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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니 Nov 23. 2023

"내가 코 빼줄까? 뻥 뚫리게?"

 
날씨가 하루가 다르게 추워진다.
사람들의 옷들이 덩달아 두터워진다.
모두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는 듯 느껴진다.
나만 조금은 얇은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온 배와 급 찐 살들을 가리고자 옷을 꼭 여민다.

얼굴을 똑바로 들고 허리는 꼿꼿하게 세우고 군인처럼 앞만 보고 걸었던 걸음걸이가 허리가 아파서 엉덩이는 자꾸 빠지고 고개를 나도 모르게 자꾸만 숙이고 걷게 된다. 이런 내가 그 누구에게가 아니라 나 자신한테 자신이 없다.

매번 다짐한다고 말은 참 잘하면서
여전히 그런 약해빠진 마음으로 자고 일어났다.
온도 조절이 마음대로 잘 되질 않아서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어제 새벽엔 방의 온도가 유난히 높았다. 다른 무엇보다 내가 유난히 참기 어려워하는 것이 코가 막히거나 혹은 다른 이유로 숨이 차거나 하는 것이다.

한 번도 말 한 적 없지만 첫 번째 실패 후 얼마되지 않아
큰언니 집 아래 로스팅 커피숍에서 폐쇄공포 같은 공황이 심하게 한번 왔다간 적이 있었다. 숨을 쉴 수도 숨 막혀 죽을 것 같다는 느낌에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코가 막히고 숨이 차는 것에 겁을 내는 편이랄까. <이 얘긴 나중에 기회 되면>

오전 일을 다 하고 앉았는데 어제의 의도치 않은 높은 온도 설정에 코가 건조해졌는지 코도 막히고 숨도 조금 찼다.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지만 참고 있었다. 옆지기가 무언가 내게 말을 하는데 내가 집중을 하지 못하자 왜 그러냐 했고 이러저러하다 얘기했더니,

내가 입으로 코 빼줄까? 뻥 뚫리게?"

"그런다고 뚫려? 내가 애긴가? 그건 그렇고 코를 입으로 빼내줄 수 있다고? 아기코도 아닌데? 으윽!"

"왜 못해~, 당신은 나를 너무 좀 그렇게 봐. 그리고 당신은 못해도 난 할 수 있는 남편이야."

"해봐~, 그럼."
난 설마 했다.

그런데 정말 해 주는 게 아닌가. 뭐 나올 게 없다고 생각은 하고 더 자신 있게 했던 말이긴 하지만 실제로 아기한테 해 주듯 제대로 할 줄은 몰랐고 놀랐다. 그리고 난 "뭐야~." 하며 뒤로 밀었다.

나름 나름의 이유로 1인 가족도 많아지고, 대가족도 있을 터이고, 우리처럼 부부 둘만이 가족의 전부일 수도 있다.

투닥거릴 땐 서운하고 화도 나다가도 어느 순간 안쓰럽기도 하고 옆지기는 이런 게 사랑이고 부부라고 하는데, 이렇게 위해주고 때로는 짠한 이런 마음 또한 부부이고 나의 가족이라 생각한다.

* 효과는 없었고, 놀랐지만 고맙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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