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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니 Dec 03. 2023

생일날... 집에서 나오다.


2021년 10월 8일.

현관 벨소리와 함께 "쿵쿵쿵"

현관문을 예의 없이 두드리는 소리만으로도 느껴졌던
두려움과 귀까지 들리는 나의 심장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간단한 짐만 싸서 나가세요!" 살면서 그런 말을 들어본 적도, 들으리라 생각도 못해봤다.

너무나도 예의 없이 하대하는 말투에
신발을 신은채 저벅저벅 들어와
종이를 흔들어대며 말하는 강압적인 행동들..

남편은 들이닥친 듯.. 집행기일의 고지 및 순서 없음에 맛대어 큰소리로 대응했지만,

난 나도 모르게 주섬주섬 당장 필요한 것들을 아무렇지 않은 듯 챙겼었다. 짐들을 창고에 보내는 인력사무소 아저씨들은 많이 해 보신 양 안쓰럽다는 듯 조심스럽게 얘기해 주셨지만 오히려 눈물을 흘리며 마음이 약해질까 봐 눈길을 피하고 정신줄을 바짝 붙들었다. 

심장은 요동치고 입은 마르고 손은 차갑고
얼굴은 파르르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흔들렸고
짐을 챙기는 손마저 떨렸는데 말이다. 아마도 내 의식 속에 아차 하는 순간 쓰러질 까봐 본능적으로 강하게 날 부여잡는 간당간당한 힘 같은 것이 있었던 것일까.

남편은 짐 챙겼으면 아래 커피숍에 가 있으라며
더 이상의 비참함은 주기 싫었는지 그리 말을 하고 그들과 정리를 하는 것 같았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직장인들의 소리와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에 열렸다 닫혔다 하는 커피숍 문소리와 공황이 올 정도로 정신이 없고 어수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힘 없이 아무것도 시키지도 못하고 비를 맞아 젖은 차림도 커다란 가방도 사람들 의식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도 낯가림 많고 남의 눈 의식하는 내가 말이다. 그렇게 멍하니 한쪽 끝에 앉아 있는데 상기된 얼굴에 남편이 들어왔고 남편 역시 입술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겨우 이 것 저것 끌어 모아 숙소를 찾아 일단 비에 젖은 몸을 녹였다. 하필 그날은 내 생일이었다. 지금도 앞으로도 잊지 못할 생일이지 싶다.

그 뒤로 남편은 병원 가는 것조차 아예 꿈도 못 꿨고

(사람  일이 아닌, 거듭된 송사로 원래 지병이 더 커졌다.~ 강직성척추염이라는 류머티즘 질환에 통풍 자가면역질환으로 인한 온갖 통증과 염증.)
애매하고 불편한 지천명의 나이로 닥치는 대로 일했고 버티고 견뎌냈다.

서로 다투는 날이 많아졌고 화가 나면 속을 후벼 파는 말을 하곤 했고.. 미안하다 했지만 서로 마음의 골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그 깊이만큼 안쓰러움도 커진다.

아무리 어른이 되고 나이를 먹었다고 아픈 건 그저 아픈 것이다. 생각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차이가 있으니까.


예정된 일정은 다시 순연되었고, 우린 다시 찬바람을 버틸 겨울 옷을 창고에서 꺼내와야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창고는 찾지 못하고 있다.


2017년 시작된 휘몰아치는 사기와 송사.. 는 결국  승소로 결론되었지만 그 결실이 우리에게로 오기까지는 너무나도 길고 긴 시간이었고 아직은 아니라 한다. 하지만 그리 절망적이지만은 않다.

희망이 있으니까.


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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