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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Feb 22. 2019

표현되지 않는 것들에 맞서다

퇴사하고 읽는 책 - 성폭력에 맞서다, 오늘의 메타포라  14

1. 후기

'성폭력에 맞서다'를 읽으면서 책 제목 때문에 관련한 내용이 다각도로 나올 것이라 추측했다. 예상은 빗나갔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개념들이 많아 생각할 거리가 다양했던 책이었다.


은유가 다시 자세히 읽어보라는 부분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읽었다. 나는 결혼과 가족 그리고 성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변화 양상에 대해 무지했음을 한탄했던 것 같다.


메타포라를 하면서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삶은 괴로워지고 있다. 남성으로 태어나 누리는 특권이 있는 줄 조차 모르고, 여성주의 시각으로 가정을 보지 못한다는 게, 합이 잘 맞춰지지 않아서 괴로운 듯싶다. 같이 사는 이에게 가부장적인 모습이 엿보일 때마다 분개하지만 나는 그를 바꾸지 못할 것 같다. 죽기 전엔 그도 바뀔 결정적 사건이 생겨야 하지 않을까.


책에서 '쓰레기'라는 소재도 그렇지만 남성(남자)들의 논리는 하나 같이 복붙 하듯이 비슷한 걸까 질문이 생겼다. 남자는 다 그렇다고 정의 내리는 건 위험하고, 그렇지 않은 남성(남자)도 있을 터인데 아직 만난 경험이 미비한 것 같다.


프로이트 조차도 그의 이론이 모성애 신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사용됐다고 하니 할 말 다했지 싶다. 가사노동, 육아와 같은 영역이 사회에서 이야기되지 않고, 여전히 미개척 분야처럼 여겨지는 이유는 역사에서부터 오이코스(사적인) 영역이었기 때문이라니, 뒷통수를 한 대 맞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지점에 멈춰서 있다. 그냥 살고 싶다, 마음 편하게 규범과 위계에 순응했을 때 주는 행복감만 먹고 싶은 안일한 자아상이 치고 올라온다. 아니라는 건 아는데 치열하게, 피 흘리듯 투쟁하며 권리 쟁탈전(?)을 벌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자꾸 한 발 물러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럴 때마다 공적인 언어로 감정 너머를 기록하는 행위에 집중해봐야겠다. 어쨌든 살아야 하니까.


2. 글쓰기와 연결 짓기

- 나를 설명하는 말 찾기

- 글쓰기는 정의 내리기. 감정의 단어를 억제하고 어떻게 보편적인 경험으로, 공적인 언어를 만들 것인지 고민하기


3. 기억에 남는 구절

- 언제부터 이렇게 여성은 수동적이고 무력한 존재로 인식됐고,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이 문화적으로 금기시됐을 까요?(235쪽)

- 결혼과 '여자 됨'이라는 것, 성별 제도와 규범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해야 합니다(79쪽)

-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은 그것이 '몸'에 붙은 습관이기 때문입니다(54쪽)

- 제도는 절대 몸과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습니다(61쪽)

- 한국은 육아에 대한 부담이 전적으로 엄마에게 있고, 아이에게 잘못됐을 경우 엄마가 죄책감을 갖는 매우 가부장적인 문화가 지배합니다(208쪽)

- 몸의 언어와 입의 언어가 일치하지 않을 때 몸을 통해 정체성이 규정된 이들의 입에서 나온 말의 권위는 쉽게 무시되고 맙니다(221쪽)

- 정체성은 나를 무엇과 동일시하는가의 문제입니다(2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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