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e, France
Day 20.
Sunday, May 14
어젠 20시쯤 잠자리에 들었으나 잠이 오지 않아 거의 자정 무렵까지 깨어있었다. 미국인도 그런 듯했다. 저녁에 모기 두 마리를 보았는데 웬일로 조용하더니 역시 새벽에 활동을 했다.
어머니가 커다란 산적 같은 육포에 맛있는 음식을 잔뜩 차려주셨다. 맛있게 먹으며 까미노 때 챙겨 가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잠에서 깼다.
다시 잠이 들었다. 드럼세탁기를 다른 위치로 옮기고 여행 때 입은 옷을 돌리다 보니 빨랫감이 더 있다는 것이 생각이 났다. 그런데 배수 생각을 하지 못한 위치라 우왕좌왕하는 그런 꿈을 여러 번에 나누어 꾸고 눈을 뜨니 벌써 9시다.
미국인도 마땅히 나갈 생각이 없는 듯했다. 체크아웃 시 열쇠 반환에 대해서 물어보니 열쇠 반납 통이 따로 있다고 했다.
이 호텔 리셉션이 문을 닫았을 경우 근처에 있다는 마드리드 호텔에서 관리를 해준다고 했는데 체크아웃은 자체적으로 가능한가 보다.
문득 집 근처에 있던, 새로 짓고 있는 성당이 궁금해졌다. 원래 상가 건물을 구입해서 성당으로 쓰고 있었다. 이번에 상가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고 있었는데 다용도실 창을 통해 건물이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성당 건물이 아니라 꼭 빌라를 짓는 것 같아서 의아해했었다.
건물 자체는 한 달 전에 완료된 듯하고 출국하던 4월 25일에는 내부 사진도 공개되었다. 그래서 뼈대는 이미 갖추었고 인테리어만 마무리되면 되는 줄 알았다. 지금쯤이면 거의 완공되었을지도 모른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 성당이니 5월에 맞추어 완공을 할지도 모르겠다. 설렌다. 이러다 또 나만의 착각인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약속한 대로 미사 참여를 하다 보면 무언가 달라질지도 모른다.
딱히 할 일이 없으니 인터넷 검색을 하게 되었다. 성당 카페에 들어가 보니 2016년 3월에 이미 건물이 헐리고 건축 기공식을 했더란다. 여름이 지나도록 모르고 있다가 지난 11월에야 알았던 거였다.
10시 20분, 성당 종이 들렸다. 오늘은 미사에 가려고 생각했고 11시 미사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바게트를 먼저 사야 하는데 이래저래 생각이 많은 아침이다 보니 그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일단 나가자.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오늘은 미사 참여할 거다. 결코 속삭임에 넘어가지 않겠다.
10시 반 미사였다. 주보에 적힌 성당 명칭은 Basilique et Paroisse Notre Dame 교중 미사답게 신자들은 성당을 가득 채웠고 미사는 한 시간 이상 걸렸다.
여행기간 동안 미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체력을 허락해 주시길 바랐다.
미사가 끝난 후, 성당에 앉아 폰에 글을 적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시던 프랑스 할아버지가 신기한지 말을 건네셨다.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해서 한국에서 왔다니까 어느 나라 글자인지 타자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고 감탄하셨다. 한글이라고 하니 한참을 옆에 앉아서 구경하다 가셨다.
바게트를 사러 까르푸에 들렀다. 이따 마지막으로 바닷가에 가면서 들러도 되지만 빵 나오는 시간을 몰라 확인할 겸 가보니 아직 따뜻했다.
그리고 Chips de Pommes de Terre도 있었다. 직접 튀긴 감자칩이 1.90€정도니 대량 생산 칩도 있었을 텐데 그동안 찾지 못했던 거였다. 오늘따라 바게트는 바삭하니 정말 맛있었다.
그러고 보니 일요일이라 까르푸도 일찍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 사 오길 잘한 것 같았다. 리옹도 프랑스지만 관광의 목적을 버렸으니 괜찮을 것 같았다.
이렇게 나의 니스 일정도 끝이 났다.
13시 마지막 입실객이 들어왔는데 나를 보더니 한국인이냐고 묻는다.
반가운 것도 잠시, 침대 얘기를 해야 해서 말을 건네니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내 맘대로 침대를 바꾸어서 기분이 나쁜 건가? 다시 바꾸어 주어야 하나 싶었는데 쏘리? 그런다. 중국인이었던 거다. 분명 한국인이세요? 라며 들어온 것 같았는데.
그렇게 침대 건은 무사히 넘어갔다. 이렇게 오늘도 룸 클리닝은 없을 것이고 침대도 가득 찼다.
14시가 되기 전에 호텔을 나섰다. 쇼핑몰을 찬찬히 둘러보면서 바다로 갈 예정이었지만 일요일이라 상점은 거의 문을 닫은 후였다.
바다에 가서 발을 담그기 위해 슬리퍼를 신고 갔는데 며칠 전 곳곳에 쏟아부어 두었던 자갈은 이미 평평해진 상태였다.
흐린 날씨였지만 니스 특유의 밝음이 있었고 뜨거웠다. 물도 그다지 차갑지 않았다. 파도에 휩쓸려 슬리퍼를 잃어버릴 뻔했지만 다행히 파도에 휩쓸려 되돌아 나와주었다.
해변 가는 길엔 가짜 창문이 있는 건물이 있다. 예전에는 창문의 개수로 세금을 매겨서 창을 최소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 이유로 니스와 모나코에선 이런 가짜 창문을 그려 넣어 구색을 맞춘 건물이 유독 많이 보였다. 어느 것이 진짜 창문인지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영국인 산책로의 의자에 앉아 발을 말리고 돌아왔다. 이제 정말 끝인가 보다.
니스도 안녕.
●Basilique et Paroisse Notre Dame de Nice
Nice Misa -0.15€
Baguette 200g -0.45€
Chips Ancienne 150g -0.85€
Nice Art Hotel -17.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