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답 상태
무기력.
기력이 없다. 무언가를 하고자 할 힘이 없다.
마음이 답답하고 울적한 기분이 들 때, 빈 화면에 내 마음을 적어내리는 것이 좋았다. 뒤엉킨 머릿속 마음들을 하나씩 꺼내어 문장들로 만들어내는 시간이 좋았다. 온전히 나를 위한, 나에게 건네는 속마음을 하나씩 들여다보는 순간이 좋았다.
요즘은, 그럴 기력조차 생기지 않는 듯하다. 끊임없이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다니기도 전에 생각을 하는 것 자체를 멈춰버린다. 생각할 힘이 나지 않기에 생각하기를 포기한다. 답이 없는 일과 그 일을 어떻게든 마무리하고 결정지어야 하는 압박감은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게 만든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당장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 일단 피해버린다.
미루고 미루다가 이렇게라도 한번 내 마음을 꺼내어봐야 할 것 같아 쓰는 마음 기록이다.
12월. 한 해를 되돌아보고 다가올 내년을 기대하는 달. 춥지만 마음만은 따뜻해야 하는 올해의 마지막 달을 무기력과 함께 맞이하고 있다.
그야말로 '노답' 상태이다.
무엇 하나 정해지지 않은 상태. 어떤 것도 정하지 못하고, 어느 것 하나 결론이 나지 않은 채 시간만 흐르고 있다. 답이란 것이 없음을 알지만 답을 찾고 싶다는 마음만 커지고, 왜 답이 나오지 않는지 답답함에 조급함만 쌓여간다. 정말로 답이 없다면 최선의 선택이라도 하고 싶은데 그조차 알 수가 없다.
올해를 되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잘한 일은 칭찬하고 부족한 점은 반성하며 '나 이번 1년도 참 잘 살았구나'라고 스스로 말해줘야 하는데.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는다. 돌아보면 돌아볼수록 후회만 남을 것 같아서.
먼 훗날 지금 이 순간을 되돌아볼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금의 나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지나고 나면 별 일 아니라고, 그저 마음 가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하면 된다고. 지금의 그 신중함이 당장은 힘들고 스스로를 지치게 만들 수 있겠지만 마지막엔 웃을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나도 모르는 사이 코로나 블루가 내 마음에 침범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연이은 여행 취소와 모임 연기에 지칠 대로 지쳤고, 삶을 충만하게 만들어주던 요소들을 누리지도 못한 1년이었다. 동시에 얻은 것도 있을 것이고 또 다른 경험을 하며 성장도 했겠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어서 이 '노답'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생각할수록 머리는 더 아파온다.
앞으로 남은 12월이 지금까지 보다는 나아지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