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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먹는일기

점점 뚠뚠이가 되어간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by 김애니

매일 한컷낙서로, 태교일기를 먹는 것으로 그리듯 쓰다가 지쳤나 봅니다. 5일 동안은 평소 먹는 것도 비슷했고 그릴 의욕이나 기록할 의지가 없었어요.


취미로 배우기 시작한 드로잉 클래스에 대한 흥미를 잃었습니다. 매주 1번씩 2시간가량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려요. 저는 잠들기 전, 그림일기로 정리하다 보니 꼭 그곳에 가야 할 필요성을 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낙서처럼 그려내는 게 엄청 어려운 입시미술도 아니니까요. 앞으로 5번 정도 남았는데, 어떻게 가야 하나 막막해지네요.


기록되지 않은 몇 날은 사실 알바하는카게의 구조를 변경하고 청소하고 정신없이 열심히 보냈습니다. 저녁마다 삼겹살과 석쇠불고기와 같은 단백질을 섭취할 정도로 고된 노동이었어요. 배가 불러오니 노동하는 자체가 힘에 부대꼈습니다. 한편으론 짜증도 났고요.


계속 회사를 다녔으면 적당히 살았을 텐데, 이건 뭐 어떤 상황이 주어질지 모르는 환경에 처하면서 버티는 중인 것 같습니다.


감응의 글쓰기 12기 세 번째 시간도 아르바이트 끝나고 부랴부랴 도착해서 넋 놓고 참여했어요. 피크타임을 끝내고 미친 듯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강의실에 도착하면 기진맥진합니다.


2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하나의 책을 읽고 합평을 하고 세 명의 학인이 쓴 글을 읽고 한 마디씩 해요. 묵언수행하지 않도록 은유가 이끌긴 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게 쉽진 않아요.


퇴직금 중 피 같은 일부를 떼어 쓰는 시간이니 활발하게 참여해도 모자랄 판에 저는 벙어리 삼룡이 놀이를 합니다. 의도한 건 아닌데 다수의 무리 안에 가면 말하는 사람이기보다 듣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마지막 달로 갈수록 갑자기 체중이 불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엄청 달콤한 게 당긴다고 하더니 정말 그래요. 평소에도 꿀떡을 좋아하긴 했지만 이정돈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꿀떡 사러 떡집 갔다가 5분 전에 팔려버렸다기에 대체품으로 이름은 몰라도 엄청 단 떡 한 팩을 구매했어요.


달아서 미치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달았는데, 꿀을 한 스푼 떠서 데코레이션 해서 먹었습니다. 밥은 잘 안 넘어가요. 점점 출산이 가까워오니 입맛도 떨어지고 걱정이 앞섭니다.


드로잉을 배우면서 갑자기 그림을 그리기 싫고, 글쓰기를 배우면서 글도 쳐다보기 싫은 순간이 오네요. 경단녀를 고용한다는 채용공고에 지원해도 되는 건지 망설이며 생각에 잠깁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지원하는 건가 싶어서요.


사회에서 내가 하는 일로 정체성을 그리며 살아왔는데, 퇴사한 지 3개월이 가까워오고, 출산도 가까워오니 내가 누구인지 점점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글쓰기 수업 때 한마디라도 하려면 책도 읽어야 하는데 잘 읽히지 않아요. 뭘 먹어도 딱히 맛이 없고 의욕이 앞서질 않습니다.


고민 많은 하루가 또 깊어져 가네요. 내일은 오늘보다 행복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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