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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Jun 08. 2018

그 가게, 브랜딩은 왜 그럴까

퇴사하고 읽는 책 - 본질의 발견

내가 꿈꾸는 카페를 만들었다. 이름도 지었다. 간판도 달았다. 메뉴도 만들었다. 인테리어도 했다. 갖출 건 다 갖추고 오픈을 했다. 그런데 손님이 오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일까?


정답은 "내가 꿈꾸는 카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카페를 찾는 손님을 위해 공간을 만든다고 열심히 했겠지만, 온통 판매자인 사장님의 생각으로 가득한 공간에 타인이 쉽게 들어올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었을 것이다.


빽다방이나 이디아는 쉽게 들어갈 수 있지만 (인지도 없고 맛도 보장하지 못하는) 개인이 하는 작은 카페에 발을 내딛게 하는 건 소비자 입장에서 사실 '가격' 경쟁력 외엔 접근성이 떨어진다.


요즘은 인스타그램에서 검증된 개인 카페 외에는 선뜻 찾아가거나 방문하는 게 쉽지 않다. 모르는 가게 가서 커피를 사 먹느니, 차라리 편의점 커피를 선택하는 세상에 산다.


장사나 사업은 누구를 위해 하는 것일까?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고향에서 과일을 사 먹는 한 가게가 있다. 다른 과일 가게도 있는데 대교 아줌마가 하는 가게만 잘 됐다. 딱히 비결이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항상 손님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줌마는 손님의 딸 그리고 친인척 관계를 다 외우고, 한 박스를 사기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해 반반씩 무조건 파는 게 기본이었다. 좋은 물건이 있으면 항상 손님에게 권했다. 챙겨놓고 비싸게만 팔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줌마는 내가 만난 장사의 신 중 한 사람이다(나중에 고향에 방문해 왜 장사가 잘 되는지 물어봐야겠다).


아르바이트하는 카게를 도우면서 장사, 브랜딩, 마케팅과 관련해 관심이 많이 생겼다. 그러다 지인의 인스타그램에 <기획자의 습관>에 관련한 책 사진이 올라왔다. '아 뭐지?'라는 찰나였다.


(퇴사하고) 관련 전문가가 아니니까 브랜딩에 관한 여러 가지 류의 책을 읽었다. 실전에 적용하는데 어려움을 느꼈다. 그 책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봐도 적용이 안되니 빛 좋은 개살구처럼 느꼈다.


또 우연인지 아닌지 브런치에서 최장순 작가가 인디매거진을 만든다며 공지가 올라왔다(당시 나는 브런치 작가가 아니었다). 호기심이 일었다.


<기획자의 습관>은 두 번째 책이니, 첫 번째 <본질의 발견>을 읽어보자고 마음먹었다.


필요한 책은 2번 정도 속독과 정독을 섞어가며 읽는다. 처음에는 내용을 모르니까 정독하고, 다음에 읽으면서 다시 보이는 구절을 사진으로 기록해서 정리한다.


이 책에서 중요하게 생각된 부분은 어느 브랜드나 기본이 되는 'BEAT'를 도출하는 것이다.


BEAT에 맞춰 아르바이트하는 카게 브랜딩의 본질을 발견하고 싶었다. 아직 실행하지 못했다. 정의하면 문장 안에 갇혀서 허우적거리고 융통성이 없어질 것 같은 (쓸데없는) 두려움이 있다.


'B'에 해당하는 우리 고객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지 명확히 정의하기가 어렵다. 고객에 대한 관심이 알바 생이라 카게 운영에 도움이 되고 싶었지만 사장 마인드까지 가닿질 않는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했다고 했던 일이 때론 그렇지 않은 경우를 자주 접한다. 본질의 발견 역시 소비자를 바라보는 관점과 내 업의 방향성 설정이 잘 되어 있어야 한다. 어쩌면 장사가 잘 되는 카게의 진짜 이유는 이 책에 따르면 고객을 명확히 알기 때문이지 않을까.    


밑줄 그은 문장


1. 업의 본질을 정의하기 위해 최소한 두 가지를 검토해야 한다. 1) 목표 고객은 누구이고, 그들을 대상으로 할 때 2) 업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2. 업을 정의하는 데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떠한 욕망을 가진, 누구를 대상으로 하느냐' 하는 문제다. 고객을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업은 그들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고 그래야 업을 실천하는 우리가 누구인지 명확히 정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카페업을 하는 분들이 핵심 고객층을 '커피전문가'로 설정한다면, 카페의 본질을 '품질 좋은 원두', '뛰어난 바리스타' 등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카페는 '제대로 된 커피 문화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정의될 수 있다.


4. 결국 제대로 된 컨셉션은 '소비자', '업의 본질'이라는 두 축을 강력한 버팀목으로 상정해야 한다. 업의 본질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소비자를 위한 컨셉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컨셉의 궁극적 존재 이유는 바로 '사람'이다.


5. 소위 말하는 차별화나 크리에이티브는 실체의 본질을 어떠한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멋지게 나올 수 있다. '왜' 그래야 하는지 본질적 성찰을 던져보는 것. 그리고 그렇다면 나는 왜 이 일을 하는지를 깊게 고민해 보는 것. 그것이 진정 차별화된 컨셉션의 시작이다.


6. 우리가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할 화두는 '달라야 한다'가 아니라 '왜, 누구를 위해 달라야 하는가'이다. 대답은 명확하다. 소비 시민을 위해, 그들의 보다 나은 정신적, 물질적 생활을 위해.


7. 사람이 사물을 대하는 태도 역시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하게 형성돼 있다.


책에 관한 짧은 총평


인문학으로 브랜딩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싶은 이들에게 시작하게 나쁘지 않은 책. BEAT에 근거해 뒤에 나온 사례들은 전체공개가 아니라 어느 정도 보안하고 공개한 것이라 많이 와 닿지 않는다. 오히려 맨 뒷부분에 오브젝트 편 사례가 가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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