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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먹는일기

먹먹한 마음에 당, 땡기는

몸에 좋은 것만 먹으라고 하지만...

by 김애니

EBS '맛의 배신 - 중독을 부르는 향'편 보셨어요?(유진규 PD의 맛의 배신도 읽고 봤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주말에 리모컨을 돌리다가 얻어걸린 프로그램인데요, 보고 나니까 (평소 잘 먹던) 과자나 인공 향신료에 절어 있는 간식류에 대한 입맛이 뚝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주는 거의 배고픔을 느끼면 과일을 먹거나 생당근을 먹었어요. 전에는 카게 아르바이트하다가 허기가 지면 쿠키랑 커피를 먹었거든요(아무런 죄책감없이).


그렇게 건강하게만 먹다가 어제부터 와르르 무너졌어요. 인공향이 가득한 수박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수박바를 간식으로 먹기 시작하니 다른 게 또 당기네요.


당 충전을

하필 와플


정동길 근처에 와플집이 있어요.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으니까, 호기심에 이끌려 기웃거리다가 못 먹고 발걸음을 돌렸던 기억이 나네요. 일하는 카게 근처에도 같은 브랜드 와플집이 있는데, 여긴 정동길이랑 다르게 한산해요.


젊은 언니가 (대충) 반죽을 뜯어 와플 기계에 넣고 구워주더라고요. 기본 와플도 있지만 오늘은 왠지 몸이 원하는 당을 듬뿍 먹기로 하고 영혼을 팔았네요. 몇 분이 흐르고, 언니는 코스트코 메이플 시럽을 (또 대충) 붓으로 바르고, 시나몬을 탈탈 묻혀주더라고요.


사장님이랑 나눠먹으려고 하나 더 사서 카게까지 가져갔는데, 곰새 눅눅해졌어요(아, 이런). 먹고 싶었던 와플은 딴딴한 식감을 가진 그 와플이었거든요(까다롭죠). 이 와플은 몰캉몰캉한 게 단 맛도 애매모호했어요. 아무래도 내일 성신여대 와플집에 가서 먹고 싶은 식감의 와플을 먹어야 할 것 같아요. 아항항



엄마아빠,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과제로 읽어야 하는 김달 작가의 <나의 두 사람>을 읽었어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키워준 작가의 이야기거든요. 읽는 동안 마음이 먹먹했어요. 감성이 폭발해요.


지금까지 이 정도로 저 역시 자랐고, (이젠 엄마가 되는 상황에서) 저 혼자 큰 줄 알았거든요. 부모님이 없었다면 지금의 삶이 저에게 주어지지 않았겠죠. 갑자기 <나의 두 사람>을 읽고 현자 타임이 왔어요.


태어날 생명에게 전해주려고 <먹는 걸로 태교> 매거진을 만들고, 너와 함께 매일 내가 먹은 그림일기를 기록 중이에요. 혼자 큰 줄 알았던 어쩌면 이기적인 저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부모님에게 받은 사랑을 물려줄 인생의 기회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엄마가 되어도 괜찮을진 마음의 확신이 없지만. 아직도 저는 제 자신이 참 소중해서요.


저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살게 되기까진, 혼자 큰 게 아니란 걸 잊지 않았으면 싶어요. 나의 자녀 역시 생명을 갖게 되는 날, 저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순간이 찾아오겠죠.


엄마아빠,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이 말을 꼭 기록해두고 싶네요.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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