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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Sep 28. 2018

볼 게 없었죠, 곡성 당일치기여행

여행갔습니다 - 전남 곡성

엄마가 아기를 봐준다고 해서 콧바람을 쐬러 계획을 짰다.

아직 모유수유하는 육체이니 아무리 가까운 곳이라도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 당일치기
- 출발지에서 가까울 것
- 가보지 않은 곳

그렇게 셋째동생과 나는 머리를 굴렸다. 전주를 가느냐, 곡성을 가느냐가 문제였다.

원래 원대한 우리의 계획은 제주도였다. 엄마가 아침마다 장보러 간다고, 라이딩 간다고, 친구 만난다고 해서 계획을 변경했다.

전라남도에서 북도에 위치한 한 시간 거리의 전주가 멀어서 우리는 30분 거리인 곡성을 행선지로 정했다.

행선지를 결정하고 미리 유축을 해서 아기의 몫을 챙겼다.



곡성은 기차마을이 있고 섬진강이 흐르는 군이다. 잘 몰랐던 심청이와 도깨비마을이 곡성을 나타내는 아이콘이다. 그곳을 대표하는 것들이 한두개가 아니라서 부산스러운 느낌이었다.


곡성역에 내려서 허기진 배부터 채웠다.

검색결과
- 지리산 흑돼지로 만든 돈까스 청이
- 찹쌀탕수육이 맛있는 중국집 라이첸
- 건강한 백반집 농부의 밥상

우리는 역에서 15분 거리에 위치한 중국집으로 향했다. 거리는 몇 대 없는 차와 뙤약볕이 내리쬐었다. 나와 동생만 황량해뵈는 보도를 걸었다. 간만에 뚜벅이.

목적지였던 중국집엔 잘 도착했다. 유린기와 짬뽕을 시켰다. 잠시 수유를 하지 않으니 매콤한 음식을 마음껏 즐겼다.

새콤달콤매콤한 소스에 잘 버무려진 유린기 중국식 닭튀김은 매웠지만 맛있었다. 역시 튀김은 뜨거울 때 먹어야 해.


중국집 건너편에는 기차마을이다. 근대를 드러내주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장소였다. 들어갈 땐 입장권 성인 5천원을 냈고, 들어가서 증기기관차를 타려고 왕복 7천원을 냈다.

기관차를 타고 가정역까지 가는 코스였다. 티켓마다 자리가 정해져 있었다. 승무원이 섬진강이 보이지도 않고 역방향 좌석을 발권했다. 이런;;;;

10킬로미터로 주행하는 기차를 타니 안정적인 진동에 잠을 잤다. 섬진강을 보자니 옆 좌석 4명의 가족 너머 창문으로 겨우 보았다.

기차에서는 방송으로 발원지, 레일바이크 타는 곳, 심청과 곡성으로 깍아놓은 잔디 소개, 도깨비마을 소개, 가정역에 도착하는 30분이 걸리는 코스였다.


1시 30분에 승차해서 가는데 30분 걸렸고 다시 출발은 2시 30분이었다. 가성비를 고려해 우리는 시간을 바꾸려고 매표소로 갔다.

다른 손님들이 언제 다시 출발할지 고민 중이었다. 방황하는 관광객을 향한 직원의 명쾌한 한마디를 듣고 우리는 더 머무르려고 했던 마음을 접었다.

볼 게 없어요

가정역에는 출렁다리가 있었고, 날씨는 최악이었다. 모자와 양산을 챙기지 않아서 곤욕스러웠다.

우리는 더워서 매표하면서 받았던 심청상품권을 매점에서 쓰려고 이동했다. 왜 출렁다리인지 모를 네이밍이었다.

매점은 관광객 대상으로 장사를 해서일까. 과하게 남기는 듯했다. 하늘보리 음료수 2개를 산 손님은 7천원을 우리 앞에서 지불했다. 나와 동생은 놀라서 아이스크림 2개와 과자를 집었다가 아이스크림 1개는 내려놓았다. 심청상품권 4천원 주고 산 간식.

다시 처음 기차를 탔던 곳으로 돌아와 우리는 볼거리를 찾아 동물농장으로 이동했다. 우리에 갇힌 동물도 더운 날씨. 토끼가 많았다.

더운 날씨와 없는 볼거리에 마지막 희망 카페 단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발 만족함을 얻자

여기에 카페가 있을까 싶은 곳에 있었다. 손님들이 차를 몰고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직접 쌀로 구운 디저트는 나와 동생보다 먼저 들어와 주문한 앞 팀들이 먹었고 다 팔려버렸다.


깜박하고 산후조리 중엔 금기였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고 동생은 레몬에이드를 주문했다.

커피는 투샷, 레몬에이드는 레몬차에 트래비를 탔다. 우리는 더위를 먹고 지쳐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인적 드문 곡성, 반신반의하며 우리는 카카오택시를 불렀다. 다행히 3분 안에 택시가 왔고 15분을 걸었던 거리를 3분 만에 도착했다.

다른 도시로 갈까 고민했다가 말았다.

집나가면 고생이지.

오후 4시 13분 표를 끊어서 귀가했다. 또 갈 일 없을 것 같은 곡성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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