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_김영하(1)

내가 여행을 멈추지 않는 이유

by 도르유

작가 김영하의 에세이, '여행의 이유'


사실 이 책이 나오기 전 브런치에 '여행을 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려고 했다. 고쳤다 쓰며 임시 저장만 하고 발행을 하지 못한 상태로 몇 달을 지내다 보니 이 책이 나왔다. 나와 같은 주제로 글을 썼다는 것에 우선 흥미를 느꼈고 방송 '대화의 희열'에 나와 소설가로서 뿐만 아니라 여행가로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책 홍보의 목적이 있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더 들게 만들었다.


여름휴가로 엄마와 함께 오스트리아와 체코를 갈 계획이었기 때문에 그전에 책을 다 읽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비엔나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책을 완독 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이 책을 읽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전까진 단순히 여행하는 행동 자체에 집중하며 다녔다면 이번 여행에서는 '여행' 자체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며 더 나아가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1. 추방과 멀미


즉흥적 무계획 여행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여행은 모두 사전에 계획이 우선 된다. 일부러 시간을 내고 머리를 싸매며 계획을 짜는 이유는 바로 이 계획대로 여행을 하기 위해서이다. 여행의 준비과정에서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길 바란다. 그렇게 되기만 하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한다.

계획에서 어긋난다는 것은 보고 싶은 것을 보지 못하고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하며,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여행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뿐만 아니라 생각하지 못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시간적, 경제적, 심리적 손해 등이 될 수 있고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 떠난 여행이 악몽이 되어 돌아올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여행이 주는 가장 큰 선물, 가장 뚜렷한 기억으로 남는 것은 '뜻밖의 경험'이 아닐까. 여러 번의 여행을 하면서 나도 정말 별의별 좋지 않은 일들을 다 겪어봤다. 비행기를 놓치고, 식당에서 가방을 도둑맞고, 야간열차에서 자는 동안 누군가 들어와 돈을 다 가져가고, 억울한 무임승차로 벌금도 내보고.. 비행기를 놓치는 것 말고는 결과적으로 다 잘 해결되긴 해서 이젠 웃고 넘어가는 일이 되었지만 그 일이 일어난 순간엔 얼마나 허망하고 좌절감을 느꼈는지 모른다.


작가 김영하는 그런 경험들까지도 여행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경지에 이른 것 같다. 나는 아직까진 최대한 그런 예상치 못한,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항상 긴장하고 철저하게 계획을 짜려고 한다. 그럼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내 내면에서는 '예상치 못한 경험'을 원한다는 것이다.


안동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어떤 행사에서 허각 무대를 본 것, 벨기에 광장에서의 화려한 음악과 불빛쇼, 잘츠부르크 미라벨 정원에서의 오케스트라 공연 등등.. 갑작스러운 어떤 이벤트를 마주했을 때 그 기분은 그 자리에 있는 내가 아니라면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게 어떤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그런 '뜻밖의 경험'이 나에겐 더 강한 인상으로 남고 그 순간 행복한 감정을 더 느끼게 된다.


여행이 뜻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아도, 계획대로 여행을 하지 못하더라도 좌절하여 그대로 멈추지 않고 계속 여행을 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인생과 여행은 그래서 신비롭다. 설령 우리가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실패와 시련, 좌절을 겪는다 해도, 우리가 그 안에서 얼마든지 기쁨을 찾아내고 행복을 누리며 깊은 깨달음을 얻기 때문이다.

여행하는 그 순간에는 깨닫지 못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그 어떤 무엇인가가 한참 후에 내 삶에, 나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여행이 앞으로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는 나중에서야 깨달을 것이다.


최근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이 있다. 프로필 사진으로는 잘 지내는 것 같아 조금은 형식적인 안부 인사를 했는데 갑자기 내일 이탈리아로 간단다. 지난 1년 반 동안 독일에서 지내다가 잠깐 가족들을 보러 2개월 한국에 머물렀던 것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본 후로 시간이 그렇게나 흘렀다는 사실보다 친구가 그런 삶을 살고 있다는 것에 더 놀랐다. 어떤 특정 여행의 경험 때문이라기 보단 독일 교환학생 시기의 총체적인 경험, 거기에서 만난 이탈리아 남자 친구의 영향 때문일 것이라 혼자 짐작하지만 당사자의 얘기를 듣기 전엔 사실 단정 지어 말하긴 어려운 것 같다. 다만 만약 독일 교환학생을 가지 않았다면, 유럽에서의 여행 경험이 없었다면 과연 기약 없는 외국 생활을 할 결정을 했을까 싶다.


여행뿐만 아니라 내가 내리는 모든 순간순간의 선택에 따라 내 모습과 상황 등 많은 것들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참 신기하면서 무섭기도 하다.




2.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고통은 수시로 사람들이 사는 장소와 연관되고, 그래서 그들은 여행의 필요성을 느끼는데, 그것은 행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서다.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공간, 집. 집은 회사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와 마음 놓고 편히 쉬는, 가족들과 기쁨을 나누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족들로부터 받은 상처, 슬픔, 스스로에게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 등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다. 그런 공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여행이 아닐까. 반복되는 일상과 익숙해져 버린 고인 감정들로부터 떠나버리는 것이다.


풀리지 않는 난제들과 맞서기도 해야겠지만, 가끔은 달아나는 것도 필요하다.




3. 오직 현재


가장 기억에 남는 챕터.


여행하는 동안에는 모든 게 현재시제로 서술된다는 작가의 말이 읽는 순간 확 와 닿았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 지금 이 순간 내가 여기에 있고 이 곳에서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 그 사실을 여행하는 동안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직전 챕터와 연결되는 부분인 것 같다. 여행을 떠나 호텔에 들어왔을 때 일상과 집에 묻어있는 상처와 걱정 등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순간을 맞이하는 것. 그리고 '현재' 여행을 하면서 과거의 후회, 미래에 대한 걱정을 잊은 채 그저 현재 이 순간을 살아간다는 것. 그러면서도 '현실로부터 달아난다'와 '현재에 집중한다'라고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현재에 집중하는' 여행이라는 점이 더 마음에 든다. 달아날 필요가 있을 땐 달아나야겠지만 현실도피를 하기 위한 여행보단 현재를 살기 위한 여행을 하고 싶다.

여행=현실도피(X) 현재를 살기(O)


사실 여행이 곧 현실 도피와 마찬가지라고도 생각한 적이 있다. 현실도피를 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학업, 인간관계 같은 골치 아프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로부터 벗어나 잠시나마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고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물론 이런 이유 없이 여행을 떠나진 않겠지만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살고 싶어 떠나는 여행이라면 더 좋을 것 같다.




4.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


유전자에 새겨진 이동의 본능. 여행은 어디로든 움직여야 생존을 도모할 수 있었던 인류가 현대에 남긴 진화의 흔적이고 문화일지도 모른다.

-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이유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근거를 찾고 분석했다.




5.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


앞부분의 내용이 다시 한번 언급되면서 작가가 얼마나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나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면서 읽은 부분이다.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문장. 여행을 했다고 해서 그곳을 다녀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행은 거주와 달라서 언제든 떠날 수 있고 시간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주어진 시간 안에 그곳의 모든 것을 경험하고 가볼 수는 없는 것이다. 렇기에 내가 경험한 여행만이 여행의 전부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비 여행과 탈여행


비 여행- 장소의 이동은 일어나지만 그 장소에 들어가 보지는 않는 것.

탈여행- 다른 사람을 통해 여행을 대신하게 하고 이를 재구성하는 것. 스스로 여행했을 때 놓칠 수 있는 것을 타인을 통해 경험하고, 타인이 놓쳤을 어떤 것을 상상력을 동원해 복원함으로써 우리의 정신을 풍요롭게 . 타자를 통해 좀 더 깊이 있는 여행 경험 가능.


비 여행과 탈여행이라는 개념 모두 생소하기 때문에 완전히 이해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특히 비 여행은 여행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여행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 탈여행의 관점에서는 책, 방송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여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통해 간접적으로 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는 모두 '방구석 여행자'이다.


직접 경험한 여행+비여행+탈여행 = 하나의 여행


어느 정도 동의하는 내용다. 은 장소를 가도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이 있을 것이고 다른 날씨의 풍경 어떤지 보기 위해서는 내가 가본 여행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비 여행, 탈여행의 장점이 있고 실제로 하는 여행으로는 그곳을 다 가볼 수도, 다 알 수 없다고 해도 방구석 여행자로서 집 안 소파 위에서 보는 tv 속 여행지 풍경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다.


'공간감'. 아무리 vr기술이 발달하고 화질이 좋아져도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공간감은 실제로 여행을 가지 않는 이상 느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방구석 여행자'가 아닌 '방밖 여행자'로서 여행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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