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e, France→Lyon, France
Day 21.
Monday, May 15
오늘은 니스에서 리옹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리옹의 숙소는 16인실임에도 19€로 비싼 편이었지만 여행자들에게 평가가 좋았고 주방이 있는 곳이라 선택했다. 일주일 동안 마른 음식만 먹었더니 주방이 간절하던 차였다.
리옹에선 떼제 공동체에서 머물려고 생각했지만 숙박비와 맞먹는 기부금에다 공동으로 무언가를 해야 하는 일과가 왠지 부담이 되어 결국 게스트 하우스를 선택하게 되었다.
모든 짐은 이미 싸 두었고 호텔에서 기차역까지 멀지 않아 6시 20분에 알람을 맞추어 두었지만 미국인이 5시 반부터 일어나 준비하고 있어서 일찌감치 잠에서 깼다.
이틀 만에 그 친구에게 톡이 왔는데 누구냐고 묻는 걸 보니 내 번호를 모르나 보다. 그러면 누구냐고 바로 물었어야지 왜 이틀이나 있다가 물어보는 건지, 그의 머릿속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생일이 같다는 공통분모로 급속도로 친해졌으나 다소 엉뚱한 그의 행동을 이해하기에 다소 무리가 있었다. 그렇게 점점 멀어졌고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다. 몇 년이 지나도록 꾸준히, 불쑥 연락을 해오던 터에 그 자체가 부담이 되어 애써 외면했었고 연락처가 바뀌면서 더 이상 연락은 없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보니, 나의 지나친 경계로 인해 그동안 상처를 받았을 친구들이 하나둘씩 생각이 났고. 내가 먼저 연락을 하기에 이르렀다.
반갑다고는 하지만 이제 나가야 할 시간이라 인사만 간신히 주고받았다.
마지막으로 호텔 4층까지 올라가 보았는데 28번 룸까지 있었다.
열쇠는 1층 키 박스에 넣어두고, 셀프 체크아웃을 하니 6시 40분이다.
리셉션이 문을 닫을 경우에 대신 니스 아트 호텔의 체크인을 도와준다는 마드리드 호텔은 같은 블록 안에 나란히 있었다.
니스 기차역에 도착하니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종착지가 리옹이 아닌 to Dijon TGV를 타고 11시 58분 Gare de Lyon Part Dieu에서 잘 내려야 한다.
7시 넘어 플랫폼이 오픈되었고 TGV 6814 기차에 탑승했다. 니스에 올 때와 같은 008-064 좌석인데 역방향이었다.
기차는 7시 23분 니스를 출발했다.
프랑스에서 한 달을 지내기로 계획하면서 수십 곳이 물망에 올랐고 그중에는 샤모니도 있었다. 만년설이 덮인 설산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았다. 프랑스 샤모니에서 스노보드를 탔다는 경험만으로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았다.
나는 그랬다. 그곳에 가본 것만으로도 좋겠다 싶은 마음이 들거나, 그곳에 가면 마음이 편하겠다 싶은 그런 이유만으로 나는 여행지를 골랐었다.
하지만 봄이라 하더라도 샤모니에 가려면 두꺼운 외투를 챙겨야 하는데 까미노를 앞둔 상황에서는 그 옷마저 부담이 되어 결국 샤모니는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포기했었던 프랑스의 많은 도시들이 생각났다.
처음에는 파리에서 리옹을 먼저 갔다가 니스로 넘어가려고 계획했다. 하지만 기차 편으로 인해 니스를 먼저 가기로 일정을 바꾸었는데 생각해 보면 이번 여행에서는 파리 다음에 가는 곳은, 어디가 되었더라도 힘들었을 것 같았다. 다만, 차라리 추운 곳이 베드버그에 물린 상처가 아물기에는 더 좋았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TGV 답지 않게 속도를 내지 않았고 심지어 각 역마다 정차했다. 오늘은 앞 선반에 배낭을 올려두려고 했는데 옆좌석이 비어있어서 편하게 왔다.
어제 샀던 감자칩은 생 감자로 만든 칩이라 너무 맛있었다. 기차에서 경치를 구경하며 느긋하게 먹으면서 왔다. 바게트와 감자칩은 아끼지 말자, 제발.
오늘은 폰 배터리 충전이 가능해서 태양의 후예 OST를 들으며 가는데 들을 때마다 짠해진다. 다만 뮤직 비디오 음악이라 연속 재생이 어려워서 문제였다.
9시 30분경 투르즈를 거쳐 10시 넘어 마르세유에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거의 내렸다.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승무원이 다니면서 계속 앉아있던 외국인에게 내리라고 재촉했다. 안내방송이 프랑스어라 영문을 몰라 계속 앉아 있던 나에겐 그 외국인이 영어로 대신 알려주었다.
옆에 대기 중인 다른 기차로 갈아타야 한단다. 옆 기차 2층에 올라가니 내 좌석 번호엔 다른 사람이 앉아 있어서 비어있는 다른 좌석에 앉았다.
프로방스에서는 내가 앉은 좌석의 주인이 타서 자리를 비켜줘야 했고, 또 다른 빈자리에 앉았더니 그 자리의 주인이 다른 좌석에서 쫓겨와서 또 비켜주어야 했다.
더 이상 빈자리가 없어서 나도 원래의 내 자리로 가서 비켜 달라고 했다.
니스에서 마르세유까지 온 거리보다 한참을 더 가야 리옹에 도착하는데 고작 한 시간을 남겨둔 상황이라 제시간에 도착이나 할까 싶었다.
그런데 기차를 바꾸고 나선 순방향인 데다 제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기차에 문제가 있어서 제대로 달리지 못했었던 걸까 싶었다.
세 시간 넘게 달려온 거리만큼을 더 가야 하는데 테제베답게 달리더니 놀랍게도 한 시간 만에 리옹에 도착했다.
Lyon은 프랑스의 도시로 론주와 론알프 지방의 중심도시이며 과거 앙시앵 레짐의 프로방스 리오네의 중심지였다.
리옹 시의 인구는 프랑스에서 3번째이지만 근교와 위성 도시를 합하면 2번째로 크다. 인터폴의 본부가 있다.
리옹은 기원전 43년에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부하인 무나티우스 플랑쿠스에 의해 로마 제국의 식민도시로 세워졌다. 이 지역을 당시 갈리아인들은 Lug[o]dunon 켈트의 태양신 Lug(빛)과 dúnon(언덕)을 합친 말로 부르고 있었다.
이 이름을 라틴어 화한 Lugdunum이 도시의 이름이 되었고 루그두눔은 곧 갈리아의 중심지가 되었다.
Aéroport Lyon Saint-Exupéry는 프랑스 리옹의 국제공항으로 에어프랑스, 이지젯의 프랑스 제2의 허브공항이며 프랑스 국내선, 유럽, 북아프리카 노선 위주의 항공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리옹 시내에서 공항으로 갈 수 있는 대중교통은 2012년에 리옹 파르디유 역에서 공항으로 이어주는 트램이 유일하고 또 다른 교통수단이었던 셔틀버스 Satobus는 생텍쥐페리 국제공항-리옹 시내 간 운행을 중지하였다.
Métro de Lyon은 프랑스 리옹을 달리는 지하철이다. 1978년에 개업하여 현재 4개 노선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TCL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리옹 지하철은 좌측통행으로 다른 프랑스의 지하철과 통행 방식이 다르다. 영업 거리는 32.1km로 그중 80%는 지하 구간이다.
급할 것도 없고 어차피 체크인 시간은 15시라 시간적인 여유가 많았다. 구글 지도를 통해 게스트 하우스까지 경로를 미리 파악해 둔 상황이지만 초행길이라 여전히 긴장은 되었다.
많은 인파를 헤치고 나왔더니 기차역 뒤편이었고 다시 빠흐디유 기차역을 가로질러 정문으로 나왔다.
구획이 확실해서 길을 찾긴 편했지만 햇살은 따갑고 배낭은 시한폭탄 같아서 은근히 힘들었다. 이 상태로 까미노가 가능할까 싶다.
Les Halles de Lyon를 지나 한참을 걸었지만 또 다른 분위기의 리옹은 너무도 친숙했다.
숙소 부근 골목에서 위치 수신 상태가 불량하여 잠시 헷갈렸으나 13시 전에 Le Flâneur Guest House에 도착했다.
제법 큰 골목에 위치해 있어서 안전에는 문제없어 보였다. 리셉션 겸 휴게실이 주방과 이어져 있는 오픈형 구조의 게스트 하우스였다.
체크인 시간은 15시지만 아직 청소 중이라고 하여 보증금 5€를 추가로 내고 먼저 체크인을 하고 기다렸다.
휴게실에 다른 투숙객이 없고 알아들을 사람도 없어 어머니와 보이스톡을 했다.
꿈에서라도 잘 먹었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음식 챙겨주는 꿈은 아프게 될 꿈이라며 되려 걱정이시다.
지금 내 상태가 말이 아니지만 여느 때처럼 얘기하지는 않았다. 여자 혼자서 외국에 나가는 것조차 이해를 하지 못하시는 분이시다. 좋은 것만 얘기해도 다음번이 되면 또다시 여행을 말리시곤 했다.
어머니를 모시고 마카오에 일주일 동안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특급 호텔에 묵었으니 나 혼자서도 좋은 호텔에 묵고 있다고 생각하고 계신다.
첫 번째 까미노 이후 도미토리 룸이 위험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어 줄곧 이용하고 있는 건 꿈에도 모르신다. 어떻게 처음 보는 남자들과 같은 룸을 쓸 수 있냐고 하시겠지. 동생은 오늘 뒤늦은 신혼여행을 떠났단다.
아침에 잠깐 연락되었던 친구는 또 다른 번호로 톡이 왔다. 아직도 전화기 두대를 쓰는 사람이 있다니 뭔가 의심스러워졌다.
한국인처럼 보이는 동양인 여성이 체크인을 하길래 한국인이냐고 물으니 갸우뚱하며 쳐다본다. 또 중국인인가 보다.
한국인끼리 아는 체 안 하고 있으면 나중에 괜히 어색할까 봐 미리 인사를 한 건데 이제는 먼저 아는 체하지 말아야겠다.
13시 40분쯤 청소가 끝났다며 스태프가 룸을 안내해 주었다.
복도 끝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16인실인 1번 룸이었고 창가 위층 10번 침대를 골랐다. 침대마다 개별 멀티탭이 있고 작은 수납공간이 있었다.
거대한 방안에는 욕실과 화장실이 딸려있었는데 방에 있는 걸 모를 정도로 완전히 독립된 구조였다. 거대한 룸 한쪽에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남녀 나뉜 문이 있고, 다시 욕실과 화장실이 나누어져 있는 구조였는데 관리도 잘 되어있어 정말 깨끗했다. 오죽하면 새 치실을 바닥에 떨어뜨렸는데 쉽게 버리기 아까웠을까? 16인실에 여자는 4명뿐이라 여자 샤워실은 느긋하게 써도 될 듯했다.
화장실과 샤워실 소리는 들리지 않으니 부담도 없고 정말 배낭여행에 최적화된 게스트 하우스였다. 왜 그렇게 칭찬이 자자한지 알 것 같았다.
숙소 선택에 있어 예쁘고 특별한 무언가를 바라는 게 아니었다. 리옹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특별하지 않아도 되니 나쁜 일만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단 샤워하고 옷을 모두 갈아입고 빨래부터 했다. 이곳은 배낭을 담을 수 있는 커다란 철제 수납장이 각 침대 아래에 두 개씩 놓여있는데 혹시 몰라 배낭은 비닐로 격리시켜 두었다.
주방에서 라면을 끓여서 자리 잡고 앉으니 15시다.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주방이라 프리 재료도 많이 남아있었다. 급히 곡물을 추가하니 국물이 줄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의 얼큰한 국물이라 좋았다.
귤 하나와 키위 두 개를 먹고 나니 모처럼 과식이다.
까르푸 시티에 가보니 감자칩 0.71€ 바게트 250g 0.50€ 주스 1.5L는 1.21€ 드레싱 소스가 다양했지만 배가 부른 관계로 오늘은 패스했다.
돌아오니 주방에 드레싱 소스가 많이 남아있었다. 채소만 사 오면 샐러드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17시, 방안에 거대 환풍기가 있어서인지 빨래도 제법 말랐다. 니스에서 이미 수건에서 냄새가 나고 있었기 때문에 주방에 가서 뜨거운 물에 담가서 임시로 소독을 했다.
라면을 괜히 먹은 것일까? 배가 터질 듯하다. 21시가 되기도 전에 빨래는 모두 말랐다. 스카프도 빨아서 널었다.
배낭여행에 최적화되어 있는 게스트 하우스라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것 같다.
Nice→Lyon, France
Nice 07:23~11:58 Lyon Part Dieu
(TGV 6814 / 008-064)
Le Flâneur Guest House 18.17€+0.83€ 체크인 15:00, 주방, 16인실 R1 B10
(56 Rue Sebastien Gryphe)
Le Flâneur Guest House Dépôt -5.00€
Le Flâneur Guest House -19.00€
Cuisine
Réfrigérateur
Four à Micro-Ond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