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쿠크다스는 조심히 다루어주세요

상처 주지 않는 사람이 되기

by 도르유
쿠크다스는 조심히 다뤄주세요.
쿠크다스는 쉽게 부서진답니다.




2살 차이 나는 남동생과 나는 어릴 때부터 자주 투닥거리며 싸웠다. 나이 차이가 적게 나다 보니 동생이 대들면서 싸움이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말도 안 되는 말을 하고 대꾸할 필요도 없는 시비를 걸 때 나는 무시하지 못하고 맞받아치려 했고 서로의 감정이 상했다. 아니, 정확히는 나만 감정이 상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옆에서 지켜보다가 동생한테 왜 반응을 해주냐고, 그냥 무시하라고 하며 답답해하셨다. 가족들과 기분 좋게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기분 상하는 말 한마디를 들으면 그 순간 입이 삐죽 나오면서 뚱~~ 한 표정이 나오곤 했다. '나 기분 상했어'를 보여주는 표정이다.


엄마는 진심으로 걱정하셨다고 한다. 얘가 나중에 사회생활하면서도 자기 기분 나쁘다고 갑자기 뚱해지고 겉으로 다 드러나게 표 내면 어쩌지, 하고 말이다. 그런 걱정을 하셨을 줄이야.. 시간이 흐른 후에야 엄마는 예전 속마음이 그랬음을 털어놓으셨다. 그러고 보니 나 스스로도 어릴 때와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조금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표 내고 드러내기보다는 표정을 컨트롤하고 분위기를 더 좋게 바꾸려고 하게 되었다. 감정이 상하고 그 감정을 겉으로 표현했을 때의 분위기와 결과가 그리 좋지 않음을 여러 번 경험한 결과였다.


그렇다고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는 아니다. 오히려 남들이 보기엔 뭐 그런 거 가지고 그러냐고 할 정도의 사소한 일에도 쉽게 상처 받고 쿠크다스처럼 마음이 부서진다. 사소해 보이는 일이기 때문에 정작 상처를 준 사람은 상처를 줬다는 생각도 못하고 나는 기분 나쁨을 표시하지도 못한 채 넘어간다. 가벼운 말과 행동, 표정이 장난이었다고, 그런 의도로 한 말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듣는 사람의 마음이 상하고 기분이 나빴다면 그런 것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저녁 모임에서 한 언니의 옷에 대해 장난치는 분위기에 휩쓸려 가볍게 장난의 말을 했다. 언니의 표정이 굳어진 것을 보고서야 선을 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고 신경을 쓰는 언니였기 때문에 장난으로 받아들여질 것 같지 않았다. 그렇게 찝찝한 느낌과 함께 인사를 하고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언니에게 연락을 하고 싶었고 어떻게 톡을 보낼지 생각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은 '언니 아까 한 말은 장난인 거 알지?'였다. 하지만 바로 생각을 고쳤다. '내'가 중심이 되어 '내'가 한 말이 장난이었음을 말하고자 건네는 또 다른 가벼운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고 진심으로 사과할 생각으로 연락하는 거라면 '기분을 나쁘게 했다는 점'에 대해 '미안함'을 표현해야 한다.


'언니 집에 잘 도착했지? 아까 혹시.. 기분 나빴다면 미안행 ㅠㅠ'


'아니야 괜찮아, 신경 쓰지 마' 등등 답장을 예상하며 씻고 돌아와서 확인한 톡은


'??? 아까?? '


????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까먹은 건가?


알고 보니 언니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일이었고 아무렇지 않았는데 그저 나 혼자 아차 싶어서 신경 썼던 것이다.

이것도 어쩌면 '' 중심의 생각으로 결론지은 상대의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쿠크다스, 에이스, 수제 강정...

과자마다 딱딱한 정도가 다르듯 사람마다 마음의 단단한 정도는 다 다르겠지만 누구나 상처를 받고 상처를 주며 살아간다. 상처 받는 일까지 내가 어찌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상대 입장에서 생각하는 태도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나와 상대방, 듣는 사람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대화를 건네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웃음을 주는 사람이다. 상대를 깎아내리고 콤플렉스를 들추어내면서까지 재밌는 사람이 되려고 하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일 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1. 금요일 저녁의 가벼운 발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