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을 위해 식단을 바꿔봅니다
여기도 들어있네?
매일 하루 동안 먹은 음식을 꼼꼼하게 기록한다.
< 7월 8일 월요일 >
아침 : (직접 요리) 김치볶음밥, 요구르트
점심 : 발아현미밥, 순두부찌개, 총각김치, 샌드위치 속재료, 바나나
저녁 : 밥, 두부김치찌개, 수박주스
흔하디 흔한 식단에서 한 가지가 눈에 띈다. 바로 샌드위치 속재료이다. 평소 점심은 회사 식당에서 일괄적으로 배분하는 차림으로 해결한다. 메뉴 결정권이 없다 보니 스스로 구분해서 섭취해야 한다. 샌드위치를 둘러싼 빵은 밀가루이므로 속재료만 담는다. 식판에 올려놓는 순간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자연스레 손이 가는 걸 알기에 애초부터 떼내야 한다. 벌써 한 달 반째이다.
나는 전형적인 소음인이다. 타고난 체질과 달고 짠 간식을 즐기지 않는 식습관 때문에 쉽게 살이 찌지 않는다. 일평생 다이어트 한 번 하지 않았던 내가 요즘 식단 관리로 속이 끓는다. 음식점을 가든, 배달앱을 검색하든, 냉장고를 열어보든 식재료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일 순위이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건강의 적신호에서 비롯되었다. 소음인의 대표적인 특징답게 위장이 튼튼하지 않다. 소화가 잘 되면 몸상태가 좋다고 느낄 정도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컨디션이 나쁘면 제일 먼저 반응이 온다. 위와 장에 가스가 차거나 속이 더부룩하고 변비나 설사가 나타난다. 다음은 피부 염증이다. 탈이 나거나 맞지 않은 음식을 먹으면 미간과 이마, 턱 아래쪽 어딘가에 몽골몽골한 여드름이 올라온다. 트러블의 위치에 따라 신체의 약한 부위를 알 수 있는데 죄다 소화와 관련되어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건강한 삶을 위한 식단 조절이 필수 불가결한 일이다.
지난겨울부터 유난히 몸 상태가 이전과 달라졌다. 차가운 복부는 일반적인 양상이다. 그런데 유독 가슴 위쪽으로 열이 올랐다. 더위를 잘 타지 않던 내가 얼굴과 상체 윗부분이 부글부글 끓는다고 인식하였으니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게 분명했다. 친구의 추천을 받아 한의원을 방문했다. 혓바닥의 백태는 소화 기능이 약하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진맥을 짚어 내부에서 일어나는 몸의 증상을 살펴보았다. 한의사는 지금 '맥이 떠있기' 때문에 위쪽으로 열이 차오른다고 했다. 독소도 많아 음식을 가려 먹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쓰디쓴 한약을 처음 먹고 구역질이 났다. 하지만 쓴맛은 식단 조절의 어려움에 비할 바가 못되었다. 피해야 할 음식의 형태가 빼곡히 적혀있는 안내문을 보며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중 가장 적합하지 않은 것은 밀가루였다. 밀가루를 먹지 못한다는 의미는 피자, 파스타, 햄버거, 국수, 라면, 튀김, 빵, 케이크 등 수많은 즐거움을 포기한다는 선언이었다. 그렇게 밀가루와 멀어지기 위한 사투가 시작되었다.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지만 우리가 취식하는 대부분의 음식에는 밀가루가 포함되어 있다. 서구의 식문화가 대중화되면서 식탁의 주인을 내준 셈이다.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선택 폭이 크게 줄었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처음에는 밀가루로부터의 순결을 지키는데 초점을 두었다. 최소한의 양도 허락하지 않으려 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어느 순간 식단 조절은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데 목적이 있지, 밀가루로부터의 완전 분리에 목맬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러 명과 함께 어울리는 식사 자리나 메뉴 선택권이 없는 환경에서는 일정 부분 타협하였다. 대신 보다 조심하고 먹는 빈도와 양을 줄여 나갔다.
지난 한 달 동안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전에 비해 섭취량이 확연히 떨어졌다. 변화는 몸을 통해 스스로 증명했다. 가슴 위쪽에 차 있던 열이 내려가 원래의 온도를 회복했다. 소화 작용도 나아졌고 몸이 가벼워졌다. 원래 약한 장기이다 보니 여전히 기복은 있지만 조금씩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밀가루에 대한 절제는 다른 식재료에 대한 관심으로 번졌다. 건강한 재료로 건강하게 조리하자는 태도는 인스턴트 음식을 멀리하게 하고 자연에 가까운 형태를 찾게 했다. 또 밀가루 음식을 대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안을 발견하기도 했다. 꾸준한 식단 관리는 늘 나에게 도전이 되겠지만 피할 수 없다면 즐겁게 임하려 한다. 오늘도 밀가루를 거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