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호르몬인 옥시토신은 말라가고 아드레날린만 뿜뿜
제정신이 아닌 산모. 주변에선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달리는 나 자신이 보이나 봐요. 자꾸 "정신 좀 차려요"라고 말해요. 그런데 그 소리가 들리질 않아요.
아직 엄마가 될 준비가 안된 것 같아요. 알아요. 평생 준비해도 부족할 것 같은 느낌 말이에요.
출산준비교육을 다녀왔어요.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제대로 점심을 챙겨 먹질 못해서 마지막 모유수유 강의 때는 거의 비몽사몽이었던 것 같네요.
연애와 결혼이 다르듯, 출산과 육아에 대해 생각하게 되네요. 출산은 8월이면 끝나는데, 끝이 없는 육아가 시작된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무거워요.
평생 한 아이의 엄마로만 지내야 하는 제 인생을 생각하니까 아직까진 아찔해요. 엄마, 주부의 역할에 대해 폄하하거나 비하하는 마음으로 쓰는 건 절대 아니에요. 단지 여성이었던 내가 엄마가 되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난 것일까에 관한 생각이 많아질 뿐이에요.
갑자기 효녀 모드가 되면서 우리 엄마도 나를 낳기 전에는 꿈 많은 사람이었을 텐데, 네 명의 자녀를 낳으면서 오십 대가 넘어서야 엄마 만의 인생을 사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요. 엄마의 희생이 있었기에 35년을 내가 잘 지낼 수 있었고, 아빠의 뒷바라지로 이만큼 자랐네요. 혼자 잘 자란 줄 알았어요.
진짜 바나나 자주 먹어요. 되도록이면 1개만 먹으려고 하는데, 2개 먹어도 또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저에겐 질리지 않는 과일이에요.
뱃속의 녀석도 제 입맛처럼 바나나 보면 좋아할까요? 누구의 엄마로 지내게 될 삶은 어떤 그림인가요? 많이 우울하진 않을까요? 행복했으면 싶은데...
바나나를 볼 때마다 삶의 많은 허기를 채웠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되겠죠. 나만의 소울푸드네요.
출산준비교육에서 듣고 온 내용은 잘 정리해서 공유할게요. 급 맥콜이 당기는 무더운 밤이네요.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