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부들의 파스타, 까르보나라
이딸랴 접시들은 대부분 그 접시에 들어가는 주요 식재료들을 나열하면 그 접시의 이름이 된다.
예를 들면 흔히 '알리오 올리오'라고 부르는 접시의 정식 명칭은 '알리오, 올리오 에 페페론치노'다.
마늘, 올리브유 그리고 이딸랴고추 페페론치노 파스타
반면 그 접시의 특징이 명확한 접시들은 특정한 이름을 갖는다.
까르보나라, 마르게리따 피자, 제노베제, 까프레제 등등
이렇게 특징적인 이름을 갖는다는 것은 전통적인 레시피가 있다는 뜻이다.
사실 파스타는 취향에 맞거나 서로 궁합이 맞는 재료들을 넣어서 조리하면 된다.
그 만큼 재료의 관용도 높은 것이 파스타 접시다.
전통적인 까르보나라는 계란 노른자, 돼지볼살 관찰레, 그리고 소금과 후추만으로 조리하는 것이 맞다.
그래야 까르보나라 접시다.
한국에서 먹던 까르보나라만 생각하고 이딸랴에 가서 까르보나라를 주문하면 아주 단출한 접시에 당황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딸랴 사람이 한국에서 까르보나라를 주문하면 접시가 잘못 나왔다고 주방으로 접시를 돌려보낼 것이다.
우리가 먹고 있는 까르보나라는 그래서 크림 파스타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파스타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조리하는 사람의 재량이지만 명칭만은 제대로 알고 먹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말은 이렇게 하면서 도비의 이딸랴 밥집에서도 까르보나라를 주문하면
생크림과 베이컨이 듬뿍 들어간 크림 파스타 접시가 나가기는 한다.
변명 같지만 도비 힘없는 자영업자 밥집쥔인지라 어쩔 수 없다.
여하튼,
까르보나라는
들어가는 주재료가 단출하기 때문에 가난한 자들의 파스타라고도 하고
계란 비린내를 잡기 위해 듬뿍 넣은 후추가 광부 얼굴에 묻은 석탄 같다고 해서 광부들의 파스타라고도 부르는
이딸랴 까르보나라에는 생크림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