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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먹는일기

지금을 공유하는 사이 #친구

대학 동기 정화채와 냠냠

by 김애니

To. 정화채에게


안녕, 정화야. 저번에 우리집에서 노닥노닥 거리다가 얼마 만에 만난 거니. 한번 만난다는 게 영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거의 가게와 집을 오가는 수준이라 너와 만나는 시간에 약간 달떠 있었어. 널 만나고 난 뻗었지만 :)


몸은 점점 무거워져서 하루에 한 개의 스케줄도 감당 못하는 편인데 오늘은 괜히 젖먹던 힘이 솟아난 듯 싶어. 자주 만나지 못하니까 그래서 힘을 냈어.


카페 마마스에서 복숭아주스와 리코타치즈샐러드를 먹으며 밀린 수다를 풀어내니 마음 한켠이 시원하네.


아기를 좋아하는 너의 마음 담은 그림책 선물도 고마워. 처음엔 그림책을 잘 몰라서 흠 이랬다가 버스 안에서 넘겨 보니까 대단한 작가의 상상력에 놀랐어.


한번쯤 엄마 손잡고 갔던 목욕탕에 얽힌 추억이 있잖아. 인형으로 목욕탕 씬을 그려낸 것도 그렇고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위트있게 틀어서 할머니 선녀라니.


익살스러운 인형의 표정과 짧은 이야기지만 임팩트가 있어서 찾아보게 될 것 같아.


작가라는 꿈이 그리 거창하지 않길 응원해. 큰 꿈이면 하다가 지치면 네가 힘들어질까봐. 은유가 그랬어. 책 낸다고 엄청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그리고 은유한테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고 학생이 질문했는데 쓰면 된다고, 쓰시라고 한마디 했대. 진짜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거든. 지금처럼 한컷낙서 열심히 그리고 매일 쓰고 기록하는 사람이 작가 아니겠니.


비슷한 시기에 가정을 이루고 점점 살아가는 모양새가 닮아가는 우리. 미혼일 때 학교에서 동기로 만나서 30대가 되어서도 함께 삶의 어떤 순간을 나눌 수 있어 기뻐. 기쁜 날이라 너와 짧은 추억을 뚝딱 남겨.


곧 만나. 그때는 드로잉하자. 핫핫 이미 넌 나에게 작가 정화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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