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바람 될 때_폴 칼라니티

"그래도 계속 나아갈 거야"

by 도르유

평생 의사로 살 줄 알았지만 갑작스레 의사이면서 환자가 되어 36살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한 사람의 책



[1부_나는 아주 건강하게 시작했다]


48p. 책은 잘 다듬어진 렌즈처럼 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주는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 '잘 다듬어진 렌즈' - 요즘엔 전 세계 명소, 문화, 사람들, 사건사고를 TV나 유튜브 등의 매체를 통해서 얼마든 찾아볼 수 있는 시대이다. 하지만 가짜 뉴스, 무분별한 정보들 속에서 과연 '잘 다듬어진 렌즈'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은 얼마나 될까. 책이야 말로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잘 다듬어진 렌즈를 통해 세계의 새로운 시각을 보여줄 수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53p. 나는 문학이 다른 사람의 경험을 비추어줄 뿐만 아니라, 도덕적 반성에 도움이 되는 소재를 가장 풍부하게 제공한다고 믿었다.

>> 람의 정신은 뇌의 작용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문학이 우리 삶에 가져다주는 중요성을 느낀 저자. 과학자, 의사로서의 길을 걸으면서도 결국 삶이 끝나기 전 남겨진 우리에게 한 권의 책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55p. 산, 지구, 우주의 이런 광대무변함 속에서는 스스로가 작은 알갱이처럼 보잘것없이 느껴진다. 그러나 절벽 경사면에 두 발을 딛고 서 있으면 자연의 장엄함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재확인하게 된다.

>> 인상적이었던 문장. 우린 우주에서 한낱 티끌에 불과하다고 흔히들 말면서 보잘것없음을 상기시키지만 개개인의 생명력과 존재는 장엄한 자연 속에서 빛나고 있을 잊지 말자.



>> 언어에 대한 관심

>> '책은 치우고 의학을 공부하라'

>> 생명을 다루는 의사는 한 번의 결정이 생명과 인생을 좌우하게 되기 때문에 그 결정에 막중한 책임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업무 중 실수 하나에 롤러코스터를 탄 듯 심장이 아래로 쿵 떨어지는 나로서는 그 결정과 그에 따라오는 결과를 책임지고 감당해내기 힘들 것이다. 그 무게를 견뎌내는 의사들이 존경스럽다.



101p. 그때부터 나는 환자를 서류처럼 대할 것이 아니라 모든 서류를 환자처럼 대하기로 결심했다.

116p. 나는 그녀를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 보았다.

>> 의사 생활 중 수술에 성공하여 환자를 치료한 밝은 이야기도 많이 나오지만 이렇게 간 찾아오는 자기반성과 다짐이 곳곳에 나타난다. 의사로서 수많은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자신의 의도나 처음 마음가짐과는 다르게 환자를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게 될 수도 있지만 한 인간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환자 치료가 행해지는 병원뿐만 아니라 우리가 루틴 하게 해 오는 일에 대해서도 그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하는, 되돌아보게 하는 문장이다.



142,143 p. 우리 환자의 삶과 정체성은 우리 손에 달려있을지 몰라도, 늘 승리하는 건 죽음이다. 설혹 당신이 완벽하더라도 세상은 그렇지 않다. 이에 대처하는 비법은 상황이 불리하여 패배가 확실하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의 판단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환자를 위해 끝까지 싸우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완벽에 도달할 수는 없지만, 거리가 한없이 0에 가까워지는 점근선처럼 우리가 완벽을 향해 끝없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있다.

>> 동료 의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 직후의 내용이다. 음은 언제 어디서든 존재할 수 있기에 그 존재를 의사가 부정하고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는 없지만 의사이기 때문에 죽음을 극복하기 위한 싸움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보여준다.




[2부_죽음이 올 때까지 멈추지 마라]


>> 암 진단을 받은 후..

>> 죽음 없는 삶은 없음을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그 죽음이 예상보다 꽤 빨리,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닥칠 것임을 알아버린 후 생각의 변화와 다짐. "I can't go on, I'll go on"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준다.


암투병 환자임에도 레지던트 과정을 끝마치고 신경외과 의사로서 계속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과 의지는 그를 다시 수술대 앞으로 이끌었다.



198p.

최고의 신경외과로서 자부심을 갖고 자칫 오만을 부릴 수도 있었지만 암투병을 겪으면서 지금까지 의사로서의 태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반성하고 깨닫는 과정.



201, 202p. 종교와 과학이 대립관계가 아닌 보완관계일 수밖에 없는 이유 >> 사피엔스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 우리 각자는 커다란 그림의 일부만 볼 수 있을 뿐이다.


213p. 다시 한번 나는 의사에서 환자로, 주체에서 객체로, 주어에서 직접 목적어로 돌아왔다.

>> 삶의 주체에서 객체로 바뀌어 살아가야 하는 길이 얼마나 막막할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Epilogue] 죽음, 그 이후




나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죽음이라는 것 자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가끔은 내가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아있다는 것이 새삼 놀라우면서 이상하다는 느낌까지 받는다. 나는 어떻게 살아있고 다른 사람들은 또 어떻게 살아가는지,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살아온 내 인생이 죽음을 마지막으로 끝난다는 것이 벌써부터 허무하고 슬프다. 죽으면 이 모든 게 사라지고 아무것도 아닌 '무'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이, 죽음 이후에 나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 아직까진 받아들이기 어렵고 두렵기만 한 일이다.


저자는 오래전부터 삶과 죽음의 의미를 알아가고자 하며 의사의 길을 걸어갔다. 수없이 환자들의 죽음을 곁에서 맞이하면서도 아마 그 또한 자신의 죽음과 동일시하긴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수많은 환자들을 진심으로 대하고자 했던 태도와 자기반성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죽음의 간접적인 경험만 계속하다가 곧 닥칠 나의 죽음을 예상하며 살아간 나날들은 어땠을지 아무리 책을 통해 읽어봐도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암 진단을 받은 후 이를 받아들이고 미래의 계획을 생각하며 내린 결정은 그가 보통 사람이 아님을 다시 한번 말해주었다. 신경외과 의사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남은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려고 하는 태도 또한. 보통 사람이라면, 그리고 나였다면 남은 삶이라도 내가 하고 싶지만 하지 못했던 '버킷리스트'를 이루고자 했을 텐데 그에겐 수술하는 의사가 그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일이었나 보다.


책을 읽는 내내 안타까웠다.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고 의사로서의 역량과 능력이 출중한 젊은 의사가 이젠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생각했던 사람으로서 의미 없는 연명치료를 계속하기보단 의미 있는 삶으로 생을 마감하기로 결정한 것도 그 다운 결정이었다.


마지막 에필로그를 통해 저자의 못다 한 이야기, 그의 죽음 이후의 이야기까지 알 수 있었고 비록 그는 이제 이 세상에 없지만 그가 남긴 이야기는 책으로 남아 전 세계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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