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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또 떨어지면...

지원하기 전

by 김애니

회사생활하면서 했던 일이 그곳을 떠나고 나니, 취준생의 시간을 보내는 나에겐 그때의 일이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발견한다.


브런치 피드에 전문가의 시각으로 정보가 한가득 담긴 좋아 보이는 글을 볼 때면 어떻게 저렇게 정리해서 쓸까 놀랍기도 하고,. 마음이 철렁하고 내려앉는다. 나름 9년 동안 한 가지 주제로 일했던 것 같은데, 그 분야를 버리고 나니 할 말이 없다. ' 난 뭐했지?'와 같은 자각이 일어나면서 감정의 쓰레기를 설명하고 내 안의 복잡다단한, 도통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는 마음의 내용을 키보드를 이용해 두드리며 정리해나간다.


글을 쓸 때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명확하고 그것을 주제로 보여주듯이 설명해야 한다고 글쓰기 시간에 은유는 말했다. 뜻대로 되진 않는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또 지원서를 써야 하는데 자신이 없다. 자신 없는 상태로 쓰면 떨어지는 건 당연지사인가. 서류전형에서부터 떨어지면 (이젠 전보단 크게 받진 않지만) 그래도 마음의 스크래치를 수용하고 흘려보내는 데 시간을 보내야 할 테니까 말이다. 지원하면 떨어질까 봐 사용하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 복잡다단하다.


내가 왜 그 자리에 지원했고, 회사에서 나를 왜 뽑아야 하는지 조차 머릿속에 설득할 단어들이 얼마 없다.


알바하는 카게에서 계속 닦고 치우고 청소하느라 정작 치워야 할 집의 쓰레기들은 널브러져 있다. 수많은 화분과 방치된 쓰레기들과 함께 사는 삶은 유쾌하지 않고, 짜증만 불러일으킨다.


경력단절, 취준생의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괴롭다. 다시 회사에 들어간다면, 다음에 퇴사할 때는 더욱 준비해서 나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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