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날 위한 먹는일기
오늘은 아침부터 바지런을 떨었어요. 원래 아침밥은 안먹는 스타일인데, 배고파서 안되겠더라고요. 그래서 달걀후라이와 베이컨, 파볶음밥을 뚝딱 준비했어요. 평소 먹는 사과 반조각과 몇 알의 청포도 그리고 포도즙까지.
잘 먹었어요. 그랬더니 카게에서 일을 돕는데 덜 힘들더라고요(물론, 밤이 될수록 똥꼬의 고통은 커져 갑니다)
아침은 비몽사몽이라 사진이 없네요. 오늘 먹는 아이들을 보고 그리면서 마음의 평안을 온전히 되찾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셀카를 찍어요. 다른 사람의 모습이나 음식만 찍고 싶진 않고 나를 기록해두고 싶어서요.
셀카 잘 못찍어요. 저렇게 찍었더니 루이스가 누가 그렇게 찍냐고 구박하더라고요. 네네, 제가 그렇게 찍습니다만.
사진 속의 나와 그림 속의 나를 표현하는 일은 새로움을 주면서 신선해요. 왜곡해서 더 예쁘게 그리지 못해서 아쉬울 따름이네요. 갑자기 터져나오는 자기애를 어찌해야 할까요?
카게의 폭풍 같은 점심을 어제보단 (잘) 보내고 본가국수집에 갔어요. 옹심이만두(2천원)랑 하와이쫄면(5천5백원) 그리고 매운 부추국수(5천5백원)를 시켰어요.
옹심이만두는 신의 한수 사이드메뉴였어요. 매운 메뉴를 중화시켜주더라고요. 사진으로 보니까 딱 10개네요. 개당 200원짜리 만두였군요. 허허허
하와이쫄면은 이름 때문에 시켰는데 망했어요. 대신 재료는 좋은 걸 쓰는지 위장을 자극하진 않더라고요. 싱겁게 먹으라고 루시나산부인과 김원장님은 말씀하셨죠. 잘 안돼요. 입맛 없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같은 맹구 같은 질문을 이번주 정기검진 때 가서 해야겠네요.
육수의 자부심이 있는 곳이더라고요. 청양고추가 들어간 기본 육수는 매콤했어요. 국수집으로 (가장) 좋아하는 대학로 성대국수 못지 않더라고요. 바로 근처에 어!국수 집도 있는데 가성비는 본가국수가 짱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했어요.
힘빼기의 기술에서 김하나 작가의 엄마가 수기로 기록한 일기가 나와요. 앞으로 아기를 실제로 만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너를 가지고 먹었던 그림일기'라도 기록해주려고요. 물려줄 재산은 없고 발로 그린 낙서 같은 음식일기라도 물려줘야겠어요.
참, 내일 아침을 위해 주먹만한 감자를 사서 샐러드를 만들며 하늘나라 갈 뻔 했네요. 하하하. 왜 이렇게 감자 삶는데 오래 걸리나요? 아항항
피자지츠가 듬뿍 들어서 입 가장 자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맛있는) 피자가 먹고 싶은 밤이네요. 함께 먹을 (동지)를 찾아봅니다. 톡 쏘는 겨자장이 마력적인 성대국수 김치말이 먹으러 이번주 안에 꼭 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