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 마사루의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 읽기
사토 마사루의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에서는 아날로지(analogy)적인 접근으로 역사를 이해하고 있다. 저자는 시대를 구분하는 흥미로운 기준을 소개하는데 영국 역사가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의 정의이다. 그는 연대를 '장기 19세기'와 '단기 20세기'로 나누어 변화의 기점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먼저, ‘장기 19세기(Long 19th Century)’를 보자. 이 시기는 프랑스혁명이 일어난 1789년부터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까지를 말한다. 흔히 '계몽의 시대', '진보의 시대'로 일컬어진다. 유럽문화권은 진보, 비유럽문화권은 미개와 야만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유럽 문화가 우월하므로 미개한 나라들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식민지 지배 이론을 앞세워 제국주의가 본격적으로 세계를 휩쓸었다. 하지만 이성의 발현이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불러옴으로써 진보의 시대는 끝이 났다.
‘단기 20세기(Short 20th Century)’는 1차 세계대전의 시작인 1914년부터 공산주의 체제의 소련이 붕괴한 1991년까지를 뜻한다. 1, 2차 세계대전은 힘의 구조를 재편하여 새로운 균형을 이루었다. 미국과 소련을 주축으로 한 동서 냉전 시대를 연 것이다. 자유주의·민주주의 진영과 사회주의·공산주의 진영의 치열한 대립은 1991년 소련의 붕괴와 함께 승패가 갈렸다.
나아가 에릭 홉스봄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20세기의 31년 전쟁'이라 명명한다. 전쟁은 자유주의·민주주의에 대립하는 사상과 이데올로기를 낳았다. 1차 세계대전 중 러시아 혁명(1917)을 시작으로 1922년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이 탄생했다. 전간기에는 나치 정권(독일)과 파시즘 국가(이탈리아, 일본)가 대두하였다. 진보의 확장이 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사회주의와 나치즘, 파시즘을 일으켰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롭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