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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Feb 14. 2019

0세 어린이집 입학원서를 받아왔다

11일차, #1일1글쓰기

태아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삶은 전쟁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좋은' 어린이집에 다녀야하기 때문에 입소대기 신청을 해둔다. 국공립유치원은 들어가기 전부터 경쟁이 치열하다. 아기는 국공립유치원에 5세가 되기 전까지 다닐 수 있을까 싶은 의문마저 든다.


현재 나는 아기와 11시간을 붙어 가정보육을 한다. 아기는 6개월동안 부모와 가족을 통해 세상을 배워간다. 아기와 나는 가장 작은 공동체의 일원으로 매일 합을 맞춘다. 나는 사자후를 빼놓지 않고 되풀이 한다. 나는 아기에게 분노하거나 맴매를 할 때면 육아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고 생각했다. 아기를 위해서 나는 서둘러 아이사랑에 어린이집을 알아봤다.


거짓말처럼 걸어서 3분거리 민간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

'이렇게 빨리 보내려 했던 건 아닌데...'


나는 전날 밤부터 '0세 어린이집'에 관한 타인의 글을 읽으며 준비했다. 원장을 만났을 때 무엇을 질문할지 대략 리스트를 뽑았다.


- 등하원시간

- 아이케어방식

- 출석일수

- 어린이집비용


내가 자료조사를 마치고 정리한 질문은 4가지뿐이었다. 약속시간에 갔더니 나보다 먼저 온 학부형 상담중이었다. 나는 사무실 너머로 먼저 상담받는 부모의 이야길 엿들었다. 입학금은 연 5만원을 내야 한다.


원장의 첫인상은 음악가처럼 고풍스럽지만 가벼워보이는 느낌을 주었다. 그를 감싼 검은 벨벳 투피스는 60대로 보이는 원장의 몸매를 여실히 드러냈다. 나이에 비해선 조금 나온 뱃살, 두터운 파운데이션, 톤다운된 분홍립스틱으로 어린이집원장 이미지와 조금 달랐다.


첫인상만 보고 섣부른 판단을 하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부원장이 아이를 대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연륜이 있는 분들이었다. 3년 전에 0세반이 있었다가 올해 다시 받는 모양이다. 운좋게 내 아기가 입소대기에 든 것이다.


원장은 나에게도 복사하고 붙여넣기 하듯 비슷한 상담을 해줬다. 아기를 맡겼을 때 나쁜 점은 단 한가지도 말하지 않았다. "저희가 어머니 가정보육을 전문인력으로 대신하는 거라 생각해주세요"라며 맡겨야 하는 이유만 들었다.


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기를 맡길 생각이 없다. 원장은 종일반만 이야기하면서 어머니 마음대로 데려가도 된다고 했다. 종일반은 원비가 45만4천원이며, 정부에서 보조를 해준다.


나는 아기에게 사자후를 하면서 육아스트레스를 풀고 싶지 않다. 친정과 시댁은 아기를 돌봐줄 상황이 되지 않는다. 나는 타인의 도움을 빌리고 받아야 한다. 내가 정말 보내고 싶은 어린이집은 공동육아어린이집이다. 나는 아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공동육아어린이집은 3세부터 가능하다.


나는 아기와 떨어지면 일을 구하거나 남편이 바쁜 시간에 일을 도울 듯싶다.


내 느낌으론 그냥저냥 보내봐도 나쁘지 않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내 눈엔 어리기만 한 녀석과 떨어질 수 있을까. 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잘할 자신이 있었는데, 마음이 약해진다.


혼자 아기를 보는 일은 버겁다. 아기 3명당 선생님 1명이라는 법적 원칙이 걸린다. 나는 엄마가 처음이다. 보육교사는 아기를 돌보는 게 처음은 아닐 테니 나보다 낫지 않을까 기대를 걸어본다.


아기와 떨어지려니 마음이 무겁다. 나만 헤어질 준비를 잘하면 될 일이다. 처음 맡기는 일이 어렵지, 막상 하면 늘 별 일 아니더라.


[Ing 어린이집]

https://dobob5.blog.me/221479773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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