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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Dec 19. 2019

내가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들

내 안의 목소리를 영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거의) 퇴사하자마자 유튜브를 해봤어요. 혼자 하다가 더 성장하고 싶은 마음에 유튜브커밍아웃이네욬 낯설고 부끄럽지만 용기를 냅니닼 이제야 묵혀둔 글을 꺼내 읽어봅니다.


유튜버가 찍은 영상을 보고 나도 유튜브를 시작했다. 이미 유튜브로 돈을 버는 이들이 많아졌고, 뒤늦은 감이 있지만 나는 찬밥과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퇴사하고 이직이 늘 먹는 밥처럼 쉬울 줄 알았지만 이상하게 길이 열리지 않았다. 출산하면 다시 일해야지 싶었는데 상황과 환경이 만만치 않았다.


퇴사하면서 시작한 브런치는 이직을 준비하는 빈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고 싶지 않아서 투쟁하듯 써 내려갔다. 내가 하는 일은 중요하지 않았다. 업데이트는 되는 글만 보고 구독해주는 독자들이 생겨서 신기하고 감사했다. 막상 퇴사하고 멋진 이직성공기를 남기고 싶었지만 낙방만 하고 서류광탈하니 내가 생각한 의도대로 흘러가지 못했다. 아직까진 가족카페에서 베짱이처럼 적게 벌고 일하는 중이다.


퇴직금은 줄어들었고 육아와 함께 이직은 먼 나라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다. 친구들은 자기의 일을 하면서 공부도 하고 자유로워 보였다. 그들과 나 자신이 비교가 됐다. 내가 한없이 초라한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비교가 문제였다.


돌이켜보면 9년 넘게 달려온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이직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내가 쓸 돈을 스스로 벌고 싶었다. 돈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들어가고 싶은 회사에 맞춰 쓰는 기본 중의 기본이 잘 되지 않았다. 나는 돈만 벌면 되는데 다양한 미사여구를 사용해 문서를 만드는데 그 회사의 대표나 인사 담당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부족한 실력도 있으리라.

지금은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쓰라고 하면 목구멍은 포도청이지만 텍스트가 밖으로 나오질 않는다. 광탈하는 서류의 후유증으로, 회사가 아닌 내 길은 내가 찾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남의 호주머니를 꺼내 쓰는 일이 얼마나 버거운지 잘 안다. 당장 돈은 벌지 못해도 내가 좋아하는 업은 꾸준히 해나가고 싶었다. 유튜브는 돈이 없어도 시작 가능했기에 내겐 신세계였다. 시작은 호기롭게, 현실은 넘어야 할 산이 크다고 느꼈다.  


유튜브에서 돈을 벌려면 일정 기준 이상은 되어야 한다. 나에겐 아직 먼 나라 이야기다. 최소 2,3년은 꾸준히 영상컨텐츠를 제작해서 올려야 돈을 벌까 말까 하지 않을까 싶다. 처음 내가 블로그를 시작할 때 이렇게 꾸준히 할 줄 몰랐고, 마케팅으로 활용되는 창구로 사용될 줄도 몰랐다. 부모님을 떠나 독립했던 타향살이는 내가 감당하기엔 버거웠다. 힘들었다. 툭 까놓고 마음을 터놓을 사람이 없어서 인사동에서 산 메모장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그것이 온라인으로 옮겨왔을 뿐이다.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대도서관의 책, 김메주 고양이의 책, 하줜의 책 등을 읽었다. 처음 내 유튜브 컨셉으로 잡은 건 '아기와 나'라는 형식이었다(완전히 맞는 컨셉이었는지 긴가민가 했다). 큰 그림에서 나를 봤을 땐 블로그를 했던 것처럼 기록하는 삶인 것 같다. 꾸준함만큼은 타인과 비교했을 때 자신 있으니까! 유튜브에서 아동보호 규정이 강화되면서 아기를 기록하는 일을 멈춰야 했다. 그래서 지금은 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이 글을 올려놓고 그 사이에 영상in에서 편집프로그램을 들었다. 영상의 본질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움직이는 기초가 3초 동안 지나가는 영상이 시초였다. 3초 동안 지나가는 기차나 버스를 찍는 일은 누구나 하지 않는가.




요즘 영상작업하면서 느끼는 재미는 '몰입'이다. 하는 역할이 많고 내 이름으로 불리질 않으니 그런 갈망이 컸다. 어떤 창작물이건 봐주는 사람이 있을 때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이젠 성장할 때다! 영상도 잘 만들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무엇보다 나는 내 안의 이야기를 명확히 하는 도구로 그것을 사용하고 싶다.


앞으로 글과 영상을 함께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갈 날들도 기대해주세요. 캄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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