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44

Santiago de Compostela→Negreira

by 안녕
Day 42.
Tuesday, July 7


밤새 화장실 들락거리다 눈을 뜨니 7시 반이다. 커다란 공간에 싱글 침대가 좌우로 배열되어 있는 이곳은 수도원이었던 건물이다. 벽 쪽 침대에는 벽장 수납장이 있고 창가 쪽엔 개별 캐비넛이 있다. 복도에도 수납 벽장이 간격을 맞추어 있는 것을 보면 모든 공간이 숙소로 쓰였던 시기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더 이상 걸어갈 곳이 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잠들어있고 떠나야 하는 나는 혼자 일어나 준비하고 나서니 7시 45분이다.




알베르게를 찾아오는 길은 안내가 잘 되어있었으나 나가는 길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대성당을 향한 지름길은 시도조차 못해 보고 어제 왔던 길로 안전하게 나가려다 꾸불거리는 골목에서 한참을 헤맸다. 간신히 벗어나서 어제 한번 걸었던 길을 따라 대성당을 향해 걸었고 8시 15분쯤 도착했다. 어제와는 사뭇 다른 한산한 분위기의 광장이었다.

대성당 앞에 오면 무시아, 피스떼라 가는 길을 쉽게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 다른 건 미리 확인했지만 출구는 확인하지 못했는데 사방을 둘러보아도 화살표는 쉽게 보이지 않았다. 들어왔던 길로 나가면 길이 있는 건지 아님 나가는 길이 따로 있는 건지조차 모르겠다. 출구를 못 찾아 헤맸다는 얘기는 못 들었기에 순간 당황했다. 광장 사방으로 나 있는 골목들을 살펴보는데 오브라도이로 광장의 규모를 실감하게 되었다. 그러다 경찰이 보여 물으니 대성당 맞은편을 가리킨다.




Camino de Muxia&Fisterra
산띠아고에서 끝내지 않고 피스떼라 또는 무시아까지 걷는 이가 늘어나 두 종류의 인증서를 가톨릭 교회가 아닌 시청에서 발행하고 있다.

까미노 데 피스떼라 인증서는 피스떼라 공립 알베르게에서 신청할 수 있으나 까미노 데 무시아 인증서는 무시아 공립 알베르게가 아닌 무시아의 관광 안내소에서 신청할 수 있다. 나처럼 걷는다면 모두 세 장의 인증서를 받게 되는 셈이다.

보통 피스떼라에 먼저 갔다가 무시아는 버스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난 걸어서 무시아에 먼저 갔다가 역시 걸어서 피스떼라로 갈 예정이다. 피스떼라에서 마무리하는 게 뭔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반대로 걷는 이는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 이제부터는 알베르게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드디어 출발이다. 아치문을 통해 대성당이 있는 광장으로 들어와서 대성당을 지나쳐 그대로 쭉 직진하면 무시아 또는 피스떼라로 가는 길이었다. 계단을 내려가서 얼마 지나지 않아 파란색 바탕에 노란 조가비 타일이 붙어있는 까미노석을 발견했다. 까미노석은 이끼가 덮여있었지만 88.022km 거리가 각인된 금빛 동판이 붙어있는 걸 보니 새로 단장한 모양이다. 정확하게 계측한 것 같지만 너무 세밀한 숫자에 오히려 신뢰도가 떨어졌다.

이내 Fisterra라고 쓰인 노란 화살표가 보인다. 86.963km을 지날 무렵, 뒤를 돌아보면 저 멀리 산띠아고 대성당이 보인다. 까르바얄을 지나 숲길이 이어졌다.

구름이 가득한 하늘에선 비가 올 것 같았다. 길은 포장길, 돌길, 산길, 숲길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져 은근히 땀범벅이 되었다. 갈리시아의 습한 날씨가 은근 힘들었다.

벤또 언덕을 넘어 11시쯤 꼬바스 교구의 벤또사, 오 롬바오, 까스떼로를 지나 포장된 길을 따라 걸었다. 아메스 교구의 까스떼로, 아우가뻬사다를 지났다. 뜨라스몬떼의 까르바요, 뜨라스몬떼, 레이노를 거쳐 뽄떼 마세이라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마을을 지나면서 감탄을 했다. 거센 물살이 폭포처럼 흐르는 강 위로 오래된 다리를 지나면서 알베르게가 없을까 둘러보기도 했었다.




늦게 출발한 것도 있지만 거리가 짧아서 굳이 서두르지 않았다. 이제 21km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느긋하게 주변을 둘러보며 걸었는데 네그레이라 알베르게 침대 수가 20개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1시가 넘어서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미 새벽에 출발한 사람도 있을 텐데. 아직 이 길을 걷는 사람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지 못했기에 더 불안했다.

바르까를 거쳐 찬세라를 지나 네그레이라에 들어서자 불안한 마음에 앞에서 걷고 있던 두 명을 서둘러서 앞질렀다. 그리고 알베르게가 있는 언덕으로 쉼 없이 내달렸다.

14시 반, 간신히 알베르게에 도착했으나 오스삐딸레라가 없어서 순례자들이 자체적으로 대기자 명단을 작성하고 있었다. 나름 안정권이라 이름을 남기고 한숨을 돌렸다. 리셉시온 앞에서 오스삐딸레라를 기다렸다 차례로 등록했다.

위층에 침대가 있는 넓은 방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꼼쁠리또가 내걸렸고 오스삐딸레라가 자리를 비운 사이 서너 명이 더 들어왔다. 남는 침대가 없다고 알려주었지만 오늘은 더 이상 걸을 수 없다며 그래도 기다려 보겠단다. 오스삐딸레라가 다시 왔는데 1층에 있는 룸을 오픈해 주었다. 장애인용으로 만든 방이었는데 갈리시아 알베르게에만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지옥에 있다가 천국을 만난 기분이었을 것 같다. 비가 쏟아져 내렸다.

주방은 있고 식기류는 한 두 개 있었지만 사람들이 몰리자 부족해서 코펠로 간단히 해 먹고 알베르게를 나섰다. 거리를 천천히 둘러보면서 오는 길에 봐 두었던 가디스로 가서 비상식량을 샀다.




Santiago de Compostela→Negreira 21.0km

○Santiago de Compostela (255M)
→88.072km
→86.963km
●Ponte Sarela
→82.062km
●Carballal (172M) 4.5km
●Alto do Vento (115M) 4.3km
●Ventosa (Parroquia de Covas)
●O Lombao (Parroquia de Covas)
●Castelo (Parroquia de Ames)
●Augapesada (Parroquia de Ames)
●Carballo (Parroquia de Trasmonte)
●Trasmonte (Parroquia de Trasmonte)
→74.052km
●Reino (Parroquia de Trasmonte)
●Burgueiros (Parroquia de Trasmonte)
●A Ponte Maceira (158M) 8.2km (Parroquia de Agrón)
●Portor
●Outeiros
→70.336km
●Barca
●Chancela
●Logrosa
→68.405km
→67.615km
●Negreira (167M) 4.0km
-Negreira Iglesia

97.8km/118.8km




Albergue de Peregrinos Negreira -6.00€
Supermercado Gadis 2.75€
Manzana 2kg -1.75€
Plum Cake 400g -1.00€




요거트 750ml, 초코비스킷, 포도주스, 이온음료
마늘 파스타, 오렌지주스, 사과, 케이크


Cocina
Supermercado Gadis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Camino de Santiago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