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48
Muxía→Fisterra
Day 46.
Saturday, July 11
일어나기 힘든 날이었다. 마지막 날임을 몸이 먼저 아는 것처럼. 오늘은 먼 거리를 걸어야 해서 6시쯤 일어났다. 여기가 마지막인 사람들은 숙면을 취하고 있어서 배낭을 가지고 복도로 나가니 짐을 싸는 사람들로 복잡했다. 1층 로비로 내려가 짐을 마저 쌌는데 넓은 1층 로비는 한산했고 식사하는 사람들뿐이다. 2층에 있는 사람들이 내려오면 따라서 나가려고 기다렸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내려오는 사람이 없어 그냥 먼저 출발하려는데 문이 잠겨있었다. 이건 뭐지? 오스삐딸레로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가? 그럴 리가 없을 텐데 하고 생각해 보니 그제야 2층 비상문이 생각났고 가서 열어보니 열린다.
비탈진 언덕에 있어서 로비로 이어진 정문은 언덕 아래쪽으로 이어지고 2층 문은 언덕 위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둘 다 바깥에선 1층인 셈이었다. 2층 복도에 있던 사람들도 그 문을 통해 모두 떠나고 난 뒤였다. 그렇게 50분이 지나서 알베르게를 나설 수 있었다.
안개가 자욱한 언덕을 내려가도 화살표가 보이지 않았다. 피스떼라 가는 길이 어느 쪽인지 둘러봐도 모르겠다. 어제 알베르게로 오다 봤었던 바닷가 광장으로 갔으나 오늘따라 아무도 없다. 바르까의 반대쪽으로 따라 걸어가고 있으니 골목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나타나 따라오길래 확신을 가졌더니 스패니시가 이 길이 맞냐고 나한테 묻는다. 뭐 맞겠지. 어쨌든 그렇게 출발했고 화살표가 나타나자 안심했다. 노란 화살표가 없으면 아는 길도 불안해지는 길이었다. 바닷가의 포장길을 따라가는 줄 알았는데 이내 산속으로 접어들더니 계속 산길이 이어졌다. 숲길이라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었는데 불편하진 않았다. 오늘은 가장 긴 거리를 걸어야 해서 살짝 부담이다. 오늘은 계획적으로 먼 거리를 걸어야 하는 날이다. 그래서 오늘은 중간 마을에서 세요를 꼭 받아야 했다.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왔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다.
보통 리레스 바르에서 세요를 받는데 큰 강이 있는 리레스라고 쓰여 있어서 마을이 따로 있는 줄 알고 지나쳤는데 마을이 끝나버렸다. 처음엔 지나쳐 온 줄도 몰랐고 곧 나오겠지 하며 걷다가 깨달았을 땐 어느새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
12시쯤 스페인 발음으로 부산이란 마을 바르에서 세요를 받았다. 그리고 저 멀리 바다가 보이자 마음이 놓였다. 곧 도착하겠지. 날씨도 개이기 시작했다.
갈리시아의 날씨는 오전엔 안개가 자욱해서 길이 잘 보이지 않지만 덥지 않아서 좋고 오후에 알베르게에 도착하면 화창해졌다.
1시 40분쯤 피스떼라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등록을 하려는데 대기줄이 어마했다. 침대가 없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까미노 데 피스떼라 인증서를 받으려는 대기줄이었다. 한참을 기다려 인증서도 발급받고 무사히 체크인도 했다. 이제 배낭은 내려놓아도 되었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알베르게 공간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문이 잘 안 열려서 다시 확인하니 비밀번호를 누름과 동시에 바로 문을 열어야 했다. 2층으로 올라가니 침대가 26개가 있는 방이 나왔다. 내려와서 주방을 확인하고 시원한 맥주와 간식만 가지고 알베르게를 나섰다.
이제 피스떼라 끝으로 향했다. 왕복 7km지만 발걸음이 가볍다. 배낭 없이 걷는 건 정말 쉬운 일이 되어버렸다. 순례자 동상을 지나 바닷가를 따라 이어진 포장길을 따라 등대로 걸어갔고 0.00km 까미노석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낭떠러지 아래로 새파란 대서양이 넘실대고 있었다.
등대를 지나 절벽 끝으로 갔다. 한 달 넘게 매일 빨아서 이미 낡아버린 양말을 태우려고 가져갔으나 태우진 못했다. 원래 피스떼라 이 낭떠러지에서 그동안 신었던 등산화나 옷가지를 태우는 것으로 까미노를 종료하는데 이제는 화재 위험으로 금하고 있단다. 하지만 절벽 끝 여기저기에 몰래 태운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어제와 오늘은 날씨도 한몫을 해주었다. 비바람 부는 흐린 날씨였다면 이런 멋진 풍경은 얻지 못했을 텐데. 피스 떼 라에서 마무리하는 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29km을 걸어와서 다시 왕복 7km를 걸어갔다 와야 하고 알베르게에 돌아가서 해야 할 일도 남아있다. 밤이 되어도 지지 않는 스페인 태양 덕분에 늦게까지 마무리를 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차라리 알베르게에 도착해서 씻고 빨래하고 정리한 후에 맥주 들고 절벽으로 가서 자축을 하며 일몰을 보고 돌아오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아쉽지만 17시쯤 알베르게로 돌아왔는데 바로 옆에 파미리아가 있었다. 오늘은 바게트만 사서 간단하게 먹으려고 했는데 0.79€였다. 마을 입구 꼬비란에선 바게트가 0.39€라고 적힌 걸 본 터라 거기로 가보니 벌써 문을 닫아버렸다.
냉장고에 두고 간 음식이 유난히 많아서 신기할 정도로 이상했는데 다들 마지막을 자축하러 나가서 저녁을 사 먹고 오나 보다. 냉장고 속 재료들로 저녁을 해결했다. 이제 걷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피곤한 줄도 모르고 식탁에 앉아 외국인들 속에서 여유 있게 저녁을 먹었다. 내일 산티아고행 버스는 9시 30분이라니 이제 버스만 잘 타면 된다.
장하다, 도비!
이 길을 걸으면서 크고 작은 도움을 주셨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리고 하느님 감사합니다!
Muxía→Fisterra 29.0km+Faro 3.5km
○Muxía (11M)
●Xurarantes
●Morquintián (189M) 9.0km
●Guisamonde
●Frixe
●Baosilveiro
●Lires (189M) 6.4km
●Buxan
●Hermedesuxo
●Padris (189M) 3.9km
●San Martiño de Duio (189M) 8.0km
●Fisterra (118M) 1.7km
0.0km/118.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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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킷 아이스티 해바라기씨
수박, 바나나, 요거트, 카푸치노, 맥주
황도캔, 참치 치즈 그라탱, 크로켓, 올리브, 체리
Cocina
Refrigerador
Supermercado Froiz, Familia, Covi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