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너무 착하기만 하면 안 돼

조금은 이기적으로 ‘내 것’을 챙겨도 될까

by 도르유

본격적인 인사철이 시작되었다.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지 엊그제 같은데 1년 하고도 9개월이 지나 부서이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인사 시즌 때에는 해당되지 않아 제삼자의 입장이었음에도 전체적인 상황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엔 내가 당사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입사 초반부터 알고 지내던 부장님의 연락이 왔다. 몇 달 전부터 부서 이동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번 꺼내던 분이었다. 그동안은 어물쩍 웃으며 넘어가거나 회피하며 넘겨왔지만 더 피할 길은 없었다. 마주해야 했다. 주변 선배님들의 조언을 듣고 스스로 고민해보며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결론은 거절이었다. 아직 현재 부서에서 더 배울 것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다른 부서로 이동한다면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았다. 이 부서에서 일했다고 당당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더 공부하고 경험해야겠다고 결론을 지었다.


결론을 내었으니 부장님께도 말씀드려야 했다. 카톡이나 사내 메신저로 말씀드릴 수도 있겠지만, 직접 대면하여 내 생각을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싶었다. 입사하여 이렇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고 그렇기에 거절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말씀드리기 위해 커피 타임을 가졌다. 긴장된 상태로 부장님을 만났지만 마음을 먹고 말씀드리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말이 술술 나왔다. 아무나 가기 어려운 부서에서 일해볼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한 감사함,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부장님과 함께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 그럼에도 아직은 현재 부서에서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까지 솔직하게 진심을 담아 말씀드렸다.


진심이 통한 것일까. 부장님은 쿨하게 받아들이시며 알겠다고,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셨다. 그리고 지금 부서에서 더 열심히 하라는 조언까지 덧붙이셨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너무 착하기만 하면 안 돼. 착할 필요 없어. 이런 일로 미안해하지도 말고.
앞으로 이런 일이 인사 시즌 때마다 있을 텐데 계속 미안해할 거야?
착하기만 하면 사람들은 무시하고 막대해. 어쩔 수 없어. 사람이면.
나조차도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그렇게 되더라고.


착하기만 하면 안 된다. 내가 그렇게 보였기 때문에 하실 말씀일 것이다. 주변 눈치를 보고 상대의 기분을 맞춰주느라 정작 내 마음, 내 상태를 돌보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필요한 태도. 희생과 양보도 물론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적어도 ' '만큼은 지키며 나를 보호하는 장치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 부장님의 진심 어린 조언이 뇌리에 깊게 박혔다. 이번 경험은 앞으로의 직장 생활에서 하나의 지침이 되어 더욱 발전된 나를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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