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니 Nov 27. 2023

저의 쓰임을 진심으로 바랍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제 모친은 불교였습니다.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고 본인 혼자 조용한 불교신자이셨죠.  이른 새벽 5시 30에 꼭 일어나시어 무슨 말인지는 이해 못 했지만, 성심을 다해 염주를 돌리시며 기도 하시는 모습을 보고 자랐습니다.

스스로 늘 궁금해했던 하느님을 자의 반 타의 반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때였는 지 어떤 마음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진실한 미소를 가지신 십자가에 못 박히신 당신의 얼굴에 한동안 저도 모르게 바라보았던 적이 있습니다. 눈을 떼지 못하고 사로잡혀 한없이 바라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리석게도 어려울 때만 하느님을 붙잡고 빌었습니다. 참으로 이기적이지요.

하지만 아픔과 버거움으로 지치는 일상과 그래도 기운을 내어 온 힘으로 일어남을 반복합니다. 감사함과 반성하는 마음은 또 금세 잊어버리고 좁디좁은 비좁은 마음으로 다시 나쁜 마음을 입을 통해 말로 내뱉기도 합니다. 바로 후회해서 반성할 것을 알면서도. 이런 행동은 불교에서도 무교여도 종교를 떠나해서는 안될 어리석은 짓이지요.

어느 날은 꿈을 꾸어보고 희망을 갖습니다.
배고픔이 없는 세상. 함께 사는 세상, 그런 세상이길 감히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제게 너무나도 험난한 길이 시작되자 함께 발맞춰 삶을 살았던 사람들은 어느새 많이 사라지고 귀한 다른 분들만 계십니다. 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한없이 서럽고 화가 났습니다. 베풀었던 과거의 제 삶을 생색내듯 서운해했습니다. 이제는 그랬던 제 자신을 온전히 반성합니다.

지금 제겐 앞으로의 희망을 의심하지 않는 굳건한 마음만이 남은 듯합니다. 저는 이 신뢰를 사랑으로 굳세게 믿고 여정을 마저 이어가려고 끊임없이 채찍질하듯 노력하고 있습니다.

믿음의 걸음으로 걷던 걸음에 문득 의심이라는 무거운 십자가를 얹어주시기도 합니다. 제 두 어깨를 짓누르는 그 무게감은 무거워져만 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의문은 털어내고 비워 내려합니다. 무엇보다 제 마음의 평온함을 위해서.

제 얼굴과 어깨, 너무도 아픈 허리와 버거운 심장은 굳센 의지로 저를 겨우 일으켜 세웠지만 그것도 잠시 넘어지고 쓰러지고 다시 무릎을 꿇습니다. 부디 그 무한한 품으로 제 존재를 안아주세요.
그 황홀한 순간이여. 제발 저희를 두고 고개를 돌리지 말아 주세요. 제 육신의 지친 몸은 고통과 닳아 없어질 것 같은 피곤함에 끝을 알 수 없는 고독으로 울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고통의 순간에도 남편이 언젠가 말했었던 작고 약한 고리의 힘을 알게 되었고 감사함을 마음 깊이 간직한 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습니다.

믿고 싶습니다.
사랑은 그 자체로 때로는 허전하지만 처절한 배고픔을 더없는 행복으로 채워줄 것이고, 더 이상 방황하지 않을 수 있을 거라고.

언젠가 조금이라도 기본적으로나마 안정된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다면 이곳의 찐 벗들을 위해 저의 쓰임을 진심으로 바라고 바랍니다.
내일 또다시 미련한 마음으로 이 버거움이 무거워서 괴로워한다 해도 다시 습관처럼 어쩌면 루틴처럼 또 용기 내어 다시 한 걸음을 옮기겠습니다.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합니다.





* sns에도 공유했습니다.



내 사진.

작가의 이전글 " 당신은 일기가 정말 솔직한 것이라고 생각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