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살 차이 나는 남동생과 나는 어릴 때부터 자주 투닥거리며 싸웠다. 나이 차이가 적게 나다 보니 동생이 대들면서 싸움이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말도 안 되는 말을 하고 대꾸할 필요도 없는 시비를 걸 때 나는 무시하지 못하고 맞받아치려 했고 서로의 감정이 상했다. 아니, 정확히는 나만 감정이 상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옆에서 지켜보다가 동생한테 왜 반응을 해주냐고, 그냥 무시하라고 하며 답답해하셨다. 가족들과 기분 좋게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기분 상하는 말 한마디를 들으면 그 순간 입이 삐죽 나오면서 뚱~~ 한 표정이 나오곤 했다. '나 기분 상했어'를 보여주는 표정이다.
엄마는 진심으로 걱정하셨다고 한다. 얘가 나중에 사회생활하면서도 자기 기분 나쁘다고 갑자기 뚱해지고 겉으로 다 드러나게 표 내면 어쩌지, 하고 말이다. 그런 걱정을 하셨을 줄이야.. 시간이 흐른 후에야 엄마는 예전 속마음이 그랬음을 털어놓으셨다. 그러고 보니 나 스스로도 어릴 때와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조금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표 내고 드러내기보다는 표정을 컨트롤하고 분위기를 더 좋게 바꾸려고 하게 되었다. 감정이 상하고 그 감정을 겉으로 표현했을 때의 분위기와 결과가 그리 좋지 않음을 여러 번 경험한 결과였다.
그렇다고 마음의상처를받지않는건아니다. 오히려 남들이 보기엔 뭐 그런 거 가지고 그러냐고 할 정도의 사소한일에도쉽게상처 받고쿠크다스처럼마음이부서진다. 사소해 보이는 일이기 때문에 정작 상처를 준 사람은 상처를 줬다는 생각도 못하고 나는 기분 나쁨을 표시하지도 못한 채 넘어간다. 가벼운 말과 행동, 표정이 장난이었다고, 그런 의도로 한 말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듣는사람의마음이상하고기분이나빴다면그런것이다. 변명의여지가없는것이다.
저녁 모임에서 한 언니의 옷에 대해 장난치는 분위기에 휩쓸려 가볍게 장난의 말을 했다. 언니의 표정이 굳어진 것을 보고서야 선을 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고 신경을 쓰는 언니였기 때문에 장난으로 받아들여질 것 같지 않았다. 그렇게 찝찝한 느낌과 함께 인사를 하고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언니에게 연락을 하고 싶었고 어떻게 톡을 보낼지 생각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은 '언니 아까 한 말은 장난인 거 알지?'였다. 하지만 바로 생각을 고쳤다. '내'가 중심이 되어 '내'가 한 말이 장난이었음을 말하고자 건네는 또 다른 가벼운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고 진심으로 사과할 생각으로 연락하는 거라면 '기분을 나쁘게 했다는 점'에 대해 '미안함'을 표현해야 한다.
'언니 집에 잘 도착했지? 아까 혹시.. 기분 나빴다면 미안행 ㅠㅠ'
'아니야 괜찮아, 신경 쓰지 마' 등등 답장을 예상하며 씻고 돌아와서 확인한 톡은
'??? 아까?? '
????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까먹은 건가?
알고 보니 언니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일이었고 아무렇지 않았는데 그저 나 혼자 아차 싶어서 신경 썼던 것이다.
이것도어쩌면 '나' 중심의생각으로결론지은상대의감정일지도모르겠다.
쿠크다스, 에이스, 수제 강정...
과자마다 딱딱한 정도가 다르듯 사람마다 마음의 단단한 정도는 다 다르겠지만 누구나상처를받고상처를주며살아간다. 상처 받는 일까지 내가 어찌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누군가에게상처를주지않기위해서는 ‘상대입장’에서생각하는태도가필요하다는것을다시한번깨닫는다. 나와 상대방, 듣는 사람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대화를 건네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웃음을 주는 사람이다. 상대를 깎아내리고 콤플렉스를 들추어내면서까지 재밌는 사람이 되려고 하는 것은 이기적인행동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