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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Dec 31. 2018

375, 새해

제 글 구독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내게도 375명의 독자가 생겼다. 회사의 타이틀도 없고 '일상, 육아, 글쓰기, 여성'이라는 키워드로 내 이야기를 쓰는 나에게도 말이다. 


퇴사하고 이직을 준비하는 '공'의 시간을 기록하려고 브런치 플랫폼을 시작했다. 보란 듯이 잘 해내서 성공한 이직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뜻대로 잘 되지 않았다. 처음엔 전에 했던 일의 부분처럼 인터뷰도 하고, 기획도 해서 퇴사 후에도 이렇게 잘 살고 있다며 떵떵 거리며 젠체하고 싶었다. 그런 내 마음을 신이 알았는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삶이 흘러갔다. 


30살의 지인은 보란 듯이 나와서 이직을 했다. 나는 많은 곳에 서류를 지원했지만 계속 낙방이었다. 나는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 퇴사했고 임신 중이었다. 지금은 출산을 하고 육아 중이다(일을 구하곤 싶지만 어린 아기를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 준비가 덜 됐다).


육아 후 달라진 삶의 결은 어떻게 표현할까. 과연 할 수 있을까. 


운이 좋게 브런치 메인 플랫폼에 몇 번 글이 올라 375라는 숫자의 구독자를 만났다. 플랫폼의 힘과 더불어 작가 은유의 글쓰기 모임을 참여하면서 쓰고 싶었던 '내' 글의 첫 단추를 잘 끼웠다. 돌아보면 당시에 글쓰기 수업 과제로 브런치에 수정해서 올린 글 대부분이 좋은 반응을 얻었고, 그런 글(한번 잘 걸러진)을 기대해서 구독하는 이들이 생겼다. 


내가 쓰는 글의 명분은 과제였지만 돈을 벌 때 썼던 글보다 브런치에 업로드하는 글은 신중을 기했고, 아무렇게나 감정을 뱉는 글을 써서 올리진 않았다. 전에 태교일기를 꾸준히 하기 위한 장치로 먹는 일기를 올렸던 때는 있다. 지금은 과제를 쓰기 위해 일주일 고민하고 밤잠을 줄여가며 치열하게 고민했던 알맹이 위주로 올린다. 


내가 의도한 메시지대로 읽어준 사람도 있었고, 아픈 댓글엔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멈칫했던 순간도 있었다. 그래도 좋았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나에게 작은 반응도 큰 의미로 다가왔다. 어떤 반응을 경험한 나는 타인의 창작물에 쉽게 혹평을 하지 못하게 됐다. 그 사람이 그것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치열했을지 괜한 과정이 눈에 보이는 기분이 든다. 


처음엔 퇴사하고 붙잡을 게 없는 사람이 나라고 생각했다.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과연 회사라는 타이틀을 벗고 내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이전에 써보지 않았던 '글'을 브런치 플랫폼이 있어서 올해 하반기에 꾸준히 해나갈 수 있었다. 내 글을 쓰니까 이전보다 당당한데 다른 플랫품에 스스로 홍보하는 내 모습이 조금은 낯설다. 


처음에 이 브런치를 시작했던 의도대로 (꼭) 이직해서 스스로에게 당당한 사람이 되고 싶다. 2019년에는 도전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될 테다. 


평범한 제 일상을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 해주어서 캄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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