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강의 주제 못지않게 '홈스쿨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교수님의 자녀들은 홈스쿨링을 하면서 진짜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홈스쿨링을 하면 학교에 가서 또래 친구들을 만나지 못해 사회성이 결여되는 건 아닐까, 였는데 이에 대해 다른 교육생분이 질문했고 답변은 '그렇지 않다'.
다른 홈스쿨링 가족들과의 모임이 있어서 오히려 같은 나이의 친구들로 제한될 수 있는 인간관계가 보다 넓은 인간관계로 형성될 수 있고 때문에 사회성을 오히려 더욱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사회에서는 같은 또래와만 일을 하고 커뮤니케이션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처음 사회생활할 때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의 협업과 의사소통에 있어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대학생활을 할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소통 능력이 좋다고 생각해왔지만 인턴을 시작하면서 또 다른 차원의 세계가 있음을 깨닫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그런 환경을 어릴 때부터 접하고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기 시작한다면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다른 친구들이 학교를 갈 때 그 아이들은 여행을 간다고 한다. 교과서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우리나라의 역사적 현장을 직접 보고 견문을 넓히고 있다고 한다.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머리에 담기 위해 달달 외우는 학생들이 과연 직접 현장을 보고 듣고 느끼는 학생들보다 깊게 배울 수 있을까...
누군가가 그 아이들이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물었다. 큰 아이는 종이접기를 꿈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물론 종이 접기만 하면서 먹고 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교수님인 아빠와 함께 앞으로의 플랜을 매우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구상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선 초등학교 과정을 마쳤고 종이접기 전문가 과정을 밟아 지금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종이접기 선생님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종이접기를 하면서 향이 나는 종이를 개발하여 이를 통한 심리 치료까지 가능할 수 있도록, 이에 대한 사업을 꾸릴 수 있도록 계획 중이라고 한다. 물론 앞으로 꿈이 어떻게 변할지, 미래 플랜이 어떻게 수정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이가 지금 좋아하는 일을 지지해주고 다른 공부나 현실에 의해 포기하지 않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교수님의 모습이 너무나 감명 깊었다.
종이 접기라는 건 사실 단순한 일이고 이를 업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하고 싶어하는 하나의 분야에 있어서 해보고 싶은 만큼 끝까지 가볼 수 있는, 마스터할 수 있는 경험을 심어주고 싶다는 교수님의 말씀.. 정말 인상 깊었고 나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내가 살아온 인생에 대해 후회한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부모님께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셨고 혼자서 계획해서 공부하는 '자기주도적 학습'을 실천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다. 그랬기에 지금까지도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해 나아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만약에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 교과서에서 벗어나 정해진 틀이 없는 교육을 받으며 자라났으면 어땠을까... 지금과는 또 다른 생각과 고민을 하며 나만의 길을 가고 있지 않았을까? 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학생들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면서 그 하고 싶은 일들이 달라지면 달라지는 대로 경험해본다면... 스스로 무언가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끼고, 그러는 과정 속에서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갈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의 사회를 볼 수 있을까?
"Hole in the Wall" Project (by Sugata Mitra)- 컴퓨터 사용 설명을 해주지 않았음에도 아이들 스스로 영어와 사용 방법을 학습하여 이용하는 모습.
물론 현실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누구나 쉽게 여행을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공부는 고사하고 공부를 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에게 그러한 선택권이 있다면,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우리 사회도 지금과는 많이 달라져있지 않을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고등학생 '공딩'이 존재하는 사회, 좋은 대학을 나와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라 방황하다 결국 공무원 시험을 보거나 대기업 입사 지원을 하는 사회, 스타트업을 하라고 하지만 정작 실패하면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
홈스쿨링이 답이라고 결론 짓는 것은 아니다. 분명 공교육, 홈스쿨링 모두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에 나는 아직 경험도, 통찰력도 부족하다.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사회의 모습들이 많고 지금도, 앞으로도 하나씩 배워나가야 한다. 다만 사회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를 인지하며 객관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태도는 지금도 필요하다. 이러한 태도를 잃지 말고, 항상 깨어있는 자세로 세상을 바라보며 나 자신과 사회를 알아갈 수 있도록 깊게 생각하고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