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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Jun 05. 2021

채식이 기후 변화를 막는다고요?

지구를 살리는 가장 강력한 힘은 오늘 나의 식탁에 있다


 2019년 타임지에서 선정한 올해의 인물은 누구일까? 아마 강대국의 대통령이나 총리, 영향력 있는 종교지도자, 세계 경제를 뒤흔든 CEO, 탄압받는 인권운동가를 떠올릴 테다. 놀랍게도 주인공은 16살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이다. 그녀는 2019년 UN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한 연설로 큰 화제가 되었다. 툰베리는 각국 정상들이 온실 가스 감축을 위한 공약을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 행동하고 있지 않다며 비판했다. 그녀의 절박한 호소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했다.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19 역시 기후 변화가 자아낸 바이러스에서 비롯되었다. 기후재앙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바로 지금, 우리 세대가 당면한 과제다. 막연하게 느껴지는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온실 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탄소 발자국을 줄여야 한다. 탄소 발자국은 개인 또는 단체가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 기체의 총량을 뜻한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분리배출을 하고 재활용을 하면서 쓰레기의 양을 줄이려 한다. 혹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전기자동차, 수소 트럭을 늘리는 등 이동수단에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감축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기업에서는 효율이 높고 경제성을 갖춘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고 최근 화두인 ESG 경영처럼 환경을 고려하는 사업을 운영하고자 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규제를 세밀하고 강력하게 시행하고 개인과 산업체의 실천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 툰베리의 말처럼 충분한 제재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이지만 탄소 제로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 한다. 안타까운 점은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 널리 소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 비율 1위는 놀랍게도 축산업이다. 상공을 떠다니는 비행기, 바다를 가르는 배, 땅을 달리는 열차와 자동차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다 합쳐도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 가스 양에 미치지 못한다. 단지 가축을 기르는데 얼마나 온실 효과를 일으킬까 생각한다면 육류가 식탁까지 오는 전 과정을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동물들이 생활하는 목초지와 사육장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이 먹는 사료를 기르는데 엄청난 면적의 대지가 필요하다. 세계 농경지의 83%는 고기, 유제품, 달걀, 생선을 생산하는데 쓰인다. 쌀, 밀, 보리, 감자, 옥수수와 같은 작물은 인간의 육식에 밀려 자리를 내어준 지 오래다. 아프리카 아이들은 기아에 시달리는데 한편에서는 가축을 먹이느라 밀림을 불태워 경작지로 만들고 있다. 원자재가 풍부한 브라질의 최대 수출 항목은 석유도 철강도 아닌 대두다. 대두는 대표적인 동물의 주사료다. 육고기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니 아마존은 언제고 타오르는 중일 테다. 더욱이 도축된 육류를 가공하고 포장하고 세계 각지로 운송하는 과정에서도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가 나온다. 축산업에서 처리하는 폐기물이 강과 지하수를 얼마나 오염시키는지는 두 말할 나위 없다.



 개별 식품이 내뿜는 온실 가스는 얼마나 될까? 1kg당 발생하는 양을 비교했을 때 소고기가 압도적으로 많다. 소고기 1kg을 먹으려면 60kg의 온실가스를 배출해야 한다. 소는 다른 가축에 비해 사육 면적이 넓고 엄청난 양의 사료를 먹기 때문이다. 특히 소와 양으로 대표되는 반추동물은 되새김질을 하는 과정에서 메탄을 방출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1배나 큰 온실효과를 가지고 있다. 다른 동물성 식품도 유사하다. 강과 바다에서 나는 생선과 갑각류, 가축으로부터 얻는 치즈와 버터, 달걀, 우유 모두 식물성 식품에 비해 몇 배나 큰 온실가스를 만든다. 우리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행동은 육식을 줄이는 것이다.


https://www.bbc.com/news/science-environment-46459714


 식단을 바꾸는 일은 단호한 결심과 지속적인 노력을 필요로 한다. 먼저 자신의 식단을 분석하여 우리가 처한 문제에 직면해야 한다. 나는 BBC에서 만든 기후 변화 식품 계산기를 활용했다. 기후 변화 식품 계산기의 형태는 간단하다. 여러 가지 음식 종류 중 하나를 고르고 일주일 동안 섭취하는 빈도를 입력한다. 돼지고기를 하루에 한 번 먹는다고 가정해 보자. 일 년 내내 돼지고기를 매일 한 끼씩 먹으면 매해 656kg의 온실 가스를 배출하게 된다. 이 양은 자동차를 타고 2,695km를 주행할 때 나오는 온실 기체와 맞먹는다. 평균적인 영국 가정에서 104일간 난방을 하는 데 방출되는 양과도 같다. 95,756리터의 물을 소비하고 테니스 코트 세 개 정도의 대지 면적이 필요하다.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이다.


음식 이름

 기후 변화 식품 계산기는 같은 식품이라도 만든 재료에 따라 온실 가스 배출량이 다르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소, 양, 염소 등 동물성 우유는 콩, 오트, 아몬드 등 식물성 우유에 비해 세 배 이상의 탄소를 내뿜는다. 장바구니에 담을 때 무엇에 기반한 제품을 선택할지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다음으로 일주일 간 내가 섭취한 음식을 간추려서 정리해 보았다. 매 끼 먹는 밥보다 일주일에 한두 번 먹는 소고기가 배출량이 2.5배 더 많다. 똑같이 하루에 한 번 섭취하는 우유, 계란, 견과류를 비교하면 그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동물성 우유와 계란은 200kg이 넘지만 견과류는 5kg에 불과하다.


 기후 변화 식품 계산기로 식단을 검토하면 먹는 행위가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체감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인간의 건강에 육식이 해롭다는 사실과 동물 복지를 중심으로 한 불편한 진실은 덧붙여 거론하지 않겠다. 우리가 살아갈 앞으로의 나날과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동물성 식품을 줄여야 한다. 육류로부터 완전히 순결해야 한다, 비건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하루에 한 끼라도 멀리할 수 있다면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회복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오늘은 6월 5일 환경의 날이다. 지구를 살리는 가장 강력한 힘은 오늘 나의 식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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