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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또 하루가 가는 거지 뭐. ^^

by 여니


20대 때는 20km로 가는 것처럼 느껴지고
나이 들면 들수록 그 나이만큼 빨라진다고 하는 말을 더욱더 체감하는 요즘. 벌써 주말이 되었다.

큰맘 먹고 옆지기가 검색해 준 내과를 토요일 일찍 갔다.심장부터 산부인과 피부과 건강검진도 할 수 있는 겉으로는 몰랐는데 꽤 규모가 크면서도 깔끔한 병원이었다. 8시부터 문을 연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안으로 들어선 순간 내 나이정도의 아주머니들이 대기실에서 웅성웅성 아주 조용하게 무슨 모의를 하듯 속삭이고들 계셨다. 언뜻 들린 말 중 배꼽을 통해서 원하는 용량을 뺄 거라는 말이 귀에. 성형외과가 없는데 그게 가능한것인가?하는 의문은 들었지만.
그중 약간은 무게감이 없어 보이는? 위부터 아래까지 그야말로 깔맞춤을 하셨는데 에둘러 말하지 않고 나이브하게 말하면, 좀... 음...... 표현을 못하겠다. 그냥 졸부의 느낌이랄까? 이런 여자분의 주도아래 A4용지에 모두들 무언가를 쓰셨다. 그 여자분은 이곳의 vip쯤 되시는 듯.

그들을 뒤로하고 내 순서가 되어 진료실로 들어갔다. 이것저것 검사에 사진도 찍어보자 하시고 수액이 아닌, 50 평생 처음 듣는 (무슨 거창한 이름이었는데) 주사도 맞자며. 상황 봐서 등에 도수치료도.

옆지기는 본인의 몸이 아니고 내 그동안의 통증을 아니까 차마 입을 떼 진 못했다.


난 듣고 있다가 40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선뜻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던 말을 했다. 거기엔 실례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상황이지만 그 분의 태도에도 내가 물을 수 있는 용기의 플러스가 되기도 했다. 예전엔 못했던 "얼마예요? 저 오늘은 일단 처방만 해 주시고 다른 치료들은 다시 와서 받을게요." 의사 선생님도 그러자 하셨고 4.700원의 처방전을 받고 약국으로 가서 5.600원으로 약을 받아왔다. 그렇게 잠시의 부끄러움이 편안함으로 자연스럽게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옆지기가 미안하다 했다.
빨리 건강검진받고 제대로 치료하자고.

이렇게 또 하루가 가는 거지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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