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행자들이 입버릇처럼 건네는 말이 있다. 누군가 당혹스러운 상황을 겪을 때, 비효율적인 시스템에 골머리를 앓을 때, 허무맹랑한 전개에 분통을 토할 때면 두 손을 위로 젖히며 답한다.
This is Africa.(여긴 아프리카야.)
줄여서 TIA라고도 부른다. 짧디 짧은 한 문장은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 픽업 요청을 깡그리 잊고 바람을 맞아도, 예정된 시간에 버스가 오지 않아도, 매일 정전이 되어도, 냉수 샤워가 일상이 되어도 이 마법의 문장만 있으면 그러려니 넘어갈 수 있다. 열악한 환경이 펼쳐지리라 예상하고 왔으니 너무 열 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의미다. 현재의 상황을 바꿀 수는 없지만 벌어진 일을 대하는 태도는 스스로 정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 어쩌면 여행자로서 가장 현명한 자세라 할 수 있다.
삶의 어느 순간 뒤통수를 맞듯 황당무계한 일에 부닥칠 때가 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아도 도저히 내 손에 잡히지 않는 곤경에 몰릴 때면 이 무적의 주문을 되뇐다. This is Africa. 지금 내가 있는 자리가 아프리카는 아니지만 여행자의 태도를 잊지 말자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중얼중얼 외우다 호흡을 가다듬으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어찌할 바 없는 바깥에 마음을 빼앗기기보다 안을 단단히 채우고자 한다. 잘 되든 안 되든 시도만으로 내 안의 불안과 미움의 크기가 줄어들고 여유와 감사의 싹이 고개를 든다.
아프리카에서의 한 달은 나의 결핍을 채우고 오랜 꿈에 다가서는 시간이었다. 한 번도 시도해보지 못한 스쿠버 다이빙에 도전하고 현지 교육 봉사에 참여하고 소중한 친구들과 교감할 수 있었다. 하루하루 새롭게 다가온 경험들은 나를 풍요롭게 살찌웠고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만들었다. 여행 이후의 삶을 멋지게 살아낼 수 있는 무적의 주문도 선물 받았다. 몸과 마음이 지치고 어려울 때면 비장의 무기를 꺼내본다. 아프리카에서 생기 넘치던 아침을 그려보면서. This is Af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