리드에는 5월에 자리가 있냐니깐 그건 후안에게 물어보겠다네요.
알프레도 역시 후안과 통화하고 다시 알려준다고 했지만 이건 뭐 자원봉사를 거의 사정해서 하는 느낌이라...
그래서 저는 16일에 사모라 협회의 알베르게로 가기로 했습니다.
월말쯤 마드리드로 갈게요.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드리드에서 뵙겠습니다."
누군가 샤워하고 있었다. 화장실에 가니 누군가 또 변기에 휴지를 왕창 버렸다.
봉사자들조차 이러니 순례자들을 탓할 수도 없었다. 변기가 막혔다는 것을 본인만 모르는 걸까?
하지만 손으로 뚜껑을 여는 화장실 휴지통을 교체하기 전까지는 변기는 계속 막힐 것이다.
라일라와 마주쳤는데 갑자기 내 입에서 I will go Copenhagen.이라고 나왔다.
예전에는 더듬거리면서 계속 쓰다 보니 스페인어가 늘었는데 지금은 번역기를 쓰니 아는 것도 잘 생각나지 않았다.
그런데 다까꼬는 절대 번역기를 쓰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높이 평가하겠으나, 그녀는 너무 더듬거렸다.
게다가 기어이 기억해 내고자 많은 시간이 필요해서 답답할 때가 있다.
벽에 있는 안내판을 가리키며 설명해도 되는데 그걸 굳이 각 나라 언어로 말하려니 체크인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줄 알았는데 47세라고 했다. 나에게 직업이 있는지 묻더니 자기는 협회에서 일한다고 했다.
"괜찮아, 나도 백수야."
가려워서 건조한가 싶어 크림을 발랐다. 하지만 딱지 앉은 상처가 많았다.
물린 상처가 맞았다. 물릴 시기를 알지 못할 뿐이다.
기어이 가예따스를 개봉했다. 포장지에 화이트 크림이 있어서 걱정했는데 블랙 초콜릿이 맞다.
양치하고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