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를 내면서 접시사진을 담는다는 것은...
나 홀로 점빵에서 접시를 내는 것은 쉽게 말해 매일매일 집들이를 하는 것과 같다.
그렇게 정신없이 접시를 내면서 짬짬이 접시사진을 담는 다는 것은 솔직히 녹록한 일은 아니다.
예를 들면
열두 분의 정찬손님들의 접시가 나가는 경우
기본적으로 테이블 세팅은 이렇다.
물잔 열두 개
와인글라스 열두 개
앞접시 열두 개
포크, 스푼, 나이프 열두 세트
4인 테이블당 물병 하나씩 물병 세개
4인이 하나의 접시를 공유하는 개념으로 열두 가지의 요리가 나가는 경우
36개의 접시가 나가야 한다.
그에 더해 오븐에서 바로 테이블로 나가는 접시의 경우에는 접시마다 밑접시가 함께 나가야 한다.
한 마디로 말하면 정신없다.
그렇게 접시를 내면서
중간중간 손님 개개인의 요구에 대응하면서
도비는 꿋꿋하게 접시사진을 담는다.
미.친.거.맞.다
이리 꿋꿋하게 접시사진을 담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점빵에 매여 출사도 못 나가는지라 사진을 담기도 하지만
이렇게 사진을 담아놓아야 같은 손님이 다음에 정찬을 드시러 오셨을 때
접시가 겹치지 않는다.
가능한 한 여러 가지 접시를 손님에게 맛 보여 드리려는 욕심이다.
여하튼
이렇게 접시사진을 담다 보면 정신이 없기도 하지만
주방의 조명이 접시사진을 담기에는 최악의 조명이기도 하다.
그저 기록을 위한 접시사진을 담을 수밖에 없다.
허접한 사진에 대한 핑계가 절대 아니다.
노출 따위는 차라리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 무병장수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안다.
사진을 담는 것은 부차적인 일이고
중요한 것은 최상의 상태에서 손님에게 접시를 내는 일인 것을 말이다.
그렇게
도비는 오늘도 주방에서 접시를 내고
그 접시의 사진을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