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 일어나 렌즈를 끼고 2층 침대에서 내려왔는데 오른쪽 눈이 안 보였다. 그 사이 렌즈가 빠졌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한쪽 눈으로만 다닐지 아님 안경을 꺼낼지 고민이 되었지만 안경을 꺼내려면 배낭을 다시 정리해야 하는데 테트리스처럼 짐을 잘 넣은 상태라 그냥 버티기로 했다. 렌즈를 잃어버리고 잠깐 의기소침해졌다. 아무리 시소한 거라도 무언가를 잃어버린다는 건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내가 방심했었나 싶고 자괴감마저 들었다. 어차피 한국에 돌아가면 버릴 거였지만 하루만 더 버티어 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조금은 아쉬웠다. 장부터 비우고 하루를 시작했다.
마지막 아침식사를 했다. 고다 치즈는 녹여서 먹어야 맛있다는 걸 왜 이제야 알게 된 것일까? 모짜렐라 치즈보다 훨씬 더 진했다. 아쉬운 마음에 치즈 두장씩 끼워서 먹었다. 프랑스에서는 바게트 때문에 그대로 먹었지만 치즈는 녹여서 먹는 게 진리였다. 일찍 자리를 잡은 덕에 자두와 복숭아를 챙길 수 있었다. 침대를 정리하고 아예 배낭을 룸에서 꺼내와 소파에 올려놓고 나니 딱히 할 일이 없었다.
마지막 날에는 28번 트램을 타고 그동안 걸어 다녔던 리스본 골목을 버스로 드라이브한다는데 편도 금액 2.85€는 상당히 비싼 편이었다. 일정 시간 탈 수 있는 게 아니라 1회권에 불과해서 한 정거장을 가서 내려도 동일한 금액이다. 공항까지의 Metro 요금이 보증금 포함 1.90€인데 비하면 관광객만을 위한 트램이라 그런가 싶기도 했다. 공항 가는 날에는 웬만하면 조용히 있는 편이라 탈 마음도 애초에 없었기에 잠시 나가서 Venda de Títulos Informação에서 메뜨로 티켓을 사 왔다.
돌아오는 길에 삥구 도스에 가서 고다 치즈 500g을 구입했다. 저렴하고 맛있는 치즈를 많이 사가고 싶었으나 더운 날씨에 살짝 걱정이라 한 덩이만 샀다. 땡볕에서도 무사했으니 괜찮을 거라고 혼자 주문을 걸어본다.
12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호스텔을 나섰다. 이제는 익숙한 바이사-시아두 역에서 초록 라인 to Telheiras, Alameda역에서 붉은 라인으로 환승하여 to Aeroporto, Aeroporto 역에서 내렸다.중심지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리스본 국제공항까지 딱 50분 걸렸다.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 위치한 국제공항은 포르투갈의 관문이자 플래그 캐리어인 TAP 포르투갈 항공의 허브 공항이다. 개항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위치한 동네 이름을 딴 포르텔라 공항이라고 많이 불려 왔고 2016년 전직 포르투갈 공군 원수이자 민간항공 설립을 주도한 움베르투 델가두의 이름을 따 리스본 움베르투 델가두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으로 개칭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립국이었던 포르투갈에 독일과 영국 그리고 유럽과 미국을 잇는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였다. 당시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 모습이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그려지기도 했다. 이후 전쟁이 끝나자마자 빠른 속도로 민간에 개항했다. 하지만 김포 국제공항처럼 주거지 한가운데에 있어서 소음 피해가 심각했으며 시내에 둘러싸여 있는 특성상 확장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대신에 시내와의 거리가 멀지 않으며 활주로 접근 과정에서 리스본 구시가지가 그대로 보인다. 리스본 착륙 편의 경우 오른쪽 창가에 앉으면 리스본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오랜만에 배낭을 메니 은근히 힘들었다. 빨리 배낭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체크인이 늦어져 13시 30분에야 배낭에서 해방되었다. 남은 음료를 모두 마시고 보안검사를 받고 들어갔는데 게이트에서 추가로 또 보안검사를 했다.
일찍 도착한 터라 면세점을 둘러보는데 모든 게 시내보다 더 비쌌다. 삥구 도스에서 750ml 6€하던 Bacardi가 1L 20€였다. 스타벅스 원두는 1.5€ 더 비쌌고 데미따쎄 8.95€, 텀블러 20.95€와 18.50€, 라떼도 3€다.
아침에 토스트를 그렇게 먹었는데 갑자기 허기가 져서 남은 파스뗄 드 나따를 꺼내 먹었다. 티켓에 게이트 번호가 14~25로 적혀있어서 잠시 혼돈이 있었으나 14시 25분에 게이트가 정해지니 다시 확인하라는 뜻이었다. 한쪽 눈으로만 보니 어지러워 20번 게이트의 릴랙스 존 의자에 앉아서 쉬었다.
35분 출발이었는데 게이트로 나가니 셔틀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활주로로 이동했고 40분쯤 사다리를 이용해 비행기에 탑승했고 16시에 이륙했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가는 동안 치킨 샌드위치가 나왔는데 이것도 맛있었다.늦게 출발했지만 암스테르담에는 19시 35분 제때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