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의 거리두기
2021년 하반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7월 초, 꽤나 심한 위염 증상을 겪었다. 강원도까지 당일 왕복 출장을 다녀오면서 단순히 멀미를 좀 심하게 했나 싶었지만 며칠 동안 이어진 증상으로 결국 병원을 찾았다. 진단은 식도염과 위염. 다행히 장염까지 더 퍼지지는 않았지만 당분간은 계속 죽을 먹으며 조심해야 하는 상태였다. 차멀미를 원래 잘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유독 그날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니 전날 회사 업무로 스트레스를 꽤나 받았었는데 그게 다음날 출장 컨디션까지 영향을 미친 듯싶다.
결국, 스트레스성이라는 것이다.
나름 긍정적 성격의 소유자라 웬만한 일들에 대해 좋은 방향으로 해석하려고 하고, 까짓 거 해보지 뭐, 라는 생각으로 일을 회피하지 않는 편인데 문제는 멘탈이 아닌 몸이다. 정신은 내가 어떻게든 컨트롤하고 그 정도를 희석시키며 조절할 수가 있는데 몸은 너무나 정직해서 내가 신경 쓸 틈도 없이 그 스트레스를 온전히 흡수하고 있다. 그래서 가끔은 이렇게 망가져버린 몸을 확인하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곤 한다.
긍정적 마인드와는 별개로 스스로를 압박하고 조급하게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욕심은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당장 어떤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에 조급해지고 욕심만큼 몸이 따라와 주지 않는 것에 스스로 답답해한다.
요즘 나의 가장 주된 관심사는 재테크, 주식과 부동산이다. 관심이 이쪽으로 쏠린지는 1년 남짓 되었는데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압박감을 받는다. 그렇다고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도 않는다. 틈만 나면 틀어두던 재테크 관련 유튜브 채널도 점점 듣지 않게 되고 꾸준히 정리하겠다고 마음먹었던 투자 다이어리도 잘 열어보지 않게 되었다.
제대로 해보기도 전에 지친 듯하다.
꾸준히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나는 언제쯤...이라는 생각에 힘이 빠져버린다. 그들도 분명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며 여러 경험을 통해 그 경지(!)에 오른 것일 텐데 나도 모르게 그 결과만을 보고 나와 비교하게 된다.
힘 빠지는 생각에 침몰되지 말고 작은 행동부터라도 다시 해보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다. 이러는 과정에서 또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겠지.
최근 읽은 책,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에서 다루는 내용은 방대하지만 그중에서도 책 제목에 주목을 하게 된다. 돈은 뜨겁게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지만 어느 정도 '거리두기'를 하며 차갑게 다루어야 한다는 것. 지금 나의 돈에 대한 태도는 뜨겁게 사랑만 하려고 하는 집착에 가까운 것 같다. 돈은 더 벌고 싶고, 잘 살고 싶어서 뜨겁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그 뜨거움에 어찌할 줄 모르겠는, 그런 상태.
돈을 차갑게 다루기 위해서는 일정 거리 밖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뜨거운 열정으로 조급하게 달려 나가기보다는 여유로움을 가지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꾸준히, 차근차근히 쌓아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출발점이어야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