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평 카페에서 일하며, 기록했던 각오 열 마디

퇴사하고 가족무급종사자 - #1일1글쓰기

by 김애니

서랍에 넣어둔 글이었다. 가족무급종사자로 일하면서 3월에 내 마음은 아래 써내려갔던 텍스트에 담겨 있다. 글을 쓰지 않아도 산다. 3월부터 시작된 노동은 6월을 맞이하면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때 쓴 기록을 보니 새삼스럽다. 브런치 발행을 누르면서 추가할 내용은 덧붙였다.



지난 3월부터 아기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어린이집을 다닌다. 보육통합정보시스템에서 카카오톡으로 454,000원을 내라고 이틀 간격으로 알려줬다(정부에서 지원해준다). 나는 가족무급종사자 자격으로 아기를 종일반에 맡긴다. 종일반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12시간 보육이 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생후 7개월 된 녀석을 강하게 떼놓지 못하고 6시간 30분 정도만 맡긴다. 여름이 빨리 다가올 것으로 예상해 아기 등원은 계절이 바뀌면 더 빨라질 것 같다고 썼지만 지난 3월과 맡기는 시간은 아직 동일하다.


가족무급종사자로 카페에서 일손을 도울 뿐 돈은 두 배로 벌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내가 없을 때는 혼자 음료 제조, 로스팅, 손님 응대, 청소 등을 도맡는 남편 두 손에 힘을 잠깐 보탤 뿐이다. 일손 도우러 갔다가 3개월이 지나니 그것도 수월해졌고, 전문적으로 커피 공부를 할까 엿보고 있다. 엿보긴 하지만 나는 글이 쓰고 싶고, 그것으로 돈을 벌고 싶으니 망설여진다. 커피 공부를 시작하면 영영 글쓰지 않는 삶을 살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롤모델은 박찬욱 쉐프처럼 살면 좋겠다.


성향이나 성격상 나는 서비스업에 꼭 맞는 인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전에 누가 지나가는 말로 나 같은 사람은 서비스업에 어울리지 않다는 악담을 했었다). 나는 타인과 관계 맺는 걸 그다지 즐겨하지 않고 타인의 하소연을 잘 못 듣는 사람이다. 일대일로 만나 집중해서 이야기 듣는 건 좋아하지만 일대 다수를 상대하는 건 밑 빠진 독에 물이 부어지는 느낌이라 어렵다. 3개월의 수습기간이 지나고 그럭저럭 손님 응대를 한다. 현실적으로 남편은 아르바이트를 쓰기엔 재정이 여의치 않다. 누군가를 고용하고 책임진다는 건 쉬운 일도 아니다. 당장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나는 자발적으로 일을 돕기로 했다. 어린이집에서 아기 양육을 도와주니, 나는 남편의 일손을 거드는 선순환이 일어났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카페니까 카페 일이란 게 아무나 바리스타를 하고 일회용품처럼 대체가능해보였다. 해보지 않고 덤빈 나의 착각이었다. 2.5평이지만 할 일은 끝이 없다. 끝없음을 텍스트로 표현하는 게 마땅하지만 구구절절해서 오늘은 생략한다.


막상 진지하게 커피를 대하니 머리가 나쁜 건지 매번 들어도 커피 한 잔을 내리는 게 어렵다. 집에서 모카포트에 밀가루처럼 갈린 커피를 넣는 건 일도 아니었다. 모카포트는 물을 넣고 가스레인지에 올리면 되니까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카페에서 사용하는 머신 기계가 모카포트가 아니란 점이다. 바스켓에 원두를 담고 템핑을 잘해야 쓰지 않고 맛있는 아메리카노가 되기 때문이다.


직각으로 팔꿈치를 만들고 눈으로 보고 느끼면서 갈린 원두의 수평을 찾아야 한다. 느낌으론 수평인 것 같아 바스켓을 들고 살펴보면 한쪽이 움푹 들어가 있다. 그걸 모르고 커피를 내리면 맛이 없는 커피를 손님에게 서비스하게 된다. 사람이 몰리는 테이크아웃 매장 특성상 몇 명의 손님은 맛없는 커피를 먹을 확률이 있다는 이야기다. 바리스타의 실력은 곧 가게 매출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했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어떤 사람은 값이 싸고 양이 많으면 어느 정도 먹을만한 원두를 쓰면 그럭저럭 먹는다. 그런 사람들이 다수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여전히 잘되는 빽다방과 비슷한 류의 프랜차이즈를 보면 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요즘 카페는 디저트와 커피를 같이 해야 장사가 된다. 막상 비록 가족이 하는 카페지만 시작되니 커피 하나만 잘하기도 쉽지 않다. 남편 가게에서도 디저트를 팔고 싶지만 몇 번 시도를 해봤지만 잘 되지 않았다. 아직은 때를 살피는 중이다. 지금 결론은 커피라도 잘해서 두배로 돈을 벌고 싶다는 솔직한 마음뿐이다. 나는 가족무급종사자에서 150 (퇴사하고 욕심이 많이 줄어들었다) 받는 유급종사자를 목표로, 그날까지 글을 계속 써야겠다. 다행스럽게 일을 시작하고 두 달 전부터 일당을 받고 일하는 중이다. 나는 가족무급종사자에서 가족일당종사자로 자격의 변화가 있었다.


https://youtu.be/fGLRhq49d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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