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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호주에서 날아와 닿은 마음이 있었다. 비행기 표에 적힌 시간보다 훨씬 먼 거리를 건너, 계절과 바다와 일상의 무게를 넘어 도착한 것은 한 분의 마음 하나가 아니라 한 사람의 온기였다.
희망을 안고, 선물처럼 나타난 Andrew.
페이스북이라는 가벼운 창을 통해 맺어진 인연이 이렇게 해를 건너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을 만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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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응원해 주시다가, 2023년 분당 병원으로 오시던 그날을 떠올리면 거울을 볼 겨를도 없이 부어 있던 눈과 민낯 그대로의 내가 있었다. 옆지기의 아픔이 내 얼굴에 그대로 남아 있던 시절, 그래도 아무 말 없이 와 주셨던 분. 작년에도 또 그렇게, 눈썹 선 하나 그리지 않은 얼굴로 마주했지. 그땐 그것조차 중요하지 않았다. 누군가 나를 보러 이 먼 길을 왔다는 사실 하나로, 마음이 이미 충분히 단정해져 있었으니까.
그래서였을까.
올해는 괜히 마음이 바빴다.
유통기한이 꽤 지난 화장품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바르고, 어색해하며 그리고, 다독이며 시간이 남긴 흔적 위에 잠시나마 용기를 덧칠했다. 전적으로 내 생각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봐줄 만하지 않았을까 싶다. 커피를 주문하며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이야기 사이로 웃음이 흘러가고, 그 순간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결국 사진은 잊어버렸다. 아쉽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오래 남을지도 모르겠다. 기록되지 않은 순간은 마음에 더 깊이 새겨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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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안다.
‘약한 고리’라 불리던 인연이 사실은 얼마나 질기고 강한지. 크게 약속하지 않아도, 자주 만나지 않아도, 그저 진심 하나로 사람과 사람이 이렇게 길고 단단하게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하겠지만 분명한 건 이것이다.
따뜻했고,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온전히 마음이 웃었다는 것. 누군가의 존재만으로 하루가 환해지고, 한 해의 끝자락이 덜 외로워지는 경험. 올해도 그렇게, 나는 또 한 번의 소중하고 귀한 선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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