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산 시간은 없다
감동, 감격, 감사와 같은 단어는 자주 쓰지만 '감응'이라는 단어를 썼던 순간이 있나요? 누군가로 인해 '감응'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그 단어가 내 삶에 갑자기 영향을 주기 시작할 때가 있잖아요.
감응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작가 은유의 '감응의 글쓰기 12기' 첫 강의를 시작한 하루가 저에겐 그렇게 다가왔어요. 거의 막달 직전까지 별다른 일이 생기지 않으면 매주 화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진 앞으로 9번이 남았네요. 벌써 한 번 쓴 게 많이 아쉬워요.
이 수업을 가기 위해 오늘 점심은 냉천동 골목의 실한 김밥으로 유명한 도르리쿡에서 머슴참치주먹밥을 먹었어요.
참치주먹밥의 맛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겠죠? 양파와 같은 건더기는 없지만 참치와 마요네즈, 식초와 설탕의 단맛이 적절하게 조화된 느낌을 받아요. 오동통하게 뭉쳐진 쌀알을 입에 밀어 넣었어요. 어김없이 찾아오는 목 막힘 ㅠㅠ
휴일 전에는 손님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꽤나 한산했어요. 목표하는 금액을 벌지 못했네요. 아뿔싸.
23명의 목소리와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나니 허기가 졌어요. 은유의 잠언 같은 한마디는 주옥같았어요. 살면서 잠언 같은 말만 내뱉는 사람 몇 명 만나봤는데, 오래간만에 만났네요.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건네는 은유의 한마디, 한 단어, 한 음절 등까지 좋았어요. 과하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어요. 여러 가지 기억에 남는 말은 메모해놓고 잘 풀어내려고 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정릉 입구역에 있는 떡볶이집에서 쌀떡볶이 1인분을 사서 절반만 먹었어요.
밀가루떡이면 안 먹을 요량이었는데 쌀떡이네요. 여름이라 손님들이 뜨거운 떡볶이를 그렇게 찾지 않나 봐요. 철제 뚜껑으로 먼지를 간신히 가린 떡볶이가 자신의 영롱한 빛깔을 뽐냈어요.
떡볶이집에만 가면 튀김, 순대까지 사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어요. 과한 것 같아서 오늘은 욕구를 꾹 참고 떡볶이 1인분 구매에 성공했습니다.
맵고 달고 쫀득해서 30번 씹기도 전에 목구멍으로 후루룩 넘어갔어요. 대학로 HOT떡볶이, 길음시장 불난 집 떡볶이 못지않아요. 떡볶이 맛은 맵고 달고 쫀득함의 궁극인 것 같아요.
그냥 글쓰기가 좋았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잃어버린 순간으로 돌아가면 더 빨리 감각을 되찾아올 수 있지 않을까요?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