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껴입었는지 거기에 둘만 마스크를 하고 버스 안에서 나란히 앉아있었으니 좀 웃겼을 듯하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몰랐다.
버스 안에서 '아! 오늘 아빠 기일이구나..!'
참 모자라고 못난 딸이다.
병원에 도착해서 수납, 채혈하고 내려올 때 옆지기가 물었다. '오늘 아버님 기일 아니야? 맞지?'
우린 병원 안 성당으로 향했고 평소보다는 좀 길게 기도를 하고 나왔다. 지인들 생일도 뭔가 해드리고 싶은 마음도 이런 기일마저도 그저 딱 <여기까지>
채혈결과를 시험치르고 점수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기다리다가 오늘 혈소판 수치는 20으로 겨우 간당간당.
그래도 감사했다. 담당의사 선생님 뵙고 말씀 들으면서 오늘 백혈구 촉진제 그라신 맞고 적혈구 2팩 혈소판 1팩 모두 맞고 내일 다시 오셔서 되도록이면 3차 항암제를 셈블릭스로 조심스럽게 시작해 보죠. 하셨다.
옆지기는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의 결의를 다지는 마음인 듯 보였다.
2차 스프라이셀 140mg과 달리 1차 타시그나 600mg 먹을 때처럼 다시 시간을 칼같이 맞추어 복용해야 한다.
둘 다 부담은 있지만 그마저도 감사하다.
며칠 전부터 내 심장이 다시 이상하다. 쿵쾅 좌우로 움직이듯 그리 몇 번 뛰고 등까지 뻐근하고 그럴 땐 목이 아닌, 가슴에서 나오는 기침이 나온다. 그러다 심장이 잠시 멈춘 듯 조용하면 편하다. 옆지기는 내과라도 가자고 난리지만 난 아직은 괜찮다고 고집을 부린다. 조금만 더 버텨 보려 한다. 어려운 이들에겐 추운 날이 더 춥게 느껴진다는 것을 한해 한해 살면서 더 느끼고 깨달아가는 중이다.
얼마 전텐트 밖은 유럽? 여성연예인들(이름은 미안하지만 모르겠다.)이 나오는데 북부와는 다르다는 이탈리아 남부 여행 편이었다. 다음 날 옆지기가 "나 어제 그 프로 보면서 이런 생각이 문득 들더라. 내가 당신이랑 저기를 가볼 수 있을까.. 하는. 그러면서 좀 우울하더라.", 그러는 사람에게 난 " 당신은 어제 느꼈구나.. 난 우리가 합치고 늘 느꼈던 감정들이었어. 내가 당신보단 긍정적이지 못하잖아. 그런 우울을 줄곳
느꼈었어." 참 못나도 너무 못났다.
바닥 / 양광모
살아가는 동안 가장 밑바닥까지 떨어졌다 생각될 때 사람이 누워서 쉴 수 있는 곳은 천장이 아니라 바닥이라는 것을 잠시 쉬었다 다시 가라는 뜻이라는 것을 누군가의 바닥은 누군가의 천장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생이라는 것도 결국 바닥에 눕는 일로 끝난다는 것을 그래도 슬픔과 고통이 더 낮은 곳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면 지금이야말로 진짜 바닥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