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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따라나섰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by
여니
Oct 1. 2024
그대에게 가는 길이
세상에 있나 해서
길 따라나섰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끝없는 그리움이
나에게는 힘이 되어
나 스스로 길이 되어
그대에게 갑니다
_ 나그네 / 안도현 作
☆ 순례자의 길
진리를 향한 끝없는 그리움에
세상에서 길을 찾아
돌고 돌아 뒤돌아 보니
내가 만든 길로 돌아왔다.
"내 스스로 길이 되어 그대에게 갑니다."
저희가 다니는 병원은 갑자기 임시공휴일이 된 것과는 상관없이 정상진료를 해서 평소 옆지기도 저도 루틴에서 벗어나는 것을 불편해하는데 비는 오지만 다행히 늘 그렇듯 병원에 1번으로 진료를 받았습니다.
수혈. 채혈 후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마음은 매번 떨립니다.
1.2차를 실패한 마음에 휴약도 3주째 이것만 혈소판이 말을 들어주질 않습니다. 방향도 정했고 신약을 먹어야 할 텐데 혈소판과의 밀당에서 매번 집니다.
두 손을 자꾸 비벼대는 옆지기에게 그냥 조금 더 천천히 간다.. 생각하고 마음먹자. 하며 등을 쓰다듬었습니다.
제가 해줄 거라고는 이것밖에 없음이 안타깝습니다.
문득 휘릭하고 찾아오는
외로움
이란 것이 아무리 가까운 관계라 해도 사람으로 오롯이 전부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이 사람도 그러겠지...' 하게 됩니다.
병원은 참 춥습니다.
저만 그런것인지 그야말로 갱년기라서 체온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마음속으로는 오번가? 했지만 맡겨놓은 창고 말고 갖고 있는 것 중
도톰한 카디건을 가져왔는데 다행이다. 싶습니다.
수혈실 밖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안전문자가 수시로 옵니다. 국군의 날이라서 시가행진 때문에 교통통제를 한다고.. 나 원 참.
누굴 위한 행진인지. 다른 것보다 군대 갈 아들을 둔 어미맘으로 그 군인들이 뙤약볕에서 연습했을 모습이 눈에 선해 마음이 안 좋고 애잔합니다.
모두가 행복할 순 없어도 조금은 살만한 사회이길.
가난한 이에게 추운 날씨는 더 무섭기에 조금은 따뜻하기를.
따듯한 분에게서 받은 도움으로 가는 길에 소고기를 사서 들어갈 계획입니다. 생각만 해도 비록 한 제품이지만 압박감 속에서 머릿속 계산기를 돌리며 사지 않을 수 있어서 감사한 오늘입니다.
부디 다음 주에는 힘든 약이지만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고 기도합니다.
* 남들 하는 건 다 해보는 나.
3단계 중 제일 닮은
버전으로 해봤습니다.
이렇게 인사드립니다.
- 웅이와 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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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프라다코리아 한국지사. 이제는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반신(半身)인 cml(백혈병)인 옆지기 웅이와 굴같은 어둠에서 나와서 잔잔히 나이 들어가고픈 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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